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만 잘 한다면, 지진 우려 크게 가질 필요 없다"

지반 데이터베이스 필요... 액상화·지진 위협 높은 곳 대비해야

등록 2017.12.01 15:12수정 2017.12.01 15:12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대동빌라 주차장에 부서진 자동차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 조정훈


"지진에 겁먹을 필요 없어요"

지진 전문가인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진 우려를 너무 크게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단 단서가 붙었다. "대비만 잘 한다면"이란 그의 말 속에는 부족한 국내 지진 관련 연구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난다.

경주·포항 지진으로 지진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된 지반 연구가 미흡하다. 그런 부족한 관련 연구가 지진 불안을 증폭시키는 배경이 된다고 손 교수는 생각하고 있다.

그는 "대형 건물을 지을 때 하게 되는 지반 시추 작업만 국가가 데이터베이스화를 잘 한다면 훨씬 적은 돈으로 지하 공간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과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관련법을 통해 땅속 지도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도쿄는 5년마다 지진재해 평가를 해 이를 바탕으로 지진 피해 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손 교수는 사전 대비로 지진에 대한 효과적인 준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6.0 이상의 강한 지진이 날 수 있는 만큼 데이터를 지속 업데이트하고 기초 공법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관련 연구만 잘 되어 있으면 한정된 예산을 취약한 지역에 투입할 수 있게 돼 지진에 대한 방재 기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 오면 위험해지는 낙동강, 부산항, 수영만 일대


a

지난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 일대 논에 액상화 현상이 발생했다. ⓒ 조정훈


관련 연구의 필요성에 따라 최근 손 교수가 참여한 '부산시 지진재해도 평가 기초 연구'는 지진 우려 지역에 대한 광역 단위의 초기 연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 보고서를 들여다 보면 취약한 부산의 지진 재난 지도가 그려진다.

종합 지진재해도 평가에서는 낙동강 하구 서부 평야 지대와 부산항, 수영만 일원이 상대적으로 위험점수가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기반암이 주변에 비교해 깊고, 토사가 두꺼운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 지역은 액상화 현상이 우려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지진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액상화 현상은 지진 등의 진동하중으로 지반이 마치 액체처럼 변하는 것으로 지반 침하와 더불어 최악의 경우 지표면의 모든 구조물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

액상화 현상 위험이 높게 나타난 낙동강 일대는 강변의 퇴적물로 기반암 노출이 적은 게 문제가 됐고, 부산항과 수영만 일원은 매립지가 분포해 이런 우려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 30%만 대피해도 부족해지는 지진 대피소

a

11월 15일 포항에 5.4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사진은 11월 16일 이재민들이 모인 대피소 모습 ⓒ 신대식


녹산, 사상, 신평, 장림 등 공단 지역은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와 화재 위험성이 높았다. 원도심권에서도 노후화된 건물이 많아 종합 지진 위험도가 높게 평가되었다.

반면 지진에 대비한 대피소는 확충 필요성이 제기됐다. 부산 시내 옥외지진대피소는 모두 603곳. 이들 대피소가 시민의 30%만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230개 지역은 피난 인구에 비해 수용 능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지진 재해도와 지진 지역 위험도 평가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반 운동과 액상화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부산시 전역에 걸쳐 부지 특성에 맞는 지질 및 지반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남자들이 부러워할 몸이네요"... 헐, 난 여잔데
  5. 5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