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고속도로 사업자 위해 주민들이 희생? 안될 말"

대흥 주민들 노선변경 위해 4년 동안 싸웠지만, 정부는 여전히 침묵 중

등록 2017.12.13 11:57수정 2017.12.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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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대흥면 주민들과 지역 종교단체 지도자들이 13일 충남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재환


민가와 농지를 가로지르는 노선으로 민원이 들끓고 있는 서부내륙고속도로에 대한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택-부여- 익산을 잇는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 통과 지역 중 하나인 대흥면 주민들과 지역 종교단체 관계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 주민들과 대흥 구세군 교회, 천주교 봉수산 성지, 공덕암 등 지역 종교단체 관계자들은 13일 충남 도청 브리핑룸에 모여 "서부내륙고속도로의 노선을 봉수산 서쪽으로 변경하라"고 촉구했다. 예산군 대흥면에 있는 봉수산은 백제 부흥군이 주둔했던 임존성이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흥면은 1964년에 예당저수지가 만들어져 6천여 명의 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고 현재는 봉수산 자락에서 피눈물 나는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며 "또다시 마을을 파괴하는 고속도로 계획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흥면은 예당저수지와 봉수산 등 뛰어낸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덕분에 지난 2009년에는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서부내륙고속도로가 마을을 양분하고 수십 년간 보존해온 천혜의 자연경관을 파괴하고 있다"며 "고속도로의 계획은 즉시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노선변경 요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주민들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훌륭한 전통문화를 물려주기 위해 지난 4년여간 청와대 3회, 국회 4회, 국토교통부,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36회, 충남도 11회, 등 많은 건의와 면담을 진행했다"며 "하지만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서부내륙고속도로가 대흥 슬로시티를 관통하는 이유를 휴게소와 IC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예당저수지 인근에 휴게소를 점찍어 놓은 상태에서 그 위에 노선을 긋다 보니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현 노선이 탄생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와 관련, 대흥 지역 종교단체와 행정협의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자 사업자의 수익을 위해 휴게소를 만들고, 마을을 파괴하는 고속도로는 수용할 수 없다"며 "대흥의 모든 종교 및 행정협의 단체는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대흥면 주민 윤중섭씨는 "서부내륙고속도로는 결코 주민들을 위한 고속도로라고 볼 수가 없다"며 "자연경관이 빼어나 슬로시티로까지 지정된 대흥면 일대를 절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자고속도로 #서부내륙고속도로 #대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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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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