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참여 인사 "박근혜 죄는 무능"

[인터뷰] 임채홍 서울희망포럼 회장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

등록 2018.01.01 18:53수정 2018.01.0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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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역사적 사건은 대통령 탄핵이었다는 데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는 앞으로 우리 역사에 2017년을 상징하는 사건으로도 남을 것 같다. 역사는 촛불시민과 함께 탄핵반대 세력도 기억할 것이다.

국회 탄핵 결정이 1년이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촛불시민에 대한 평가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태극기 세력에 대한 평가는 찾기가 쉽지 않다. 박근혜 탄핵에 반대하면서 태극기를 들었던 그들은 그 시기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여전한 것일까?

탄핵 반대를 외치다가 현재 재판까지 받고 있다면 태극기 세력의 중심 인물로 어느 정도 그 집단의 생각을 읽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서울희망포럼 임채홍(67) 회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특히 임 회장은 530여 명이 활동하는 '국민의 소리'라는 단톡방을 만든 후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결국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가 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신연희 강남구청장 또한 이 단톡방 활동이 문제가 되어 같은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임채홍 회장을 만나 태극기 집회 등과 관련해 그의 평가를 들어보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평가는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지난 12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 봉은사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응한 서울희망포럼 임채홍 회장 ⓒ 인터넷언론인연대


-태극기 세력의 집회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태극기 집회를 앞장섰던 보수 인사로서 현재 국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우파가 나쁘다 또는 진보는 나쁘다고 극단적으로 말하기는 싫다. 우리는 모두 다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인데 너희들은 나쁘다라고 한다면 나라가 온전하지 않는다. 우파에서도 문재인 잘하는 것은 잘하고 무조건 잘못한 것이라고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 좌파에서도 지나간 것 자꾸 건드리면 안 된다.

태극기 집회는 요즘에는 의미가 없다. 태극기 집회는 딱 탄핵 때까지였다. 대통령 탄핵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었고 안하는 게 더 이상했다. 좌가 있고 우가 있듯이 당연히 하는 것이다. 탄핵이 되었으니 이제 뭔가 뒤돌아볼 필요도 있다. 앞으로 대책도 논의하는 것이지 무조건 태극기만 흔든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드시고 추운데 떨고 하는 게 보기에 안 좋다. 좌파 쪽에서는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그분들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애국심을 가지고 태극기를 흔들었던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자기 아들은 좌파고 자기는 우파고 그런 경우가 많다. 서로가 안타까운 것이다. 좌니 우니 따지지 말았으면 한다. 나도 오늘 카톡 회원 방에 평화가 있는 사랑이 가득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로 반목하지 말자. 네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해 보았자 한주먹도 안 된다. 서로가 반목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태극기 세력의 중심인물로 여전히 집회를 이끌고 있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조원진 대표가 애국한다고 하는 것은 높이 산다. 하지만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박근혜 팔이를 하는 느낌이다."

-작년에 태극기 집회 나가면 돈을 준다는 얘기가 있었다. 사실인가?
"태극기 참가자들의 개인 돈이 들어갔다. 돈 주는 사람을 찾고 싶다. 주체가 있어야 받아먹을 것 아니냐? 돈을 후원하라고 했지 돈 줄 사람은 없었다. 내 주변 태극기 사람들은 자기돈 털어서 참가했다. 내 눈으로 뻔히 보인다. 어떤 사람은 돈을 빌려서 태극기 사서 나눠줬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같은 산을 탄다고 했을 때 동쪽 능선을 타는 사람 서쪽 능선을 타는 사람이 바라보는 풍경이 다 다를 것이다. 그런데 북쪽 능선에서 탄 사람이 자꾸 다르다고 지적한다면 잘못이다."

-'국민의 소리' 단톡방 때문에 고초도 받고 법정에도 다니고 있는데. 보수쪽 사람들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보수 사람들은 솔직히 뭔가 나서서 하지 않는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는 뭔가 일이 있으면 나서지도 않고 뒤로 빠져 버리고 보수 쪽은 순하다. 보통 악랄하게 덤비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도 순하지 않느냐? 보수쪽 사람들은 정말 앞장서 누구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돈 있는 보수들은 오히려 돈을 더 안 쓴다"

임채홍 회장은 단톡방 활동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을 후회하고 있었다. ⓒ 인터넷언론인연대

-자칭 보수는 생기는 것 없으면 안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 먹이사슬에 따르는 것 같은데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수 쪽에서 좌파를 볼 때 그렇게 본다. 보수 쪽이 돈이 더 없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가 좌파는 돈도 많다면서 부러워한다. 촛불시위 좌파는 큰 행사를 한다. 가수들 불러다놓고 행사도 하는데 우리는 각자 나와서 태극기만 흔들고 있으니... 집회 끝나고 겨우 김밥이나 사먹고 각자 알아서 하는데 돈이 없다."

-재벌이나 돈 많은 강남 사람들이 후원을 하지 않았는가?
"재벌들은 나와서 태극기 흔들지도 않고 나와서 간섭도 안했다. 재벌이 미쳤다고 누구한테 돈을 주겠느냐. 돈 많은 부자들은 행여나 뺏길까봐 뒤로 숨어 버린다. 절대 돈 안 쓴다. 투자할 가치 없으면 경제적인 것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정치권에 뛰어 들지도 않는다. 정치 냄새도 안 맡으려고 한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다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 자유당 쪽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버리는 카드라고 보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보기에 안타깝다. 여성이 나라를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했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몰았다. 하지만 여자이지 않느냐. 나이도 드셨지 않느냐. 자기 방법대로 나라를 위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은 돈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화끈하게 석방해 주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간절하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야 나라가 하나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가둬놓으면 절대로 나라가 하나가 될 수 없다.

우파 입장에서 현재 박근혜 대통령을 그런 상태로 끌고 간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자꾸 과거에만 매달려 가지고 갈 길이 바쁜데 대한민국 평화가 간절히 요망되는 이 시점에서 과거에 매달려 잘잘못만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서 그만 끝내고 앞으로 갔으면 한다. 잘잘못 그만 따지고 용광로에 넣어 녹여 버리고 그 대신 앞으로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은 결국 보수 쪽인 당시 여당 의원들의 찬성이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따지기로 하면 끝도 없다.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덮고 가야 한다. 바른당에서 돌아온 사람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 으르렁거리면 안된다. 탄핵 앞장 선 것은 보수 쪽에서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부지리 한 것이다. 이제 부터는 새로운 패턴으로 가자. 그런 의미에서 오늘(29일) 대통령이 사면을 했다고 하는데 과감하게 통 큰 사면을 했더라면 인기가 치솟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탄핵 자료사진 ⓒ 인터넷언론인연대


-박 전 대통령이 현재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검찰 수사도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분의 생각을 존중한다. 어차피 각본에 나와 있는 것이니까 재판 출석한다고 해도 똑같은데 뭐하러 나가겠느냐? 안 꺼내주고 몇 년 때릴 것 뻔한데 왜 나가느냐! 주장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 그때 뿐일 것이다. 그런 판단이 이해가 간다. 재판은 특검이 했던 것 그대로 적용했던데 무슨 소용이 있느냐."

-'국민의 소리' 방을 운영했는데 지금 심정은 어떤가? 며칠 전 법정 밖에서 잠시 그때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도 말했는데 지금 후회를 하는 건가?
"그 당시에 분위기가 불안했기 때문에 나라를 생각한다는 마음에서 앞장섰을 뿐이다. 개인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더 크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내가 조금 잘못했다는 것은, 굳이 반성으로 말한다면 신중하지 못했다. 그때에 좀 더 확인을 하고 남들은 그랬더라도 나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리더로서 종합적으로 스스로 잘못됐구나 반성한다.

하지만 그 후로 저절로 생겨난 게 내가 앞장서서 '확인해 봤어?' '그거 사실이야?' 꼭 그렇게 댓글을 단다. 습관이 됐다. 좋은 것 하나 배웠다고 생각한다. 사실인 것처럼 글이 올라와도 확실치 않은 글은 옮기지 말라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법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이런걸 느끼게 한 것만 해도 바람직하지 않은가 한다. 법조계 쪽에서 선처를 해줬으면 한다. 당시에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불안한 마음에 이런 글이 있으니 참고해, 하는 생각으로 옮겼을 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보수 쪽에서는 그렇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우파의 대통령이니까 잘해야 할 텐데 하는 정도의 바람이었다. 대한민국 생각하는 것이니까. 친박 지지를 해서 바탕이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2007년 경선에서 박근혜가 이겼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태극기 집회 자료사진 ⓒ 인터넷언론인연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후회한다고 했는데.
"검사한테도 얘기했지만, 죄로 따지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돈을 먹었느냐? 돈을 챙기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무슨 죄가 있느냐. 무능한 죄다. 좀 더 나라를 잘 이끌어 갈 사람을 뽑았어야 하는데 잘못됐다. (지지) 철회라는 그런 정치적 발언은 하기 싫다."

-'국민의 소리' 단톡방은 당시 530여명으로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물론 신연희 강남구청장 등 태극기 세력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놀랐던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사저로 돌아오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정보는 어떻게 얻었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오는 시간은 누군지는 모르지만 단톡방에서 한 분이 말해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저희 서울희망포럼 회원만 추천했는데 이상한 사람이 한 명 있어  초대를 하고 새끼를 치면서 회원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우리 정치가 그리고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구 사대 보수'는 지양하고 '참 보수'가 많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개인이나 집단을 위해서 움직이는 보수가 아닌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적으로 좌우 극단적으로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그러고 싶지 않다.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모두가 대한민국 사람이다. 좌파만 사는 나라도 아니고 우파만 사는 나라도 아니다. 다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인데 너희들은 '나쁜놈' 그러면 나라가 온전하지 않게 된다. 나라가 갈등이 많아진다. 끊임없이 보복의 연속 순환이 될 것이다. 우파에서도 문재인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말해야 한다. 무조건 잘못한 것이라고 결론지어서는 안된다. 지나간 것 자꾸 건드리면 안 된다. 이제는 지나간 것은 덮었으면 한다."

-보수 쪽에서 홍준표 대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말이 거칠다고 우파에서도 공격을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쪽 입장에서 생각하면 홍준표가 막말했다고 하지만 분석을 해보면 바른 말을 했다. 친박한테도 어떻게 표현했느냐. 바퀴벌레 같이 박근혜 잘못된다고 하니까 가만히 꼬랑지 내리고 있다가 자기 잡으려고 하니까 나타나 가지고 설치고 있다. 악당들 조직에서도 그런 것은 아니다. 바퀴벌레 같다는 말은 제대로 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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