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는 개를 안락사하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등록 2017.12.18 08:38수정 2017.12.1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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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나 자신의 가족에 해를 끼쳤다면 열배 백배로 복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인간이라면 너무도 당연하다. 법에 의해 범죄자가 처벌되지만 어떤 처벌도 피해자의 마음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좀 달랐다. '사람이 강도질을 계획하다 발각된 경우 그를 죽인다' 함무라비 법전 22조의 내용이다. 피해자가 신분이 높거나 권력자라면 그 처벌은 더욱 엄하고 잔혹하기까지 했다. 군주의 권위와 신분 사회라는 기강을 바로잡아 나라가 유지될 수밖에 없던 시절이기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면서 직접 위해를 가하는 엄벌주의는 차츰 사라졌다. 심지어 사형조차 집행하지 않는 나라가 전 세계 163개국이나 된다. 국가 권력이라도 사형은 또 다른 살인이라는 명제에 많은 국가가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범죄가 개인의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동반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단순 처벌을 넘어 교화와 사회 재적응까지 책임지려는 문명사회의 오랜 경험의 결과물일 것이다.

물론 사형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뉜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과거 참혹한 엄벌주의로 돌아가길 원하는가를 묻는다면 아무도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인간은 스스로 존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죄자라도 최소한의 존엄성을 존중받는 사회가 나의 존엄성도 지킬 수 있는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가 빈번하다. 심지어 그 결과로 사람이 죽는 일까지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다. 그런 개를 키운 보호자를 강하게 처벌하자고 한다. 동의한다. 평소 관리를 소홀했다면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사람을 문 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린다. 일부에서는 한번 문 개는 또
물 수 있기 때문에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일리 있는 이야기다. 개보다 사람이 먼저이기에 사람이 위험할 수 있다면 그런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말이다. 특히 그 물린 사람이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충분히 이해된다.

대부분의 개는 두려워서 문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세상의 많은 개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을 물 수 있다. 수의사인 나에겐 개에게 물린 수많은 상처가 삶의 흔적처럼 남아 있다. 특별하게 병적으로 문제 되지 않아도 개는 사람을 물 개연성이 늘 존재한다. 개는 대부분 두려워서 문다. 행동학의 오랜 연구 끝에 나온 결과다. 그 두려움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생기거나 가중된다. 유전적 이유, 어미 개와의 조기 이유 여부, 사회화 여부, 올바른 훈련·교육 여부 등에 따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나 친숙함 정도가 다르다. 심지어 매우 친숙한 개라도 지나치게 두려운 상황에 놓이면 마지막엔 물 수 있다. 따라서 그냥 무는 행위 결과만 가지고 그 개를 안락사시켜야 한다면 세상엔 살아있어야 하는 개는 별로 남지 않을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개가 사람을 무는 상황에는 유발 동기가 있었다. 대부분 개의 습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갑자기 다가가거나 거칠게 다룰 때 또는 놀라게 할 때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런 개들은 두려워서 문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개를 키우는 사람의 책임이 너무도 막중하다. 입양 시기부터 사회화와 올바른 훈련·교육을 해야 한다. 평소 개를 데리고 다닐 때 줄을 묶는 것은 물론이고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는 애견인의 책무이다. 그리고 국가나 사회도 그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를 줄이기 위해 무는 개를 무조건 안락사하는 것이 옳은 해법이 아니다. 오히려 개를 키우든 안 키우든 개의 습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개를 대할 수 있는 안전교육을 하는 것이 훨씬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히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교육이 필요하다.

무는 개는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적극적인 교육이나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병적인 공격성을 가진 개도 분명 있다.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면 최후의 방법으로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존엄하다. 그리고 만물의 영장이다. 우리에겐 개의 생명을 언제든지 뺏을 수 있는 강한 힘이 있다. 하지만 쉽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인간을 더욱 존엄한 존재로 만들어 주
지 않을까?

개는 1만 년 이상 사람의 필요에 의해 우리와 생활을 했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 셈이다. 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개는 사람과 이제 뗄 수 없는 존재다. 애견인들이 더욱 노력해야겠지만 개의 존재를 수용하는 여유도 우리의 삶엔 필요하다. 그게 우리 모두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월간축산 12월호에 일부 발췌되어 게재됩니다.
#반려동물 #무는 사고 #맹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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