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기자의 작심 비판 "민주당 정부? 청와대가 다 해"

탄핵 1주년 기념 토론회 ...."촛불혁명 완성·개혁 위해선 당 중심 국정운영해야"

등록 2017.12.08 18:40수정 2017.12.0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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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가결 1주년 토론회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미래연구소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실 공동 주최로 열린 탄핵소추안 가결 1주년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박근혜 국회 탄핵의 정치사적 의미와 한국 정치의 시대적 과제란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 청와대에서 다 하잖아요? 당·정회의하면 당이 주도하시나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도 안 하는데 앞으론 할 건가요? 그럴 것 같진 않습니다."

행사는 그저 그렇게 끝나가는 듯했다. 토론자로 나선 성한용 <한겨레> 기자의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는.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정부'란 표현을 썼을 때 기대 비슷한 걸 했습니다. 저분은 말을 실천하는 분이니까. 그런데 그 '민주당 정부'가 전직 의원들을 청와대 비서관으로 많이 쓰고, 장관 몇 사람 시켰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국회 탄핵의 정치사적 의미와 한국정치의 시대적 과제'(더미래연구소·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 주최)얘기다.

성한용 "지금 상태론 촛불 개혁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1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행사에선 기념 축사와 촛불혁명·국회 탄핵의 주요 일지, 탄핵안 가결의 정치적 의미·역사적 교훈·앞으로의 과제 등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었다. 탄핵안 가결 당시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의원은 '탄핵, 100일간의 기록'이란 백서를 발간했고,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도 대거 행사장을 찾았다.

그렇게 2시간여 진행된 토론회 말미, 성 기자에게 돌아온 발언 순서.


"(촛불)혁명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큽니다. '이게 나라냐'며 국민들이 원한 것이 결국 제도적인 개혁으로 이어져야 할 텐데, 지금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토론자들 사이에서 "예정대로였다면 대통령선거 운동으로 한창일 지금 이런 토론회를 할 줄 누가 알았겠냐"는 농담이 오가는 등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던 행사장엔 뒤늦게 긴장감이 맴돌았다.

"법안이요? 야당이 동의 안 하면 하나도 못합니다. 신속처리대상법안이 돼도 330일이 걸리는데, 지금 (민주당)의석상으론 그마저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제도 개혁 중에 눈에 띄는 공수처 설치, 국정원 개혁도 안 될 것 같고, 개헌도 안 될 것 같고, 어떡하려고 하시는지... 좀 답답합니다."

성 기자는 "꼭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잘못만은 아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책임도 크고, 정치제도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면서도 이같이 쏟아냈다. 촛불 혁명 완수를 위해선 실질적인 제도 개혁까지 나아가야 하지만 현재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요원하다는 게 발언의 요지였다. 그는 해결책으로 민주당 정부를 통한 정책 연대를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의 중심에 우뚝 서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당과의 정책연대나 협치가 가능해진다"(자료집 내용)는 것이었다. '민주당 정부'가 되겠다는 약속과 달리 "청와대가 다 하고 있다"는 그의 비판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촛불집회 때 보수적인 성향 분들도 많이 나왔거든요. 정책연대든, 협치든 그때의 동력을 잘 끌어들여서 제도 개혁이란 최소공약을 이행하는 리더십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바르게 보여주면 참 감사하겠습니다.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끄덕인 우상호 "높은 지지율 안주해 욕 먹을까 두려워서 연대 안 하는 것"

대부분 참석자가 빠져나간 막판 토론회는 성 기자의 쓴소리 이후 다시 열기가 뜨거워졌다. 우상호 의원, 기동민 의원에게서도 작심 발언이 이어졌다.

성 기자 바로 옆에 앉아있던 우상호 의원은 1년전 탄핵안 가결 때와 같은 정당간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우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 보시듯이 234석(탄핵안 가결에 동의한 의원수)이 지금은 사실 150석 이하로 줄어든 셈인데, 이래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원내대표를 해보면 알 수 있지만 현재 121석으로는 단 한 건의 쟁점 법안도 통과를 못 시키는 무력감이 사실 현재 여당 내에 있다"면서 "개혁을 실천할 수 있는 실체적인 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그래 너희들 의석수가 적으니까 할 수 없겠지'하고 봐주실 거라고 보나. 저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본다"라며 "개혁연대라고 하든 적폐청산연대라고 하든 국회 내에서 문 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할만한 실질적인 세력을 만들지 않으면 여당이 심판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또 "제가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한 3번 주장했다가 문자폭탄을 많이 받았는데, 현실적으로 보시라. 국민의당 협조가 없으면 어떤 법안도, 어떤 예산도 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있지 않나"라며 "욕 먹을까 봐 현실을 다 알면서 용기를 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건 개혁을 위한 용기가 아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여당의원들도 높은 지지율에 안주해 '내가 책임질 일 아니다'며 자기 지역구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지금 있다"고 전했다.

기동민 의원도 이번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삭감된 복지 예산을 언급하며 "촛불광장에서 목놓아 외쳤던 사람들, 돈도 빽도 실력이라는 이들에 대해 자기 자존감을 걸고 목놓아 외쳤던 사람들을 정치권이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좌절감 느낀다"라며 "여야 협상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정치적 환경의 문제가 있겠지만 좀 더 당 지도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마지막엔 어느덧 이날 발표를 맡은 성 기자와 우 의원, 기 의원, 박완주 의원과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 이준한 인천대학교 교수, 김윤태 고려대학교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외에 참석자 대부분은 자리를 뜬 상태였다.

#성한용 #문재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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