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 '문재인 케어'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주장] '보장성 강화'라는 방향은 옳지만, 심사평가에서 의사의 전문성 고려해야

등록 2017.12.13 10:04수정 2017.12.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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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심하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며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다만 찬반 논쟁의 방향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보장성 강화다. 비급여 치료항목을 급여항목으로 전환해 의료비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당연히 환영한다. 물론 국민들이 찬성하는 정책이라고 다 좋은 정책은 아니다. 그 부분만을 강조하는 정책은 자칫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고 결국 후대에 큰 짐에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OECD 평균 건강보험 보장률은 평균 78% 정도다. 반면 우리는 63%대(2015년 기준)에 머물러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이를 70%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아직도 부족한 수준이다.

이번 조치는 특히 아동, 노년층 그리고 저소득층 환자의 부담을 크게 줄인다. 다른 건 몰라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하는 사회는 벗어나야 적어도 선진국가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를 포퓰리즘이라 한다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까지 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케어는 세금 폭탄이 될 것이다?

문재인 케어를 비판하는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재원 확보가 충분하지 않아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가능한 이야기다. 지금은 당장 누적적립금이 있으니 그걸 활용하면 된다지만 결국 국고보조금도 늘리고 보험료율도 올려야 한다. 이를 두고 비판하는 이들은 이 정책은 세금 폭탄이 되고 건보료 폭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지 않는 한 건강을 위해 누군가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걸 개인이 내느냐 사회가 같이 부담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세금은 그런 곳에 쓰여야 한다. 세금을 조금 더 내고 보험료율을 조금 더 올려서 돈 때문에 병원에 못 가는 일이 없어진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 아닌가? 세금을 통해 진료비 부담을 줄이면 그건 부의 재분배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건보 국가지원금을 국회가 깎았다. 정부는 건보 가입자 국고지원액을 5조4201억원으로 짰는데, 지난 4일 국회의 예산안 합의를 거치면서 2200억 원이 줄어들었다. 정말 건보의 재정 건전성을 걱정한다면 이런 태도를 비판해야 옳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국가 지원금을 더 늘려가자고 주장해야 옳다. 보장성을 강화할수록 보험료율을 올려가자고 국민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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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선 의사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12.10 ⓒ 연합뉴스


의료계 반발, 단순히 밥그릇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 비판은 '비급여 항목이 사라지면 그나마 비급여 항목으로 유지해오던 중소병원이나 동네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고, 이는 진료과목의 편중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결과 의료수혜자인 국민이 결국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에서 이 주장이 결국 밥그릇 문제 아니냐고 비난받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는 않는다.

의료계의 대형병원과 동네병원의 격차, 전문의 과목 편중, 병원 도시 집중 현상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의료체계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해소해야 할 문제다. 다만 이 문제를 비급여 항목을 유지하여 덮어가겠다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이 문제들은 결국 급여항목 관리에 대한 문제에서 나온다.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심평원의 심사 기준과 급여항목의 부적절한 수가 수준에 대한 문제다. 좀 더 넓게는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누군가에게 일일이 심사받는다는 그 자체가 전문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인데 그나마 남아 있던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겠다고 하니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단순히 밥그릇 문제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정부도 이 점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모습으로 볼 때 신뢰가 안 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평가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의료계가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건 논쟁의 방향을 잘못 잡은 거라고 생각한다. 의사들의 생존권과 자율성 그리고 전문성 보장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우선하는 건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다. 그를 위해 건보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급여 부분의 문제는 이와 별개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심사평가에서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해야

급여항목 문제에서 우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심사평가다. 전문가인 의사가 치료법이나 약제를 선택하는 것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결국 급여항목 전반에 대한 반발로 이어진다. 물론 수가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하지만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성과 자율성 보장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의료계가 정부를 신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의료계도 이런 심사 제도를 만들게 한 도덕성 문제를 책임감 있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도 올라가고, 수가 적정성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입시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전국의 의대가 다 문을 닫고 서울대 문이 열린다고 한다. 의사가 현재 가장 선망하는 직업군임을 의미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의 옳고 그름을 떠나, 세상이 어렵기에 의료계로 인재들이 모인다는 의미다.

물론 의료계도 여러 경쟁 상황에 놓이면서 어려움이 점차 가중되고 있으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다른 분야는 이미 그 단계를 넘어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부디 최고의 선망 대상인 직업군답게 국민과 함께 어려움도 나누며 보조를 맞춰주길 바란다. 그래서 의료계가 사회적으로도 존경받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직썰에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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