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 수사, 윤종오 의원 때처럼 할 수 없나

[취재수첩] 진보인사에 먼지털이식 수사하던 검찰이 왜?

등록 2017.12.14 15:02수정 2017.12.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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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 무소속 윤종오 의원과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검찰의 3번재 압수수색이 있은 4월 20일 오후 1시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2번의 압수수색에도 증거를 찾지 못하자 뭐든지 털려고 한다"며 울산지검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은 7월 14일 윤 의원 주변을 4번째 압수수색했다 ⓒ 박석철


검찰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경찰이 끈질긴 수사 끝에 적발한 불법 고래고기 수십억 원 어치를 업자에게 되돌려 준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사건을 맡았던 울산지검 해당 검사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고래고기의 불법 여부가 바로 입증되지 않았고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환경단체 고발로 수사를 맡은 경찰은 물론 대다수 시민들은 이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년이 지난 후 검찰이 고래고기를 돌려준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9월부터 경찰이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인 해당 검사는 다음주부터 1년간 해외연수를 떠난다.

또한 경찰이 고래고기를 돌려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를 대상으로 청구한 사무실과 거주지 압수수색도 검찰은 기각해 버렸다. 검찰이 사실상 수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이번 사건은 돌려준 고래고기의 액수가 30억원 대에 이른다는 점, 경찰이 불법이라고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해당 물품을 피의자에게 돌려줬다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

전 사회적으로 검찰개혁 목소리가 터저나오는 시점에서 의혹을 자처한 검찰이 이에 아랑곳않고 대응한다는 것이 무소불위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아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검찰이 그동안 해당 지역 울산에서 해온 수사 형태를 보면 더욱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시민사회와 노동계, 무엇보다 당사자의 강력한 항변에도 오히려 더 끈질긴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를 벌여온 것이 엊그제인데 막상 자신들의 문제에 맞딱뜨려지자 태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진보인사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한 검찰이건만...

2016년 4.13 총선을 6일 앞둔 4월 7일 오전, 검찰이 돌연 울산 북구 무소속 윤종오 후보 측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자 울산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까지 울산으로 와 손을 들어준 후보인지라 시민들의 관심은 컸다.

공교롭게도 그날 저녁 8시, 울산mbc와 ubc울산방송이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발표한 울산지역 6개 선거구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윤종오 후보가 47.7%로 새누리당 윤두환 33.7%에 14%p 차로 크게 앞서자(무응답은 18.6%였다) 압수수색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져 갔다.

윤 후보 측은 물론 야권 전체가 "새누리당의 선거 열세를 만회하려는 명백한 표적수사이자 기획수사"라고 주장했다. 일주일 뒤의 선거 결과 윤종오 후보는 여론조사보다 훨씬 높은 61.5%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윤두환 후보(38.5%)에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윤종오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집요했다. 당선 다음날인 4월 14일 오후 검찰이 선거사무소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4월 20일에는 오전 윤종오 당선자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물론 선거사무장 집 등 3곳도 아울러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어졌다. 선거가 끝난 지 석 달 뒤인 7월 14일 현대차노조 조합원인 윤종오 의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노조 현장조직 '민주현장' 사무실과 윤종오 후보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현역 북구의원인 윤치용 울산 북구의원을 포함해 윤종오 의원실 권순정 여성위원장, 현대차노조 조합원, 자치단체 노조 조합원, 시민단체 회원 등 다수가 포함됐다.

윤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라며 "검찰의 압수수색은 울산 최다득표 후보를 지지한 노동자와 주민들을 무시한 공안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국 윤 의원을 기소한 검찰은 지난 3월 3일 윤종오 의원에게 징역 2년이라는, 해당 사례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외 선거사무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거운동원 6명에게는 징역 10개월~징역 1년 6개월, 나머지 3명에게는 벌금 200만~500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 구형 후 3주 뒤인 3월 24일 울산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동식 부장판사)는 윤종오 의원에게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받은 류경민 당시 선거사무장에게는 무죄를, 나머지 선거운동을 한 현대차 조합원 등에게는 벌금 70만원과 150만원 등을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이 윤종오 의원에게 중형을 구형하며 주장한 4가지 혐의 중 '1인 시위를 빙자한 사전선거운동 혐의'만 위법으로 보고 나머지 유사기관 이용, 전화사전선거운동, 숙소제공 등 매수 및 이해유도 등 혐의는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윤종오 의원이 주장한 억울하다고 항변 한 것을 법원이 대부분 인용한 것이기도 했다.

윤종오 의원은 오는 22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2심 재판부가 20여차례 공판 끝에 1심이 내린 판결을 뒤엎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것이 어떤 결말로 나올지 주목된다.

특히 대법원 판결은 1심에서 무죄로 판결난 '유사기관 이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끊임없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에 대한 판정이기도 해 대법원 판결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울산지검 #고래고기 #윤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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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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