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댓글수사 방해' 혐의 남재준·김병찬 등 기소

공무집행방해·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 적용... 당시 국정원 대변인 같은 혐의 적용 기소

등록 2017.12.11 17:33수정 2017.12.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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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피의자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서둘러 은폐한 정황이 다시 한 번 확인 됐다. 경찰은 핵심 증거를 은폐하고 서둘러 무혐의라고 발표했으며, 이런 진행 상황을 수사대상인 국정원 측과 공유했다. 이후 들어선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권의 명운이 걸렸다'라며 해당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방해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11일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 사건 관련 검찰 수사 및 법원 재판을 방해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위증교사 등)로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당시 대변인을 지낸 하아무개씨를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댓글사건이 불거진 2012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정상적인 대북 사이버활동을 한 것이고, 국정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해 허위사실을 통해 여론을 호도해 왔다. 

특히 김병찬 서장은 2012년 12월 국정원 직원의 노트북 등 전산자료 분석 과정에서 수사기밀을 국정원 관계자에게 사전에 누설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김용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재판 등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경찰청은 당시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 수서경찰서의 의뢰로 착수한 전산자료 분석 과정에서 지정 키워드 100개를 4개로 축소하고, 문재인·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마지막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2012년 11월 16일 밤 11시 '대선 후보 관련 비방·지지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당시 이 같은 경찰과 국정원의 대응이 사실상 '댓글공작' 은폐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김 서장은 또 중간수사결과를 수사 주체인 수서경찰서보다 국정원 관계자에게 먼저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서장은 '키워드 축소는 분석팀 자체 결정이며, 국정원 관계자와의 통화내역은 대부분 미연결 통화'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증거분석팀 관계자로부터 '김 서장이 (증거 분석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검찰은 김 서장이 2012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국정원 관계자와 주고받은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결과 사건이 불거진 뒤 경찰 중간수사결과 발표까지 불과 엿새(2012년 12월 11일~16일) 동안 80%(전체 58건 중 46건)가 집중된 점에 비춰 김 서장의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키워드 축소를 분석관들이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며, 수사상황을 국정원 측과 공유한 사실이 확인됐다. 통상 수사내용이나 결과를 사전에 수사대상자와 상의하고 미리 알려주는 건 심각한 사안"이라며 "공소시효가 임박해 조사가 급히 진행된 점 등에 비춰 구속영장 청구 등 달리 신병처리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불구속 기소했다"라고 말했다. 김 서장의 공소시효는 이날 불과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지난 2013년 4월 취임하고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공작 활동 전모를 파악하고도 사건을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남 전 원장은 별도 현안대응 전담팀(TF)을 꾸린 뒤 '(박근혜)정권의 명운, 국정원의 존폐가 걸려 있으니 개인일탈로 치부하고 반드시 무죄를 받도록 적극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TF가 2013년 4월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꾸리고,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원 전 원장의 댓글공작 지시 관련 자료를 삭제하거나 법정에서 허위진술하도록 조직적으로 은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남 전 원장 재직 당시 국정원이 자신들을 겨냥한 수사·재판에 맞서 검찰 수사·공소유지팀에 대한 사찰·음해성 정보를 수집해 청와대 등에 보고한 정황도 포착했다. 당시 수사팀 팀장, 부팀장을 맡고 있던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 박형철 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2013년 말 수사팀 업무에서 배제된 뒤 각각 정직, 감봉 징계를 받았다.

현재 남 전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6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제공해 국고를 손실했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뇌물공여 등)로 구속돼 있는 상태다.
#국정원 #남재준 #김병찬 #박근혜 #댓글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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