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비서실장 의혹들로 제주도 정가는 '전쟁중'

자유한국당은 원희룡 지사 사퇴까지 요구... 민주당은 두 차례 논평

등록 2017.11.30 16:14수정 2017.11.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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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의 의혹들을 둘러싸고 지금 제주도 정가는 전쟁중이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21일과 29일 연이어 현광식 전 비서실장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과 '공무원 블랙-화이트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을 보도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두 차례 논평을 내고 검찰수사를 촉구했고, 바른정당은 "도지사 흠집내기식 정치공세"라고 반격했다. 그런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원 지사의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단독] 원희룡 최측근 "용돈 좀 줘라" 건설업자, 캠프 인사에 2750만원 전달

[단독] 제주도에 '공무원 화이트-블랙리스트' 있었나 

[자유한국당] "<오마이뉴스> 보도 사실이면 원 지사 사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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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현광식 전 비서실장. ⓒ 제주도

김방훈 자유한국당 제주도당 위원장은 30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섯가지 이유를 들어 원희룡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제가 원 지사의 사퇴를 직접 촉구하는 것은 작금의 사태가 너무나 위중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현광식 전 비서실장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과 공무원 블랙-화이트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을 원 지사가 사퇴해야 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광식 전 비서실장은 자신의 친구인 한 건설업체 대표에게 자신이 지정하는 인사를 도와주라고 얘기했고, 건설업체 대표는 2750만 원을 직접 줬다는 것이다"라며 "현광식 전 실장과 건설업체 대표는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가성이 있든 없든 금품이 오고간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현 전 실장이 읍·면·동장, 실국장, 과장급 및 담당급 공무원과 심지어는 공무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성향을 분석한 리스트를 만들어 인사에 적용했다는 것인데 충격적인 것은 이 명단을 건설업체를 통해 돈을 받은 인사가 작성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 실장은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기억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라며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믿고 싶지 않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밖에도 김 위원장은 성과에 급급한 도정, 대권 욕망, 타시·도 인사로 채워진 자리들, 경조사 불참 약속 파기 등을 원 지사가 사퇴해야 할 이유들로 제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원 지사가 제주도 사람인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한 뒤, "원 지사의 첫 번째 정무부지사, 현재 정책실장, 측근 비서를 비롯 많은 자리가 타시·도 인사로 채워졌다"라며 "그러다 보니 제주도민을 보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망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원희룡 지사는 한때 제주도민의 자랑이었지만 지금의 원 지사는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라며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도지사직을 사퇴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 지금 사퇴를 하지 않으면 그 끝은 더욱 초라해질 것이다"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최초 보도가 나간 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원지사와 현 실장은 아직도 한마디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답답한 일이다, 도민들의 의구심에 대답해야 한다"라고 거급 원 지사의 해명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일주일 전 금품수수 관련 사항이 보도됐을 때는 성급한 판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제했지만 어제 나온 보도에서 리스트 작성이 인사문제와 관련돼 있다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지사들의 측근 중에서 명단을 작성했다는 등의 얘기를 설(說)로는 들어봤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도되고 수첩에 기재된 것을 본 적은 없다"라며 "공직자들이 이 기사를 접하면 많이 위축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이 원희룡 도정에서 1년 6개월 정무부지사를 지냈고, 원 지사가 자유한국당 복당을 타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 자유한국당이 그의 사퇴를 촉구한 점은 원 지사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을 보인다.

[민주당] 두 차례 논평 "검찰의 강력한 조사와 조치 있어야"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현 전 비서실장을 둘러싼 의혹을 "제주도판 정경유착 적폐"라고 규정하면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관련기사 : "원희룡 지사 전 비서실장, 제주판 정경유착 적폐의혹")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지난 27일 논평을 내고 "최근 한 중앙 언론사 보도에 의해 드러난 원희룡 지사 전 비서실장 제3자 금품수수 의혹은 제주판 정경유착 적폐의혹을 드러낸 사건으로 검찰의 엄중하고도 강력한 조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제주도당은 "중요한 것은 돈 거래 정황에 따른 대가성을 전제로 한 부정청탁 의혹이다"라며 "돈을 받은 특정인에게 굳이 돈을 줘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대가성은 아닌지 등 부정청탁 여부에 대한 명백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제주도당은 특히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 공범 의혹을 받는 '최순실 게이트'와 닮은 꼴을 취하고 있다"라며 "원희룡 지사가 과연 이 사건과는 무관한지도 의혹 규명의 대상이다"라고 원 지사까지 겨냥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29일에도 논평을 내고 "원희룡 지사가 중앙 언론을 통해 이미 국민에게 알려진 중대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도민을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제주도당은 "더구나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오랜 핵심측근이 비서실장 재직 시 벌어진 비위(非違) 의혹 사건이 공적 도마 위에 올랐는데도, 소속 당을 앞세워 '대응' 차원으로 나서는 모양새는 그 자체로 비겁하기까지 하다"라고 지적했다.

제주도당은 "따라서 원희룡 지사는 지금이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힘은 물론 합당한 조치 등 도지사로서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라며, 다시 한 번 사법당국의 조속하고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도지사 흠집내려는 의도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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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 연합뉴스


원 지사가 소속된 바른정당 제주도당은 지난 28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전직 도지사 비서실장에 대한 특정 언론의 의혹제기를 정치적 공격 소개로 삼아 도정과 바른정당 도지사를 흠집내려는 의도를 경계한다"라며 "이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여론호도식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했다.

제주도당은 "민주당 제주도당은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사심없이 일해온 도지사를 깎아내리려는 듯이 수백, 수천억 원대의 관급공사를 언급하며 무슨 특혜와 유착이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소설쓰기식 정치공세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제주도당은 "언론에서 제기된 이번 사안을 사법당국이 도민사회에 한점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수사당국의 조사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민주당은 분명하고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강경식 도의원 "지사 최측근이 사적 정보원 활용해 인사에 관여"

또한 강경식(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제주도의원은 30일 열린 기획조정실 소관 내년도 예산안 심의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 때 국정농단과 같이 제주도정에서도 도정 농단이 있었던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라며 "도지사 최측근이 사적 정보원을 활용해서 인사에 관여한 부분이 도정 농단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이 "<오마이뉴스> 보도로 비롯된 도지사 최측근(현광식 전 비서실장)의 사건에 대해 청렴감찰관의 입장이 뭐냐"라고 묻자, 강만관 청렴감찰관은 "확인을 해보니까 보도 내용처럼 수의계약이나 입찰 영향력 같은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답변했다.

강 의원은 "아무리 친구라고 하더라도 도정 최고 실세가 건설업자에게 '제3자에 돈 좀 주라'고 한 건 문제 있지 않냐"라고 다시 따졌고, 강 감찰관은 "어떤 대가성이 있었나 여부는 다른 곳에서 조사를 해봐야 할 사항이지만, 도 확인 결과는 문제 없는 것으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번 사안에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철저한 내부 감찰을 요구했다.
#현광식 #원희룡 #김방훈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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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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