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의료훈련 이름 아래... 불에 태우고, 칼로 찌르고

[사람과 동물, 그리고 책 이야기] 전쟁으로 희생된 동물들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등록 2017.12.20 10:43수정 2017.12.20 10:43
0
원고료로 응원
언제부터인가 동물 관련 책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고 관심 갖는 이도 많아졌다. 반려동물 훈련법이라던지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담은 에세이가 주류이긴 하지만 동물권리를 다루는 진지한 책들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수도 많아졌고 정부에서도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방역과 관리에 들어갔다. 공장식 축산과 동물 학대를 다룬 기사들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제서야 사람들이 동물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라 한편으로는 반가운 마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도 따라온다. 주위에 고통받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깟 동물한테 정성을 쏟고 관심을 갖느냐는 시선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마음은 똑같은데 동물을 위한 일이라면 유별나다고 여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에도 꾸준히 동물보호 활동을 하고 동물권리를 실현하려는 분들이 계시고 그분들의 역할이 있었기에 동물 책만 취급하는 책방을 열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책방과 가장 직접적인 한 출판사의 몫이 큰데 10년 넘게 동물 책만 출판하는 '책공장더불어'가 바로 그곳이다. 아무도 동물 책에 관심 갖지 않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동물 책만 출간하며 동물권리와 동물의 문제를 책으로 전하고 있다.

a

ㅡ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앤서니 J. 노첼라 2세 , 콜린 설터, 주디 K. C. 벤틀리 (엮음) 지음 ⓒ 책공장더불어

최근 '책공장더불어'의 서른여섯 번째 책이자 동물권리시리즈 여덟번째 책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가 출간 되었다.

전쟁은 인간들 스스로가 자초하는 재앙이다. 많은 목숨이 전쟁에 희생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 후유증도 크다. 그 참혹한 전쟁에서 동물도 예외는 아닌데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에서는 고대 시절부터 현대까지 인간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희생당하는 동물들의 사례를 고발한다.


특히 미국의 군사 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이 많은데 이는 전 세계의 안보를 책임지는 미국이 실상은 무기 수출국 1위에 전 세계에 700곳이 넘는 군사기지를 두고 있고 군사비와 안보비로 연간 9000억 달러를 지불하며 전쟁산업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안보라는 명목으로 전쟁을 치르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숨기고 있는 동물들의 희생을 전한다.

'미군은 이라크에서 반군들이 심어놓은 폭발물을 찾기 위해 1000마리가 넘는 개를 투입했다. 베트남 전쟁 때도 미군은 수천 마리의 개를 이용했다. 그중 상당수는 전쟁터에서 죽었고, 살아남은 개들 역시 잔인한 운명을 맞이했다. 미군은 전쟁에 동원되었던 개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켰다.' - p61

남겨진 개들은 대부분 도살 당했고 살아난 몇몇은 그나마도 도축업자에서 도축되었다. 전쟁에 대한 개들의 공로치고는 너무 비참한 최후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노숙자가 되어 거리를 떠도는 것만큼 처량하고 비참하다. 동물에 대한 폭력이 전쟁터에서만 일어났던 건 아니다. 미국 내 군사기지에서도 의료 훈련이란 이름하에 잔인한 폭력이 행해진다.

'미군과 민간 훈련 하청업체로부터 정보공개법을 통해 입수한 기록과 내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생체 훈련에서는 동물을 불에 태우고, 총으로 쏘고, 칼로 찌르고, 볼트 절단기로 뼈를 부러뜨리고, 심지어 정원용 전지가위로 사지를 자르기까지한다.' - p90

동물은 사람과 해부학 구조가 명백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의료 기술을 신속히 가르치기 위해 동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로 동물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전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희생당하는지 잘 모른다. 어느 미디어도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군사 폭력에 대해서 보도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 누군가는 고통 속에서 허덕일 때 누군가는 자신이 뱃속을 두둑이 채운다. 전쟁이 인간과 더불어 다른 생명에 가해지는 폭력이 어떠한지 알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책 한 권 읽어보기를 권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쟁이라는 게 수많은 기업과 회사의 이윤이 얼마나 많이 얽혀있는 거대한 산업인지 짐작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쏳아져 나오는 대형 서점가에서 동물 책 한 권을 입고시키는 게 얼마나 힘들지 짐작해 보았다. 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서점에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많고 많은 책 중에 동물 책이 선택되기도 힘들다. 나 역시 동물 책을 서점에서 집었던 적이 있었나? 별로 없었다. 동물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가 이유고 무겁고 어려운 내용의 책보다는 재밌고 읽기 쉬운 책을 먼저 골랐다.

첫 반려견을 입양 후 서서히 동물 책도 사서 보고 동물 문제에 대해서 관심도 갖고 동물보호단체에 정기후원도 하게 되었다. 나의 반려동물이 이쁘고 사랑스러우니 남의 반려동물도 이쁘고 사랑스러웠고 그러다 보니 길 위의 동물에게도 관삼이 갖고 야생동물에게도 관심이 갔다. 그렇게 동물권리에 대해서 서서히 접근해갔다.

동물과 교감하고, 공감하고, 모든 생명과 더불어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책공장더불어'는 10년 넘게 한길을 걸어가고 있다. 큰힘이 되어 드리진 못하지만 변방의 동네책방에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동물권리를 위한 일에 지치지 마십시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반려동물 전문서점 <동반북스>의 지기입니다.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 고대부터 현대 최첨단 무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동물 착취의 역사

앤서니 J. 노첼라 2세 외 지음, 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7


#동물은전쟁에어떻게사용되나? #책공장더불어 #동물권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