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수업시간에 행복해야 배움도 즐겁다"

'행복학교' 1년 맞은 경남 함양 위성초등학교 탐방기

등록 2017.12.27 11:59수정 2017.12.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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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은 교육 공동체가 배움과 협력을 바탕으로 성찰, 소통, 공감을 지향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2017년 3월 위성초등학교는 23개 행복학교 중 하나로 선정돼 함양의 위림초, 거창의 주상초와 함께 서부경남 행복학교의 중심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나 시대적 요구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다. 현재 청소년이 새 시대에 행복하게 살아가게 할 뿌리부터 확 바꿀 근본적인 교육혁명으로 불리는 '행복학교'. 지난 12월 21일 위성초등학교(교장 정상숙)는 행복학교 지정 1년을 돌아보고 2018년 학사 일정을 공유하는 교육공동체 시간을 마련했다. 그 현장에 함께 했다.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시간

이날 오후 3시 30분에 열리는 교육 3주체인 학생, 교직원, 학부모로 구성된 위성초 행복 나눔 협의회에 앞서 수업 현장을 먼저 찾았다. 오전 10시 3학년 1반 2교시 수업 과목은 수학이다. 기자가 '국민학생'이란 이름으로 학교를 다닐 당시 가장 두려웠던 교과목 시간이다. 늘 칠판 앞에 서서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문제 풀었던 시절을 떠 올리며 교실로 들어섰다.

위성초1 경남 행복학교인 위성초등학교 3학년 1반 수학 수업 시간. ⓒ 박민국


4~5명이 책상을 붙인 5모듬 22명 학생들은 김기환 교사와 수학 문제를 두고 토론하고 있었다. 이날 수업 자료 예시로 아이돌 가수 이름이 불려졌다. 교실 칠판에는 '자료를 정리해서 그림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란 배움 목표가 적혀 있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김 교사는 문제 해결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손짓, 몸짓을 포함해 모둠을 돌아다니며 아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가며 학습 지도를 했다. 이윽고 모둠별로 개인 학습지가 배포됐다.

"몇 분의 시간을 줄까? 8분이면 어때?"라는 김 교사의 말에 "15분, 한 시간... " 몇몇 친구를 제외하고 아이들의 동의와 함께 문제풀이는 이어졌다.

모둠별로 문제 해결에 나선 아이들은 먼저 다 함께 자료를 정리했다. 서로 의견이 갈리기도 했지만 양보와 배려로 그림그래프 원데이터를 만들었다. 이후 개인별로 각자가 좋아하는 모양으로 그래프를 그리며 학습지를 채워갔다. 먼저 답을 구한 아이는 조금 뒤 늦은 친구의 학습지를 함께 설명하며 문제풀이를 도왔다. 한쪽에선 그림그래프 자료인 아이돌 이름으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3학년 1반 22명 모두는 김 교사가 제시한 8분 만에 문제를 풀고 개인별 학습지를 제출했다.

김 교사에게 공식 암기 없는 수학 시간이 가능한지 물었다.


"선생님이 일방적 가르침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서로 토론하고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수학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전처럼 일제식으로 수학 문제를 푼다면 아이들이 지금처럼 밝은 분위기에서 서로가 협력하며 수업하기에는 어려 울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모둠 토론 수업 방식이 훨씬 더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줍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행복해야 배움도 즐거워진다고 믿습니다."

2교시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수업 참관을 마치고 3교시 체육 수업을 위해 줄넘기를 들고 운동장으로 향하는 3학년 1반 친구에게 줄넘기 몇 회나 넘을 수 있는지 물었다.

"저는 줄넘기보다 땅에서 돌리며 넘는 것을 좋아해요. 줄에 걸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넘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칠판 앞에서 문제만 풀었던 획일화된 교육에 익숙했던 기자의 질문에 되돌아온 아이의 대답은 엉뚱했지만 상상 이상이다.

행복학교 1년, 평가는 냉정 성과는 공정

경남형 혁신학교인 위성초에서 두 번째 참관은 오후 3시 30분에 시작됐다. '행복 나눔 협의회'란 위성초 교육공동체 조직이 행복학교로 가는 진면목을 발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협의회는 21일 오후 4, 5, 6학년 학생 대표와 학부모회 임원, 교직원 등 61명이 모여 행복학교로 보낸 1년을 평가하고 2차년도 계획 수립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위성초2 경남 행복학교인 위성초등학교에서 열린 2017 행복 나눔 협의회 회의 모습. ⓒ 박민국


한 교무행정원이 카메라로 협의회 과정을 기록하며 손님을 맞는다. 행복학교 지정 후 변화된 모습이다. 위성초는 행복학교 지정후 교무행정원이 추가 배치돼 교사들의 일반 행정 업무를 없앴다. 위성초 교사는 수업외 잡무를 하지 않고 수업 준비와 연구에 전념한다. 배움의 질을 높였다. 회의에 참석한 학부모는 선생님들이 수업에 전념한 결과 학생들과 소통은 물론 다양한 교수법 활용으로 수업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위성초 행복학교 교육공동체의 격의 없는 평가는 성과로 이어졌다.

첫째 개인의 인권과 개성을 존중하는 학생 인권 교육, 학교 일에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는 학급 다모임 활성화 등을 위해 전문적 학습 공동체도 활발하게 운영한다는 점.

둘째 예산이 4년간 5000만 원 정도가 지원되기 때문에 비슷한 규모의 다른 학교보다 다양하고 알찬 학년별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학급 다모임과 민주 시민 캠프 등 16개의 자율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는 점.

셋째 경남도교육청이 폐지한 일제식 지필고사를 대신해 다양한 체험과 토의·토론 중심의 협력수업, 자율적인 공부 방법을 익힐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전환했고 이런 다양한 교육활동 결과 전국소년체육대회 태권도 동메달, 교육장기 풋살대회 남녀 동반 우승, 독후감 대회 대상 수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다는 점.

넷째 자율적으로 모집하는 등하교 교통지도 봉사활동인 녹색학부모회에 200여 명이 참여하고 매주 목요일 아침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읽어주는 학부모 모임에도 30여 명이 5년 이상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학부모와 지역민이 함께하는 행복학교 운영 결과 학교에 대한 참여와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행복학교 지정 이후 달라진 위성초등학교 성과로 꼽았다.

행복학교에서 자존감을 찾은 교육공동체

위성초 정상숙 교장선생님 ⓒ 박민국


위성초가 학교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날 열린 행복 나눔 협의회도 변화의 일부다. 기존에 교직원만이 학교 학사일정을 계획하고 평가했지만 지정 이후 회의는 협의회로 바뀌었고 참가 주체도 위성초등학교를 구성하는 교육 3주체가 함께하는 모습으로 탈바꿈 했다.

이런 여파는 학교 문턱을 낮춰 교육공동체 누구나 함께하는 열린 학교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학생 상담에서 아나바다 바자회, 진로 체험활동, 행복 나눔 축제에 참가하는 학부모 참석률에서도 나타났다.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공유와 공감을 통해 다함께 학교를 이끌어 간다는 행복학교의 비전과 철학은 교육공동체 각자의 자존감 회복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공동체 회의와 토론 그리고 협력을 통해 민주적 시민의 자질을 갖춘다. 교직원은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수업 혁신을 통해 배움에 한 명도 소외 되지 않도록 본연의 업무를 다한다.

아울러 학부모는 학생과 학교를 믿고 함께 아이가 성장 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을 자임한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한 학부모는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정서도 바뀌어야한다. 공부로 줄을 세우는데 익숙한 함양교육문화가 오히려 아이들의 경쟁력을 떨어 뜨린다"며 "경쟁보다는 협력, 암기 보단 토론 그리고 아이들 자체가 행복한 교육문화를 위해 위성초 행복학교가 많이 홍보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복 나눔 협의회가 열리는 위성초 2학년 4반 벽시계는 어느새 5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교실 밖 해는 지고 어둠은 밀려왔다.

그러나 교실 안에서는 다가올 새해의 행복한 빛이 솟아났다. 2018년 2년차 행복학교를 만들기 위한 위성초 행복학교 교육공동체 61명의 목소리는 활기를 더했다.

그들이 모두 학교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위성초등학교 #함양 #경남도교육청 #행복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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