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 우리가 다시 국회에 모이는 이유

[촛불 1년, 우리가 쏘아 올린 희망은?④] 9일 국회서 시민토론회 개최 예정

등록 2017.12.06 08:07수정 2017.12.0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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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습니다. 촛불이 매주 광장을 가득 메운 결과 입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습니다. 촛불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요. 촛불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을까요. 박근혜정권퇴진행동 기념기록사업회와 <오마이뉴스>는 '촛불1년, 우리가 쏘아올린 희망은?' 공동기획을 통해 촛불 주역인 시민들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촛불이 남긴 변화와 희망, 한계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이 개최한 와글와글 시민평의회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지난해 11월 19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개최한 대시민토론회 '와글와글 시민평의회'의 모습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또 긴급소집이다. 모여드는 각 단체 활동가들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것도 모르고 온 듯한 불길한 표정이다. 조금 들어보니 역시나 맨땅에 헤딩할 기획이다. 기획의 요지는 매주 집회마다 시민들이 토론하는 장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가을 광화문 광장에는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와 적폐청산의 에너지가 폭발하고 있고, 할 말 넘치는 시민들이 각각 조그만 무대와 목소리를 가지고 집회가 끝나고 연설을 만들어냈으며, 시민자유발언대에는 신청자가 폭주했다. "광장의 외침을 시민들의 토론을 통해 숙의민주주의로 정리해내자"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시민 대토론으로 꽃피운 숙의민주주의

세 번의 주말 동안 큰 촛불집회를 치르면서 소통을 갈구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높아져 갔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아래 '퇴진행동')은 광장으로 쏟아져나온 시민들의 에너지뿐만 아니라 소통을 갈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을 준비해야 했다. 토론은 11월 19일 네 번째 촛불이 끝나는 밤 집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시민들이 가슴속 남은 이야기들을 마저 털어낼 수 있도록 서울시민청에 준비됐다.

유명인사나 전문가들이 마이크를 잡고 상호 간 토론하고 이를 구경하는 기존의 토론과는 달리, 시민들이 서로의 생각을 털어놓고, 털어놓은 생각들을 서로 나누고 토론을 통해 합의 지점을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왜 화가 났는지, 앞으로 집회는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는지(2016. 11. 19. 서울시민청) ▲정부의 능력과 도덕성을 견제할 장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2016. 11. 26. 시청광장) ▲한국사회 내가 한가지 바꿀 수 있다면(2016. 12. 10. 종로구청) ▲한국사회가 청년에게 헬조선인 이유는 무엇인지(2016. 12. 17. 스페이스 노아) ▲2017 대한민국 꽃길을 부탁해(2017. 2. 18. 장충체육관) 등 총 38차례의 토론이 진행됐다.

탄핵소추안 가결 1년, 그리고 지금...


시민들은 견제받지 못한 권력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보면서 분노했고,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든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넘실대는 촛불의 압도적인 힘에 이끌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78%의 찬성률로 가결되었다. 그리고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그리고 1년, 대한민국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2014년 4월 진도 바다 아래 침몰한 세월호가 3년 만에 인양되었다. 촛불을 든 성난 민심은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노동·여성·환경 등 각 분야의 개혁적인 아젠다를 내건 대선 후보들을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정교과서 폐지 명령,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및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선생님의 순직 인정 등 숨 가쁜 결정들을 막힘없이 해나갔다. 4대강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댐의 수문을 열었고, 최저임금은 2017년 대비 16.4%가 증액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99%의 기성 관료집단, 그리고 115석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하지만 개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원자력계 전문가 성명을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실이 대신 배포하는 등, 항명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4대강을 복원하기 위한 자문위원회에 국토교통부와 농림부가 추천한 전문가들은 수문 여는 것을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99%의 관료집단에 떨어진 문재인 정부의 1%의 정치세력은 관료들을 설득하기도 버거운 상태다.

뿐만 아니다. 시민들의 지지율은 20%를 밑돌지만 115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정당과의 동행은 개혁 의제를 가로막는 높은 벽이다. 일자리예산, 아동수당, 기초연금, 물관리일원화 등 각종 예산과 정책들이 한 문턱을 넘어가기가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국회에 모인다.

촛불 시민의 두려운 명령 앞에 꼬리를 내렸던 국회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수많은 촛불 의제를 가로막고 있다. 우리는 국회에 다시 모여서 지난 1년을 돌아보려 한다. 지난 1년 우리가 만난 작고 희망과 든든한 가능성을 함께 점검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간다. 우리는 그렇게 또 한발 나아가려고 한다.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했던 촛불은 꺼지지 않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설 것이다.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국회시민정치포럼은 오는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가 만난 희망'이라는 이름의 '촛불 1년 시민토론회'를 연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1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 행사는 촛불의 주역인 시민들이 지난 1년간 발견한 희망과 앞으로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자리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해 희망을 이야기할 시민 300명의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고 있다.

참가신청: http://bit.ly/2AKbDWJ

문의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02-733-1029, candle20161029@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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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 국회시민정치포럼은 오는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우리가 만난 희망'이라는 이름의 '촛불1년 시민토론회'를 연다.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기록기념위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박근혜정권퇴진행동 시민토론팀 신재은 활동가입니다.
#시민토론회 #박근혜퇴진행동 #국회 #촛불 1년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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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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