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영장 '또 기각'... 검찰, "본적 없는 사유" 법원 맹비난

주요 피의자 신병 확보 실패로 수사 차질... 검찰-법원 신경전 고조

등록 2017.12.13 16:38수정 2017.12.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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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과 GS홈쇼핑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2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7.12.12 ⓒ 최윤석


"그간 본 적이 없는 기각 사유다."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 관계자가 내놓은 반응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3일 새벽 "범행이 의심되기는 하나, 범행 관여 범위에서 다툴 여지도 있다"라는 사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 결정에 검찰이 '납득하기 어렵다' 정도로 입장을 표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본 적 없는 사유"라고까지 반발하는 건 평소보다 과열된 반응이다.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 내부에 쌓인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다툴 여지가 없는 사건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 전 수석은 홈쇼핑 방송사 재승인에 관여할 수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시절 복수의 홈쇼핑 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낸 뒤 자신이 사실상 지배한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또 롯데 측으로부터 기프트카드를 받아 가족들이 사용하게 했고,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에 한국e스포츠협회 관련 예산을 증액하도록 직권을 남용해 압박한 의혹도 불거졌다. 전 전 수석은 이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

한 차례 기각 후 보강 수사를 벌여 구속 영장을 재청구한 검찰은 이날 법원의 결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뇌물 범행이 의심은 되는데,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기각 문구는 그간 본 적이 없다"라며 "당사자가 100% 자백하거나 (범행 현장이) CCTV에 녹화된 특수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다툴 여지가 없는 사건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법원이 전 전 수석의 비논리적 변명을 수용했다"고도 말했다. 전 전 수석이 "뇌물 공여자가 줬다고 진술한 기프트카드를 가족들이 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어떤 경위로 썼는지는 모르겠다는 태도를 취한다"라는 것이다.


여기에 전 전 수석에게 보고하고 후원금을 받았다는 입장인 공범 윤아무개 비서관이 이미 구속됐다.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법원의 이번 결정은 다른 구속 사건과도 형평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속 영장 발부 기준을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주요 피의자인 전 전 수석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검찰은 이후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구속 영장을 재청구할 방법은 없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영장 전담 판사의 결정이 처벌 필요성을 줄이는 건 아니다"라며 "정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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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시절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12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검찰 수사관들에 이끌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2.12 ⓒ 최윤석


같은 날 군 사이버사 정치 개입 사건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의 구속 영장도 기각되자 검찰은 즉시 반발했다. 지난 9월 구속 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법원과 날 선 입장문을 주고받은 이후 한동안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신경전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은 이날 영장 기각 50여 분 만에 "김 전 기획관이 청와대 안보라인의 핵심 참모로 다른 공범들에게 정치 관여를 적극 지시해 그 책임이 무거운 점을 간과했다"라고 반박했다. 또 "그 자체로 중대범죄인 군사기밀 등 유출에 대해서는 구속 사유로 별달리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구속영장 #전병헌 #김태효 #서울중앙지방법원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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