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목조건물. 일본군 위안소 일지도 모르는데...

주변 공사와 무관심에 사라지는 예비문화재

등록 2017.12.05 08:01수정 2017.12.05 08:01
0
원고료로 응원
올해 초 부산에서는 뜻깊은 일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촛불 시민들이 그간 쌓여왔던 적폐들을 이겨내고 소녀상을 지켜냈다는 것.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의 치졸한 떠보기 식의 외교는 멈추지 않고 있지만, 부산 소녀상 조례가 통과되고 시민들의 식지 않는 관심 덕분에 혼란스러웠던 한해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이렇게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는 우수한 민족성을 지켜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찰나, 최근 영도에 일본군 위안소로 추정되는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일본군 위안소는 과거에 '터'만 존재하고 있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항간의 소문에 따르면 실제 건물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결국, 영도구 김지영 의원이 6월 즈음에 '위안소'일지도 모를 목조건물에 대한 자체조사를 진행했고 9월 구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문화재 조사요청을 발의하였다.

"제 1위안소가 있던 건물은 옛날에 조선사람이 여관 하던 자리를 일본사람이 빼앗은 것이다. 그 일대에는 히바리마치(雲雀町)라는 유곽 거리가 있었는데 그곳은 영도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500m쯤 떨어진 곳이다. "

고 윤두리 할머님이 증언하신대로, 목조건물은 영도다리에서 500m 이내에 있었고, 과거 일본인이 운영하던 건물을 한국인이 사들여서 여관으로 운영하다가 최근까지 달셋방을 운영 하였다고 한다. 

1층에는 여관을 운영했던 흔적이 있는 액자들이 있다. ⓒ 김민수


내부로 들어가 보니 1층은 주인이 거주하는 큰 온돌방이 하나 있었고 2층은 약 11~12개 정도의 다다미방이 있었다. 넓이는 다다미 '두 장 반' 정도의 크기였고 바닥은 합판을 덧대었는지 걸을 때마다 꿀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싸늘하게 식어있는 2층의 단칸방. 증언과 비슷한 크기의 방이다. ⓒ 김민수


그러나, 작년 6월부터 진행된 공사와 태풍으로 인해 손상된 건물의 외관은 거의 쓰러져 내릴 것만 같았다. 특히 건물의 옆벽은 임시로 덧대어져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부 사정은 더욱 열악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여러 군데에 있었지만, 천장이 무너져 내려앉고 방문은 닫히지 않았다.

천장이 부서져 내릴것만 같다. ⓒ 김민수


현재 이 건물의 주인인 설기훈(62)씨와 그의 친구인 김용수(62)씨는 건물을 보여주시고 나서는 답답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옆에 호텔은 라OO 호텔이라는 곳입니다. 부산 영도구에서 관광사업을 한다고 건립을 허가해 줬는데요. 허가까지는 좋습디다. 근데 이 목조건물뿐만 아니라 주변에 제집을 포함해서 이미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집이 막 갈라지고 무너져요. 이라면 당연히 건물 건립을 중단 하는 게 맞다 아닙니까?"

영도는 대부분 매립지이기 때문에 지반이 약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신축 공사 건물을 중심으로 해서 땅에 금이 여러 군데 가 있었고, 건물에 임시로 설치에 놓은 장대 주변으로 건물의 파편들이 떨어져 내렸다.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해서 결국 패소했지요. 하지만, 이 건물이라도 문화재가 되든 뭐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계속 무너져 내리는데 보고만 있으니 너무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아예 이 건물을 떼서 다른 곳으로 옮겨서라도 보존하는데... 공식적으로 조사를 하지 않는 것도 의문이에요."

많이 손상된 일본식 기와. ⓒ 김민수


목조건물은 확실히 '기존의 한국식 건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기와를 보면 한국의 기와는 아니라고 한다.

"저느마랑 저는 62살 먹을 때까지 쭈욱 이 동네에서 살아왔습니다. 이 건물에서도 많이 놀았죠. 근데 항상 느끼는 거였지만, 다른 집들과는 좀 다르다고 해야하나... 여튼 그렇더라고요. 특히 이 기와들을 보면... 좀 다르지 않습니까. 나무들도 그렇고... 신기한 건 최근 들어 파출소장이 바뀔 때마다 여기를 꼭 찾아왔다는 겁니다. 이들도 이게 특이한 건물이다 라는 건 알고 있는 거죠. 여기에 원형이 딱 하니 보존되어 있으니까 그렇지 않겠습니까.."

목조건물이 지어진 지가 약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렇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해 보인다. 더욱이 역사적인 아픔을 지니고 있는 건물이라면, 소녀상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보존하고 후세에 지켜야 할 건물일 것이다. 그러나 ,개발과 관광사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영도구 공무원들의 무관심함으로 인해 방치되고 있어 다른 차원의 관심과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설기훈씨와 김용수씨 목조건물 앞에서 건물 복원감정에 대한 대처방안을 논의중이다. ⓒ 김민수


 
덧붙이는 글 올해 9월 영도구 김지영 의원의 발의 이후 아직 소식도 진전도 없다고 합니다. 야속하게도 건물은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영도구 #위안소 #일본군 #위안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5. 5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