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가 공무원이 됐을 때 생기는 고민

[공무집행방해: 마케터의 공무원 적응기 ⑥] '아이.서울.유'를 통해 얻은 깨달음

등록 2017.12.04 20:55수정 2018.01.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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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팔 것인가. ⓒ 신영웅


[기사 수정 : 2018년 1월 17일 낮 2시 30분]

# 타겟의 변화, 인생의 난제가 되다

개인적으로 공무원이면서 미디어 비서관으로, 시장이 시정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보좌하는 역할을 맡고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본질은 '브랜드 디렉터'이자 '홍보담당자'다. 내 프로덕트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고 가장 사랑받는 길(방향)을 찾아 결정하는 것.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이 선택할 이유를 '굳이' 만들어 주는 일, 그게 내 직업이다. 그리고 현재 내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프로덕트는 '박원순'과 그가 이끄는 '서울시' 또는 서울시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정책'이 되겠다.

사실 업무의 성격이나 고민의 내용은 이전 직장과 크게 차이가 없다. 내가 보여줘야 할 프로덕트(product)를 고민하고 스토리를 뽑아내고 특징을 설명해서 설득하는 것, 그게 가장 핵심이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극명한 차이가 한 가지 생겼다. 그리고 이는 역대급 난제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타겟을 설정하는 것. 보통 기업의 마케터나 홍보담당자들이 대중들을 설득할 때는 타겟이 비교적 명확하고 제한적이다. 우리 제품을 좋아할 만한 사람들에게 보다 섬세한 접근을 할 수 있어 메시지를 작성하거나 이미지를 제작할 때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시정을 홍보해야 하는 대상은 대부분 시민 전체인 경우가 많다. '찾동'이나 '50플러스센터' 같이 타겟이 어느 정도 구체적인 것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모든 시민'이 그 대상이 된다. 그래서 홍보 방향을 설정하거나 매체를 선정, 또는 메시지를 작성할 때도 이 모든 것들이 고려의 대상이 된다(완전 골치 아프다!).

그런 와중에 현재 서울시 또는 박원순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거나 궁금해 하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살짝 귀띔을 해드리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워낙에 소통을 좋아하는 시장과 일하고 있고, 무엇보다 유저 피드백(User Feedback)을 통한 린(Lean) 스타트업 정신을 시정에 적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도전을 해보고자 한다.


# 시장과 시정에 대한 높은 일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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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서울시의 새 도시 브랜드, I·SEOUL·U. ⓒ 신영웅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서울시정 홍보물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빅데이터 분석을 해봤더니 특히 서울은 시장과 시정의 일치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쉽게 말해서 시장이 호감이면 시정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고, 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면 시장에 대한 호감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시정을 홍보하는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모델(?)은 서울시장이다(그래서 그는 오늘도 열심히 서울 전역을 뺑뺑이 돌고 있다...). 그렇게 시장과 시정은 서로 면밀히 상호작용하고 있기에 새로운 정책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상태로 만드는 것을 고민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이를 방증(傍證)하는 사례를 접하면서 이러한 확신은 점점 깊어진다. 시장과 시정의 일치로 인해 시정이 부정적으로 인식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서울의 새 도시 브랜드인 I·SEOUL·U(라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I·SEOUL·U는 공존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확장성을 가진 창의적이고 재미 요소까지 더해진 브랜드이다. 그리고 이미 미국이나 독일 등 해외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할 만큼 이미 그 가치가 입증이 된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다시피 처음 I·SEOUL·U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난리가 났었다. 초반에는 많은 기업들이 패러디 광고물을 쏟아내면서 주목을 받는가 싶었는데, 스스로를 브랜딩 전문가나 오피니언 리더라고 자처하는 이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갖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I·SEOUL·U에 대한 비판은 어쩌면 시장과 시정의 일치로 인한 결과물로, I·SEOUL·U가 아닌 다른 그 어떤 안이 결정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추가로 긍정이 아닌 부정 의견이 나온 이유는 바로 우리 사장님의 캐릭터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의문을 제기해본다(내일 내 책상이 온전하길...).

# I·SEOUL·U가 싫은 이유는 박원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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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EOUL·U는 많이 까였다. ⓒ 서울특별시


여기서부터는 어디까지나 세 단락 정도는 개인적 추론일 뿐이니, 심장이 약하거나 박원순 시장을 너무너무 사랑하거나 그의 외모에 흠뻑 빠져있는(?) 사람들은 그냥 넘겨도 좋을 것 같다.

당시 사람들은 I·SEOUL·U를 서울의 새 도시 브랜드로 결정한 사람이 당연히 서울시장인 박원순이라 생각했다. 온라인 댓글만 봐도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원순 탓'이나 '박원순이 한 일'로 인식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박원순이 정한 저 I·SEOUL·U가 마음에 안 들었을까? 혼자 곰곰이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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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박원순은 디자인을 잘 모를 것 같은, 그런 느낌적 느낌'이 있는가. ⓒ 박원순


결국 그의 외모탓(...)이라는 가설을 세워본다(잘하면 책상이 없을 수도 있겠다). '박원순은 왠지 모르게 디자인 영역은 잘 모를 것 같은' 그런 느낌들이 있다.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의외로 그는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그건 중요치 않다. 사람들이 보기엔 그냥 '디알못'(디자인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그러나 실제로 알고 보면 그는 핀터레스트를 즐긴다. 디자인 안목이 높은 아재다. 나중에 시간이 나는 사람들은 그의 핀터레스트를 둘러 보기를 추천한다).

그렇다 보니 결국 I·SEOUL·U가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정보원의 전문성(expertness of source)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변인으로 작용된다. 광고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할 때 일단 닥치고 변인으로 집어 넣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I·SEOUL·U가 초반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단순히 그 브랜드가 가지는 스토리나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전달하는 정보원의 영향이고, 그것을 만족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다 보니 또 사장님 디스가 돼 버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하니까(어쩌면 책상이 치워져 있을 지도 모르겠다).

# 박원순 리브랜딩, 시정 홍보의 시작

이러한 사고의 흐름을 바탕으로 서울시정의 원활한 홍보를 위해 서울시장, 나의 사장님 박원순을 다시 한 번 정의하고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흔히 업계에서 말하는 리브랜딩(Rebranding) 작업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 리브랜딩의 핵심은 우리가 여태 잘 모르고 있던, 아니면 잘못 알고 있던 부분들을 새롭게 정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또 그가 이룬 것들과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 친절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어쩌면 흔하고 뻔한 말이지만 브랜딩을 하는 이유는 'one of them'(다수 중 하나)이 아닌 'the only one'(유일한 존재)으로 사람들이 선택해야 할 명분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박원순을 어떻게 'the only one'으로 만들 것인가?(to be continued)

[참고사항] I·SEOUL·U는 시민주도 및 참여를 통해 시민 심사단과 전문가 심사단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시장 개인이나 고위 관계자가 아닌 시민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됐다. 당시 우리 사장님은 속으로는 다른 것을 더 선호했다고 들었다. 사실 본인의 기호와는 어긋났지만 시민의 참여로 결정된 사항이니만큼 I·SEOUL·U를 채택하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게 우리 사장님의 스타일이고 그의 시정 방향을 알려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신영웅님은 'Uncreative Director, 서울시장 비서실 미디어 비서관'입니다. 이 글을 포함해 신영웅 비서관의 다른 글 역시 필자의 브런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아이서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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