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카툰] 술 취해 어명 거역한 신하의 최후

[史(사)람 이야기 18화] 신하들에게 술 강권했던 정조와 술꾼 유생 오태증

등록 2017.12.05 13:43수정 2017.12.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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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툰] 史(사)람 이야기 18화: 술권하는 '임금' 정조와 '술꾼' 신하 오태증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역사카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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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툰] 史(사)람 이야기 18화: 술권하는 '임금' 정조와 '술꾼' 신하 오태증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역사카툰)


술권하는 임금, 정조

다산 정약용은 신하 요리사(?) 정조에게 된통 걸려 옥필통(玉筆筒)에 든 소주를 단숨에 마신 적이 있다. 게다가 그것은 '주상 전하가 친히 제작하고 하사하는 술이던' 삼중소주(三重燒酒), 즉 세 번 증류해서 만든 독한 소주였다고 한다.


정약용은 이때의 충격(?)이 컸는지, 유배 생활 때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 이 일화를 언급하면서 '난 그 때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라고까지 표현하며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정조 16년(1792) 3월 2일 기사를 보면 정조가 성균관 제술시험에 입격한 유생들을 모아두고 잔치를 연 적이 있는데 오태증 이야기는 여기에 나온다.

정조실록 34권, 정조 16년 3월 2일 신미 1번째기사


1792년 청 건륭(乾隆) 57년 성균관 제술 시험의 합격자들과 희정당에서 연회를 벌이다.
성균관 제술(製述) 시험에서 합격한 유생을 희정당(熙政堂)에서 불러 보고,
술과 음식을 내려주고는 연구(聯句:서로 이어가면서 짓는 시)로 기쁨을 기록하라고 명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옛사람의 말에 술로 취하게 하고 그의 덕을 살펴본다고 하였으니,
너희들은 모름지기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을 생각하고 각자 양껏 마셔라.

우부승지 신기(申耆)는 술좌석에 익숙하니, 잔 돌리는 일을 맡길 만하다.

내각과 정원과 호조로 하여금 술을 많이 가져오게 하고, 노인은 작은 잔을,
젊은이는 큰 잔을 사용하되, 잔은 내각(內閣)의 팔환은배(八環銀盃)를 사용토록 하라.

승지 민태혁(閔台爀)과 각신 서영보(徐榮輔)가 함께 술잔 돌리는 것을 감독하라"하였다.

각신 이만수(李晩秀)가 아뢰기를,
"오태증(吳泰曾)은 고 대제학 오도일(吳道一)의 후손입니다.
집안 대대로 술을 잘 마셨는데, 태증이 지금 이미 다섯 잔을 마셨는데도
아직까지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희정당은 바로 오도일이 취해 넘어졌던 곳이다.
태증(泰曾)이 만약 그 할아버지를 생각한다면 어찌 감히 술잔을 사양하겠는가.

다시 큰 잔으로 다섯 순배를 주어라."

하였다. 식사가 끝난 뒤에 영보(榮輔)가 아뢰기를,

"태증(泰曾)이 술을 이기지 못하니 물러가게 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취하여 누워 있은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옛날 숙종조에 고 판서가 경연의 신하로서 총애를 받아
임금 앞에서 술을 하사받아 마시고서 취해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였던 일이
지금까지 미담(美談)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그 후손이 또 이 희정당에서 취해 누웠으니 참으로 우연이 아니다."

하고, 별감(別監)에게 명하여 업고 나가게 하였다.

그때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니, '봄비에 선비들과 경림(瓊林)에서 잔치했다'는 것으로
제목을 삼아 연구(聯句)를 짓도록 하였다.

상이 먼저 춘(春) 자로 압운하고
여러 신하와 여러 생도들에게 각자 시를 짓는 대로 써서 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취하여 짓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내일 추후로 올리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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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정조임금이 성균관 유생과 연회를 벌이던 창덕궁 희정당(熙政堂). 조선 후기와 대한제국시대에 왕의 사무실과 외국 사신 등을 접대하는 곳으로 사용하면서 한식과 서양식이 어우러진 건물로 진화했다. 시대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건축이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문화재청) ⓒ 문화재청


한편, 오태증의 일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3년 뒤, 조선왕조실록에 그는 다시 등장한다. 다름 아니라 술에 취해 제대로 출근을 못했는데, 그의 흑역사가 실록에 실리는 영광(?)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정조실록 42권, 정조 19년 6월 17일 1번째기사


1795년 청 건륭(乾隆) 60년 술에 취해 기주의 반열에 참여하지 못한 검열 오태증을 추고하라고 하교하다.

정원이 아뢰기를,

"검열 오태증(吳泰曾)은 입시하라는 명이 내려진 뒤에 인사불성이 되도록 취한 나머지,
일어나려다가 도로 쓰러지곤 하여 기주(記注)의 반열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온 나라가 기뻐하며 축하하는 날을 당하여 취하는 것도

상서로운 일에 방해가 된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잠필(簪筆: 사초를 작성하는 사관) 의 임무를 수행하는 신하로서 술을 조심해야 하는 경계를 소홀히 한 탓으로 이렇듯 예전에 없는 놀라운 일이 있게끔 하였으니, 사체(事體)를 돌아볼 때 중히 처벌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본원(本院:예문관)에서 추고(지금의 시말서를 쓰는 것과 비슷한 처분)를 청하는 외에는 달리 적용할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하니, 추고하라고 하교하였다.

실록을 작성하던 사관이던 '예문관 검열' 오태증!

아이러니컬하게 본인이 작성하던 실록에 자신의 술주정이 기록된 것이었다. 과연 그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실로 궁금할 뿐이다.

참고문헌: 조선왕조실록,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정약용 著, 박석무 譯)

[지난편 보기]: [역사카툰] 17화: '정도전-정몽주' 스승님도 고양이 집사였네

[제공: 카툰공작소 케이비리포트]
덧붙이는 글 (케이비리포트 역사카툰. 글/그림: 장수찬 작가, 감수 및 편집: 김정학 PD) 본 카툰은 카툰공작소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합니다. 출판 문의 및 정치/대중문화 카툰작가 지원하기 [ kbr@kbreport.com ]
#역사툰 #역사카툰 #사람이야기 #정조 #오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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