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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박세웅-박종훈, 올해는 '0표 클럽'일지라도 내년엔

[KBO 골든글러브] 올해 활약했지만, 한 표도 받지 못한 비운의 선수들

17.12.15 14:26최종업데이트17.12.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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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의 천생연분 ⓒ MBC


<천생연분>의 0표 클럽, 기억하시나요?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2000년대 초반 예능계를 주름 잡은 대표적인 인기 프로그램이다. 청춘남녀 스타들이 다양한 개인기를 뽐내며 짝짓기를 하는, 지금 기준으론 상당히 '손발 오그라드는' 포맷이었다. <천생연분>에는 개그맨 윤정수, 그룹 NRG 멤버 천명훈 등 이른바 '0표 클럽'이라 불리던 감초 출연자들이 있었다. 

여성 출연자들의 표를 단 하나도 받지 못해 그렇게 불렸지만, 이들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출중한 외모의 스타 출연자들을 받쳐주던 '0표 클럽'이 없었다면 <천생연분>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프로야구 골든 글러브 시상식의 '0표 클럽'

2017년 생애 첫 두자리 승수 달성에 성공한 SK 박종훈 ⓒ SK와이번스


프로야구 각 포지션 최고 선수를 선정하는 2017 시즌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지난 13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비록 일부 포지션 수상에 대한 논란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트로피는  제 주인을 찾아간 모양새다. 올해 타자 부문은 타율 기준을 없애고 수비이닝 출장을 새롭게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지난해 45명에서 올해는 85명으로 대폭 후보자 수가 급증한 게 예년과 달라진 부분이었다. 후보자 수가 많아지다 보니 상당수 선수들은 실제 득표에선 한자릿수 표를 얻는 데 그치는 아쉬움도 남겼다.

이 가운데 국내 선수 중 단 한 표도 얻지 못한 선수는 모두 15명에 달한다. 물론 예년 후보자 선정 기준이었다면, 후보로 이름조차 올리기 어려웠을 선수도 제법 있었기에 일부 야구팬들은 "한 표도 못 받냐?"며 이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그중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운 소리를 듣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0표 선수들은 칭찬이 아깝지 않을만큼 활약했으며 작지만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박세웅, 이형종, 박종훈, 채은성... 각기 다른 사정의 0표 득표자들

시즌 초반 뜨거운 타격으로 주목받은 이형종 ⓒ LG 트윈스


LG 이형종(타율 0.265 9홈런 44타점)에게 2017년은 새롭게 타자로서 거듭난 시즌이기도 했다. 유망주 투수였지만 부상, 팀 이탈, 은퇴, 복귀, 타자 전향 등 지난 수년간 남다른 우여곡절을 겪으며 혼란을 겪던 그가 뒤늦게 나마 팀 전력의 한 축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규정타석도 채우지 못했고 시즌 100안타 달성에도 실패했지만 삼성 김헌곤(타율 0.264 9홈런 47타점)에게도 1군 야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한해였다.

이와 달리 LG 채은성(타율 0.267 2홈런 35타점)에겐 기억에서 지우고픈 시즌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규정타석, 3할 타율, 80타점을 넘기면서 이른바 '육성선수 신화'를 만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불과 한 해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2017시즌이 아쉽기론 롯데 김문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생애 최고 시즌(첫 규정타석 타율 0.325 7홈런 70타점 OPS 0.831)을 보냈지만 올해 부진을 겪었다. 시즌 중후반부에 들어선 이우민, 박헌도 등과 플래툰 출장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롯데 차세대 에이스로 급부상한 박세웅 ⓒ 롯데자이언츠


아쉽게 0표에 그쳤지만 롯데 박세웅(171.1이닝 평균자책점 3.68 12승 6패)은 프로입단 4년차만에 최동원-염종석의 뒤를 잇는 차세대 '안경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항상 잦은 사사구로 우려를 샀던 SK 박종훈, 빠른 볼 외엔 아무것도 없었던 팀 동료 문승원도 각각 두 자릿수 승수, 규정이닝 달성 등으로 팀 선발 투수 한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빈약한 팀 타선의 지원 속에도 FA 이적 첫해 당당히 10승 투수의 위용을 보여준 LG 차우찬, 마당쇠 노릇을 톡톡히 해낸 불펜 요원 진해수도 0표의 서운함은 뒤로 밀어내도 좋을 만큼 멋진 활약을 해냈다.

지금은 비록 양현종, 최형우, 손아섭 등 다른 동료 선수의 수상을 돋보이게 해준 조력자 역할에 머물렀지만 어느 누군가는 내년 혹은 그 이후엔 수상의 영광을 누릴지 모를 일이다. 이제 아쉬움은 이제 뒤로 하고 내년 시즌을 위해 다시 한번 스파이크 끈을 묶을 시간이다. 이들이 내년에는 새로운 도전에 성공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역시 지난 2017시즌을 빛내준 모든 선수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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