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광암들' 농민 피해 MB에게 구상권 청구해야

[주장] 보 개방에 따른 농민피해는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등록 2017.12.20 10:13수정 2017.12.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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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피해을 호소하는 광암들 농민들에게 낙동강유역청 담당자가 함안보의 수위 변동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함안보 수문 열자, 수막재배 농민들 피해 입어

"녹조가 심하다고 심하다고 그리 말들이 많더마, 당신들 환경단체 때문에 우리 농민들은 죽게 생겼다. 당신들이 책임질 거냐", 

"머리에 먹물만 든 것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실상을 전혀 모르고 목소리만 높이고, 그래 너거들이 책임질 거냐"

경남 합천군 청덕면 앙진리 '광암들' 농부들의 분노의 목소리는 컸다. 지난 16일 광암들 현장에서 만난 30여 명의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함안보의 수문을 연 것에 대해 분개했고, 그 책임을 환경단체에게 돌리고 있었다. 이곳 농민들은 환경단체가 녹조가 심하다고 그동안 줄곧 주장을 해왔고, 그 때문에 국가가 수문개방을 하게 됐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의 주장인즉 창녕함안보의 수문을 열어 수위가 떨어지자 광암들(지천인 신반천과 만나는 합수부 서남쪽에 있는 들판으로 대부분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다)의 지하수위도 내려가 수막재배의 특성상 비닐하우스 위로 하루 12~14시간 계속 물을 뿌려줘야 하는데, 특히 새벽녘에 물이 나오지 않아 보온이 안 되었고, 그 때문에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이던 양상추가 냉해 피해를 입어 상품 가치가 전혀 없어져버렸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합천 광암들 양상추 동해 피해, 정부가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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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 청덕면 앙진리 '광암들' 농민들이 수막재배로 주로 생산하고 있는 양상추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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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증거로 제시하는 시든 양상추 사진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수막재배란 낙동강가에서는 강물이 많아진 4대강사업 이후 생겨난 농법으로, 비닐하우스 안에 또 다른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그 위에 수온 12~15℃의 물을 뿌려서 겨울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고 실내온도를 유지해 보온하는 농법이다. 풍부한 지하수나 강물이 없으면 생각할 수 없는 농법이다.

4대강사업은 이처럼 농민들의 농업방식도 바꿔놓았다. 이런 식으로 수막재배 방식으로 농사짓는 곳이 낙동강을 따라 칠곡보 주변 칠곡군 약목면 '덕산들'의 10여 농가와 구미보 아래 구미시 해평면 '해평들'의 대여섯 농가가 있고, 이곳 합천군 청덕면 광암들은 609동의 비닐하우스 중 약 70%가 수막재배를 하고 있어 면적 상으로는 가장 많은 농가 수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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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청덕군 앙진리 광암들의 비닐하우스 단지. 총 609동의 비닐하우스가 있고, 이 중에서 70% 정도가 수막재배를 한다고 한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해봐야 하겠지만 이곳 농민들의 주장처럼 함안보의 수위를 내려서 그 때문에 발생한 피해가 맞다면 이는 그 책임을 국가가 분명 져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4대강사업을 강행한 것도 국가이고, 4대강사업 이후 강이 죽어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보의 수문을 연 것도 국가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농민들에게 직접 피해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4대강사업을 강행한 이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자

그러나 국가는 이후 구상권을 청구해 이 피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또한 물어야 한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했지만 4대강사업을 강행한 것은 MB였다. MB와 그에 동조한 이들의 잘못이기에 이후 그들에게 반드시 구상권을 청구해 이러한 피해보상비를 환수해야 한다. 

그렇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 보 수문개방에 따른, 명확히 드러나는 피해는 국가가 즉시 보상을 하고 그 보상에 대해서는 이후 구상권 청구를 통해 4대강사업을 강행한 이들에게 그 책임을 명확히 지우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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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망조 4대강의 주역들, 꼭 기억하자. 강정고령보 앞 디아크에 가면 이런 기념사진이 걸려있다. 좌로부터 이동우, 김건우 수공 사장,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이명박,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장.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농민들의 분노의 함성이 가닿아야 할 곳은 농민들의 주장처럼 환경단체가 아니라, 4대강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수하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4대강사업이 강행되었고 그 결과 낙동강의 수질은 악화되었고, 수생태계는 괴멸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또 낙동강의 물리적 구조도 왜곡돼버렸다. 그렇게 왜곡된 물리적 구조를 이용해 일부 농민들이 이를 활용하면서 발생한 피해이기 때문에 낙동강을 왜곡된 구조로 만든 바로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관정 한 개당 4~5동의 하우스에 수막재배을 통한 하루 지하수 사용량은 200~300t이다. 200개의 관정이라면 하루 4만~6만 톤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6개월가량 수막재배를 한다. 이렇게 물을 많이 쓰는 농법이나 에너지를 많이 투입하는 농법이 과연 지속가능한 농법이냐는 점에서 수막재배와 같은 농법을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광암들과 정반대로 합천창녕보 때문에 침수피해를 입고 있는 고령군 '연리들'의 곽상수 이장의 말이다. 곽 이장의 말처럼 물을 이렇게나 많이 사용하는 이런 방식의 농업은 전혀 지속가능한 농법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기형적인 농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농법을 만들어낸 것 또한 4대강사업의 부작용일 수 있으니, 이에 대한 근본적인 교정 또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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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하천학회가 연구진들이 광암들의 지하 관정의 지하수를 점검해보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그런데 국가는 이러한 농업 피해가 발생하자 다시 함안보의 수위를 올렸다. 해발 3.3m까지 내려갔던 함안보 수위는 현재 해발 3.9m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수문개방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번 수문개방의 목적은 수문개방에 따른 유속이나 수질 그리고 하상의 변화와 같은 강의 변화상을 모니터링 해보기 위한 것이다. 위에서 밝힌 바대로 수문개방에 따른 불가피한 피해는 보상을 해주면 된다.

수문을 열자 나타난 강의 무서운 변화

그렇다. 4대강 보의 수문개방은 계속돼야 하고, 상류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 함안보의 수위가 떨어지자 강은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낙동강과 지천이 만나는 부분에서 강이 보여주는 복원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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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 합수부부터 그 상류로 모래톱이 복원되고 있다.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을 거의 회복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낙동강과 황강이 만나는 합수부는 거의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을 회복했다. 희고 깨끗한 모래톱이 강 가득 드러나면서 4대강사업 전의 그곳의 모습으로 거의 '복원'된 것이다. 모래톱은 강의 반대편 약 50미터 정도만을 남기고 강을 완전히 뒤덮어, 4대강사업의 심각한 생태적 부작용인 "동물들이 건너지 못하는 강"의 문제를 곧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모래톱이 복원된 곳은 야생동물이 맘껏 이동하면서 그들의 반토막난 서식처를 다시 원상으로 회복시키게 되는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상류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회천에서 일어나는 변화 또한 크다. 회천은 합천창녕보의 영향으로 사실상 이전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강이었다. 4대강사업 전 회천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다. 우리하천의 원형과도 같은 모래강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드넓은 백사장이 아름다운 회천엔 물고기는 당연 많았고, 특히 재첩이 많았다. 재첩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모래가 많다는 것이고, 물이 맑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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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당시 회천. 모래톱이 발달한 회천에서 아이들이 재첩을 잡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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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당시 회천에서 아이들이 잡은 재첩. 모래강 회천엔 재첩이 엄청 많았다. 그러나 4대강사업 이후 회천에서 더이상 재첩을 찾을 수 없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그러나 4대강사업은 이런 회천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km 아래에 들어선 합천보의 수문을 닫아걸자 불어난 낙동강의 수위가 회천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강물이 역류해 회천의 모래톱을 거의 뒤덮어버린 것이다.

모래강 회천의 특징은 완전히 수장돼버렸다. 물론 재첩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었고, 그 많던 새들도 회천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심지어 그 맑던 회천의 강물에 녹조까지 발생하면서 생태적으로 심각한 부작용까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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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회천의 모래톱. 재첩도 돌아오기를 빌어본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그런데 합천보의 수문을 열자마자 회천이 되살아난 것이다. 합천보에 의해서 쳐진 '녹조라떼의 장막'이 걷히자 다시 뽀얀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이전의 회천의 모습을 회복해낸 것이다. 물론 합수부의 일부는 아직 강물에 잠겨 있지만, 회천의 절대 면적이 이전의 모습을 회복해낸 것이다. 그것은 놀라운 변화였다. 

상류 6개 보의 수문도 모두 열어야 

이처럼 강과 강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크다.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복원되면서 4대강 재자연화의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낙동강은 사실상 모래의 강이었다. 그 많은 모래 덕분에 낙동강의 수질은 2급수 이상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우리의 식수원으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모래강 낙동강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4대강 재자연화의 핵심이다. 그 모습을 우리는 지천과 만나는 합수부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니 낙동강 보의 수문은 더 열려야 한다. 현재 하류의 2개 보의 수문만 열리고, 상류 6개 보의 수문은 아직 굳게 닫혀 있다.

모래강 낙동강으로서의 본 모습을 회복하는 가장 지름길은 상류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다. 특히 상주보의 수문을 열게 되면 낙동강 제1경 경천대가 되살아난다. 물에 잠겼던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아름다운 경천대의 모습을 회복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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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으로 파괴되고 있는 낙동강 제1경 경천대.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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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대가 4대강사업으로 이전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지만, 아래 상주보 수문을 연다면 아름다운 경천대 모습도 되살아날 것이다 ⓒ 최병성


모래톱만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수문을 열어 강이 흐르면 유속이 변화고, 그 유속에 의해서 조류의 증식이 억제되면서 수질도 회복될 것이다. 연동해서 흐르는 강의 회복은 수생태환경도 회복시켜서 원래 낙동강에 살던 물고기들도 되돌아오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다행히 낙동강 상류 쪽은 수막재배를 하는 농가도 거의 없다. 참외 같은 일반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일찍부터 지하 100m 이상까지 내려가는 암반관정을 뚫어 심층의 지하수를 사용해 농사를 짓기 때문에 강 수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 그곳 농부들의 증언이다. 그러니 이번 겨울 상류 6개 보의 수문도 모두 열어야 한다. 

낙동강은 하나의 수체다. 1300리 낙동강은 연속해서 흘러야 한다. 그래야 강의 변화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모래톱이 되돌아오고 습지가 되살아나면서 강은 빠르게 변해갈 것이다. 그 변화된 모습을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4대강 재자연화의 증거이자 가능성이다. 상류 6개 보의 수문도 모두 열어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입니다. 지난 9년 동안 낙동강 4대강 현장을 기록하고 증언해왔습니다. 오늘도 4대강의 진실을 고발합니다.
#4대강사업 #농사피해 #낙동강 #광암들 #창녕함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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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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