"거짓과 폭력에 맞서면 그게 비폭력이야"

[리뷰] 백기완, 문정현 선생의 <두 어른>

등록 2017.11.30 12:19수정 2017.11.3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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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른> 책표지 ⓒ 오마이북

1980년 보안사령부 서빙고 고문실로 끌려갔던 날을 떠올리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말한다. "엄청 맞았어. 내 몸이 82킬로였는데 한 달 만에 38킬로까지 떨어졌어." 선생은 거꾸로 매달려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눈으로 천장에 시를 새겨 넣었다고 했다.

"나는 죽지만 산 자여 따르라. 나는 죽지만 살아 있는 목숨이여 나가서 싸우라." 이 시구를 차용해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를 지었고, 작곡가 김종률이 곡을 지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렇게 탄생했다.

'백발의 투사' 백기완,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선생의 삶과 철학을 담은 <두 어른>에서 백기완 소장은 말한다.

'몸뚱아리의 끝을 죽음이라고들 하는데
아니야.
진짜 죽음은 뜻을 저버렸을 때야.' 

1975년 인혁당 피해자 시신을 탈취하려는 경찰에 맞서다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문정현 신부는 장애 5급 판정을 받는다. 문정현 신부는 멈추지 않는다. 지팡이를 짚고 대운하 반대 순례길에 나서고, 용산참사 가족들의 미사를 집전하고, 평택 대추리, 제주 강정 마을, 광화문 광장 등 아픔이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간다. 문 신부는 말한다.

'나만 생각하고 내 일만 생각한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어?
한 발짝이라도 빨리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음을 모아야 해.' 

<두 어른>에는 100편의 글이 실려있다. 시 또는 아포리즘이라고 볼 수 있는, 짧고 강렬한 글이다. 두 선생은 번갈아가며 삶과 정의, 노동과 자본, 평화와 연대, 거짓과 진실, 희망과 믿음, 용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지 말아야 하는가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의 첫 페이지에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이 100편의 글을 들려주고 싶다고 쓰여 있다.

책의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의 건립기금이 필요했던 송경동 시인, 노순택 작가는 어떻게 할지 고심하던 끝에 두 어른의 이름에 기대기로 한다. 다짜고자 백기완 소장에게는 붓글씨 40여 점, 문정현 신부에게는 서각 80점을 받아내 전시를 연다. 두 선생의 작품은 '완판'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꿀잠' 건립기금이 다 모인 건 아니었다. 시인과 작가는 다시 한 번 두 선생을 설득했고, 두 선생은 처음에는 손사레를 쳤지만, "비정규노동자들이 꿀잠 잘 곳을 짓는다는데, 그 부족한 비용을 채우겠다는데, 이를 마다할 어른들이 아니었"으므로 결국 대담집 <두 어른>을 출간하기로 한다. 책의 수익금은 전액 '꿀잠'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올해, 백기완 소장의 나이는 여든 다섯, 문정현 신부의 나이는 여든이다. 고문과 투쟁의 후유증으로 두 분 다 몸이 많이 아프다고 한다. 그럼에도 책 속의 글들은 여전히 젊고 뜨겁다. 불같은 문장으로 독점자본주의의 폐혜를 진단하고, 연민과 애정 가득한 문장으로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를 외친다. 세상에 분노한 두 선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 
이를테면 해방된 세상이 참짜 새날이다.
돈의 억압과 착취,
그 부림으로부터 해방되는 세상이 새날이라니까.

사람이라고 하면 제 현실과 세상의 현실을 나누어 살면 안 됩니다.'  - 백기완 

'정직한 사람이 지금은 낙오자같이 보이지만 
그게 아냐. 진실을 좇는 사람이 언젠가는 이겨.

거짓과 폭력에 맞서면 그게 비폭력이야.' - 문정현 

두 어른

백기완.문정현 지음,
오마이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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