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영화 <1987> 연기한 배우들은 왜 촛불 집회에 나갔나

[현장] 2017년 연상시키는 영화 <1987> 현대사 압축적으로 녹여내

17.12.13 19:06최종업데이트17.12.13 22:48
원고료로 응원

▲ 화이팅 외치는 영화 '1987' 주역들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1987’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이희준, 박희순, 하정우, 장준환 감독, 유해진, 김태리, 김윤석이 취재진을 향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13일 영화 <1987> 언론 시사가 끝나고 난 기자간담회 현장, 영화를 연출한 장준환 감독은 울고 있었다. 감독은 "배우들이 옆에서 하도 훌쩍이니 나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더라"라면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자신이 연출한 영화를 보고 감독 자신이 우는 민망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장준환 감독은 연신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이런 걸 자뻑이라고 하는데" 하면서 "상업 영화지만 진심을 다해서 1987년도의 땀 흘리고 피 흘렸던 분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준환 감독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각자 영화 <1987>에서 1987년도의 시대적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이희준)라거나 "몸에 열이 올라서 주체를 못 하겠다"(김윤석)라든지 "감독님이 이 영화를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김태리)고 감독의 눈물에 화답했다.

'2017년 촛불집회' 연상하게 하는 영화 <1987>

여러모로 영화 <1987>은 2016년 10월부터 시작돼 2017년 '장미 대선'을 이끌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연상시키게 만들었다.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덮으려는 대공수사처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온 국민이 "대통령 직선제"를 외치며 거리로 뛰어나와 광장으로 모이는 장면으로 끝난다. 무엇보다 장준환 감독은 처음 캐스팅 단계서 배우 김태리를 만났을 때부터 현시대를 대하는 생각을 물었다고 한다. 김태리는 이번 영화서 가장 평범한 소시민인 87학번 대학생 연희 역을 맡아 연기했다.

배우 김태리는 "시간이 되는 한 매주 광화문 광장에 나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지만 처음 광장에 나갈 때 마음은 '이거 나간다고 세상이 변화될까?'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다소 비관적이었지만 촬영을 하면서 보지 않으려 했던 비관적인 마음속 불꽃이 확 타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또 "우리가 진짜 광장에 모여 이뤄낼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가진 국민들이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1987>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이희준 또한 시나리오를 읽고 2017년 촛불 집회 현장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희준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읽다가 '도대체 1987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싶어 자료를 조사하다가 방에서 울었다"며 "일단 영화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집회부터 나갔다"고 털어놓았다. 

박희순은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을 언급했다. "과거는 현재를 돌아보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1987년도에 일어난 일이지만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현재도 똑같은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를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준환 감독은 "2017년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왔던 뜨거움과 1987년 최루탄에 맞서 구호를 외치던 국민들의 뜨거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1987년과 2017년은 미묘하게 연결이 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분명하게 영화 <1987>이 2017년 촛불 집회의 뜨거움을 계승하고 있는 영화임을 알렸다.

영화 <1987>, '모두가 주인공이던 해'를 다룬 '인물의 드라마'

▲ 박종철-이한열 질문에 눈물 흘리는 영화 '1987' 장준환 감독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1987’ 언론시사회에서 장준환 감독이 소감을 말하던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영화 <1987>에는 각각 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을 만한 배우들이 조금씩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검사 역할을 맡은 하정우 또한 주연이지만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을 정도다. 인물들은 스크린 속에서 나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배톤 터치를 하듯 연기한다. 영화 <1987>의 캐치 프레이즈이기도 한 "모두가 주인공이던 해"에 걸맞은 인물 드라마를 그려내고 싶었던 장준환 감독의 의지 덕분이다.

장준환 감독은 "1987년은 온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해 낸 의미가 있는 해인데 거리로 뛰어나오기까지 밑에서 계속 열이 가해지고 있었다"면서 "각기 다른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고 결국 전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김윤석부터 하정우, 김태리, 유해진, 박희순, 이희준만이 아니라 설경구, 김의성, 문성근, 우현, 유승목, 조우진, 오달수, 고창석, 여진구, 강동원 등 걸출한 배우들이 조금씩 등장한다. 장준환 감독은 이 모든 작업이 "기적 같이 느껴진다. 위에서 누가 보살펴 주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감격했다. 이어 "이 모든 배우들의 캐스팅은 내가 설득했다기보다 스스로 참여해주신 게 크다"라며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힘이 있다 믿고 참여해주셨다"고 밝혔다.

영화 1987 김윤석 하정우 김태리 유해진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