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쓰는데 심리학은 도움이 된다

유지나 교수 번역 <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심리학>

등록 2017.12.26 15:47수정 2017.12.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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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목적은 당신에게 심리학적으로 공명하는 다양한 이론과 주목할 만한 형식들을 제공하여, 당신이 가능하길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창작할 때, 이런 형식들을 적용할 이해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결국, 이야기는 당신의 내면에 있다. 책에 등장하는 심리학 대가들의 이론은 자신의 내면에 감추고 있는 이야기를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 344쪽

드라마 주인공처럼 통쾌한 복수를 꿈꾸거나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장면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누구나 한 번쯤은 영화 속 인물에 감정을 이입해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통쾌한 마음으로 혹은 무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린 적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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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심리학>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는 시나리오 작가라면 읽어야 할 필독서 ⓒ INVENTION

감동과 분노의 감정을 추스르면서 말이다. 사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말처럼 "드라마는 지루한 것을 잘라낸 인생"이고 누구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모두 자기 안에 드라마 보다 진한 삶의 이야기를 품고 산다. 그걸 글로 풀어낼 능력이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았을 뿐. 그렇다면 시나리오 작가는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몰입하게 만드는 것일까.

<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심리학>(INVENTION)은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학도에게 특별한 팁을 제공하는 책이다. 물론 책을 읽은 관객에게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심리학은 모두에게 유용하니까.

심리학은 캐릭터의 복합적 심리와 갈등 구조 등 시나리오를 더욱 긴장감 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다. 저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에릭 에릭슨, 칼 융, 조셉 캠벨, 모린 머덕, 알프레드 아들러 롤로 메이의 이론과 영화를 비교 분석한다.

장마다 영화에 적용된 심리학 이론을 영화와 함께 설명하고, 핵심을 요약한 뒤, 연습 문제와 검토할 사항을 정리해서 필요한 부분을 편하게 참고할 수 있게 했다.


역자인 유지나 교수(동국대 영화영상학과)는 프랑스에서 영화 기호학을 전공한 박사로 영화평론을 통해 영화보기의 즐거움과 소통하고 있다. 저자가 예로 든 수많은 영화를 직접 보고 영화의 코드를 읽어내고, 소통하며 번역한 책이니 그 가치와 의미가 크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이론은 영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가 인간의 내적 갈등, 요인을 분석한 심리학 이론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원초적 충동에 대한 이론은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 모티브를 제공했다.

프로이트의 이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근친상간, 거세 공포, 소유욕, 에로스와 타나토스 적 요소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올챙이>, <백주의 결투>,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캐릭터에서 볼 수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자아 발달의 종점은 'Lieben und Arbeiten' 즉 '사랑하고 일하는 으로 능력'으로 요약했다. 발달의 생식기 단계를 완성했다면, 감정적 친밀감과 육체적 친밀감 양쪽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적절한 사랑의 대상lieben에게 투사하도록 배운 것이며, 자신의 원초적 충동을 사회적으로 적절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보상받는 일arbeiten로 승화하는 것을 배운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부적절한 성적 욕망은 아내에 대한 적절한 사랑과 욕망이 되었고, 아버지에 대한 부적절한 공격의 감정은 역할 모델과 건강한 자아와 더불어 적합한 정체성이 되었다.' - 147쪽

프로이트 이론이 인간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에릭슨과 융의 이론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다양한 캐릭터의 외적 요소를 창조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한다. 융의 페르소나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세상에 보여주는 외면, 즉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우리 자신의 부분이 우리의 '페르소나'다. 고대 그리스 배우가 쓰는 마스크처럼, 페르소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우리 성품의 마스크다. 그것은 우리가 감추는 우리 자신의 측면을 감싸주는 의상이다. 육체적 차원에서 배우는 그 자체로 페르소나다. 그들의 얼굴은 그들이 스크린에서 표현하는 인물의 성격을 전달해준다.' -178쪽

에릭슨과 융의 이론처럼 배우는 영화 속 캐릭터에 맞는 독특한 자기 이미지를 쌓아 간다. 얼굴 표정, 몸짓, 손가락 움직임이 그 자체로 캐릭터가 된다. 이미 배우는 캐릭터로 거듭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아들러의 열등 콤플렉스, 조셉 캠벨의 영웅, 폴로 메이의 실존적 갈등과 자기애 시대의 원형은 시나리오 작가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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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경


사실 저자가 말했듯이 이 책은 '자신의 내면에 감추고 있는 이야기를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 하나를 제공한 것이다. 이 도구를 사용해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낳는 산고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몫이다.

숨길 수 없는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준비가 된 이들이라면 누구든 주저하지 마시라. 관객이나 독자는 충분히 감동하며 박수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염려마시라.
덧붙이는 글 <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심리학>, 윌리엄 인딕, 유지나 번역(INVENTION 20,000)

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심리학 -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

윌리엄 인딕 지음, 유지나 옮김,
인벤션, 2017


#시나리오 작가 #심리학 #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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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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