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없고 '교수'만 많은 교육혁신기구... 왜?

국가교육회의와 학교교육혁신분과위 위원에 현직 교사 없어... "탁상 교육정책" 우려

등록 2017.12.14 14:31수정 2017.12.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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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에 열린 교육부 정책자문위 전체회의 모습. 김상곤 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에 나온 현수막 날짜 '2017. 10. 9'은 진행팀이 잘못 적은 것이다. ⓒ 교육부


청와대와 교육부가 유초중등 학교교육혁신 등을 목표로 만든 기구에 현직 교사 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원 자리는 대학 교수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교육계 인사들은 "현 정부의 교사 홀대, '교사 패싱' 때문에 탁상머리 교육정책이 나올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학교정책' 만든다면서 위원으로 교사·학부모 배제?

청와대는 지난 13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국가교육회의 규정에 따르면, 이 기구는 '교육기회의 균등한 보장, 학교교육 혁신, 고등교육 혁신, 학교와 지역사회 협력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할 예정이다.

그런데 김상곤 교육부장관 등 당연직 위원 9명을 뺀 12명의 민간위원(신인령 위원장 포함) 가운데 현직 교사는 0명이다. 학부모 대표도 0명이다. 반면에 교수는 7명이나 위촉됐다. 이에 따라 국가교육회의 산하에 설치될 것으로 보이는 '학교교육분과'(가칭)에도 교사 위원이 한 명도 없게 됐다.

이뿐만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 11월 9일 출범시킨 교육부 정책자문위의 '학교교육혁신분과위원회'의 상황도 비슷하긴 마찬가지. 전체 11명의 위원 가운데 교사는 한 명도 없다. 반면 교수는 6명이다.

이 같은 인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문체부는 지난 11월 13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8명을 위촉했다. 신임 위원 가운데 교수 직함을 가진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대신, 강홍구 미술가 등 8명 모두 문화계 인사로 구성했다.

이미 교육부는 지난 9월 학교별 검정교과서 선정 단계에서 '교사 등수 추천권'을 없앤 이전 정부의 지침을 그대로 적용했다가 교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관련 기사 : 교과서 3분에 한권씩 선정하라고? 황당한 교육부 지침).


2014년 교육부는 교학사<역사> 교과서 채택 비율을 높이기 위해 교사 순위 추천권을 갑자기 없앴는데 새 정부 교육부에서도 이를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교과전문가인 교사들은 교과서 순위를 매기지 못한 채 결정권을 넘기고, 지역위원과 학부모위원이 다수인 학운위에서 교과서 채택 순위를 매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사 홀대'론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 지역에서 교육활동을 오랫동안 펼쳐온 임성무 교사(대구 강림초)는 "교사를 주체로 세우지 않고 위원으로도 전혀 참여시키지 않는 채 생산된 교육 정책은 허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벌여온 채희태 전 서울시교육청 직원도 "교육기구에 교사만 있어도 안 되겠지만 교사가 하나도 없다니 놀랍다"면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가와 외부자의 적절한 배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기지역 한 교장은 "현장을 잘 모르는 교수가 교육 정책을 생산해왔으니 교육 정책이 현장에서 실천이 못되고 흉내만 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원지역 김아무개 장학사는 "(교육부) 정책 문서에만 교육 주체가 교사라고 쓰여 있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지역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아무개 교사는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실천하는 교사를 찬밥으로 생각하는 이 정부가 교육 혁신을 바라기나 하는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교육회의·교육부 "교사를 일부러 배제한 것 아냐"

이에 대해 국가교육회의 관계자는 "위원 가운데엔 이전에 교사로 활동했던 분들이 3~4명 있으며 이들이 현장을 잘 알고 있다고 봤다"면서 "이후 전문위원회 등에 현장교사들을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도 "학교교육혁신분과 위원에 학교현장을 잘 아는 교감, 교육청 인사 등을 참여시키는 등 현직 교원들을 일부러 배제시킨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가 현직 교사가 하나도 없게 됐다"면서 "교사위원이 빠졌다는 지적에 따라 교육부도 현직교사 보강을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교사 배제 #교사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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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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