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재판에서 '메릴 스트립'의 수상소감이 나온 이유

특검, 블랙리스트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구형량... "문화인들의 고통 외면해"

등록 2017.12.19 13:42수정 2017.12.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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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할리우드에는 아웃사이더와 외국인이 넘쳐난다. 이들을 쫓아내면 미식축구와 이종격투기 말고 볼 게 없다. 그건 예술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자기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 우리는 모두 패배한다."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의 골든글러브 수상소감이 법정에 소개됐다.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를 작성·실행하도록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내려달라는 의미였다.

1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블랙리스트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의 마지막 공방 절차가 이뤄지는 자리다.

오전에 약 2시간에 걸쳐 최종 의견진술을 마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징역 6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 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5년,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에게는 징역 3년을 처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과 동일한 구형량이다.

이용복 특별검사보는 "이 사건은 공공재 성격을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계의 다양성 구현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인 약 2천억 원 규모의 문화예술 기금을 단지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지원을 배제한 사건"이라며 "민주주의는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피고인들은 지난 30년간 국민 모두가 지키고 가꿔온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피고인들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 특검보는 메릴 스트립의 수상소감을 읽은 뒤 "피고인들은 권력 최상층부에서 단지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거나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예술인들을 종북 세력으로 몰고, 지원을 배제했다"며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싸운다는 명분 아래 그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 피고인들은 (블랙리스트)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하면서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고통을 겪은 문화예술인들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하늘색 수의를 입은 채 옆으로 돌려 앉아 특검의 의견진술을 들었고,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남편 박성엽 변호사의 뒤에 앉아 이따금 검사석을 바라봤다.

오전에 이어 오후 2시부터는 변호인단의 최종 변론과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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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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