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우리은행 달력 그림 논란
한국당, 초등학생까지 '종북 몰이'

제22회 우리미술대회 대상 수상작... 서울대 미술대학 부학장의 최종 심사평 보니

등록 2018.01.01 17:54수정 2018.01.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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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비례)이 지난 28일 우리은행 2018년 탁상 달력을 소개하며 "민노총 달력인 줄 알았다"는 글을 올렸다. ⓒ 김종석 의원 페이스북


새해 벽두부터 자유한국당이 꺼내든 색깔론 불똥이 금융기관인 우리은행으로 튀었다. 자유한국당의 색깔론은 우리은행을 넘어 초등학생까지 공격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김종석 한국당 의원(비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림 두 장을 소개하며 이렇게 적었다.

"우리은행 2018년 탁상 달력 그림입니다. 저는 민노총 달력인 줄 알았습니다. 우리은행, 왜 이러나요?"

1월 달력 그림에는 광화문 촛불 집회 현장이 묘사돼 있었고, 10월 달력 그림에는 태극기와 인공기를 나란히 들고 있는 '통일나무'를 중심으로 활짝 웃고 있는 어린이들 모습이 담겼다.

이 문제 제기를 새해 첫날 오전 홍준표 대표가 덥석 받아 안았다.

홍 대표는 1일 자유한국당 신년 인사회를 통해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 "지금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도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고 두 차례나 강조했다. 이어 홍 대표는 "금년 선거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그런 선거가 될 것"이라며 "민심을 보고 달려야 한다, 지금은 여론 조작 시대이다, 또 괴벨스가 판치는 언론 조작 시대"라는 발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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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우리미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쑥쑥 통일나무가 자란다'. 한국당은 이 그림을 두고 "태극기보다 인공기가 아래에 있다"면서 작품을 그린 초등학생에게까지 '종북 몰이'를 하고 있다. ⓒ 우리미술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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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우리미술대회 초등저학년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 김○○ 어린이가 그린 그림으로 광화문 촛불 집회 현장을 묘사하고 있다. ⓒ 우리미술대회 홈페이지


12월 28일 김종석 → 1월 1일 홍준표·장제원...
초등학생 그림 자체를 공격 "인공기가 태극기보다 위에 있다"


이 발언에 다시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북한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시대,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제목의 오후 논평으로 불을 붙였다.

장 대변인은 "2018년 대한민국에서 친북 단체도 아니고 우리은행이라는 공적 금융기관의 달력에 인공기 그림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은행 측은 학생들의 미술 작품을 미술 대학 교수들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으로 선정했으며 최종 결과를 달력에 반영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런 해명이 우리를 더욱 경악케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변인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이제 학생들은 미술대회 수상을 위해 인공기를 그릴 것이고, 미술대학 교수는 이런 그림을 우수상으로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색깔론 공격은 우리은행 뿐 아니라 해당 작품을 그린 학생이나 부모에게까지 나아가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통일나무' 그림을 소개하면서 "태극기가 인공기보다 아래에 있네요, 대한민국과 북한이 같은 뿌리를 가진 동등한 나라인가요?"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장 대변인 또한 논평에서 이 주장을 그대로 가져다 확대 재생산했다.

"우리은행이 제작하고 배포한 새해 탁상 달력에 인공기가 그려진 그림이 들어가 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는 인공기가 태극기보다 위에 그려져 있고, 북한과 대한민국이 동등한 나라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1일 자유한국당 논평)

오후 4시 49분 현재 자유한국당은 당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가 이런 것인가요?"라며 '통일나무' 그림은 물론 광화문 촛불 시위 현장을 묘사한 그림까지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카드뉴스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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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4시 49분 현재 자유한국당은 당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가 이런 것인가요?"라며 '통일나무' 그림은 물론 광화문 촛불 집회 현장을 묘사한 그림까지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카드뉴스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고 있다. ⓒ 이정환


미술대회 대상 수상작... 심사위원장 "통일 바라는 긍정적 메시지"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그림을 그린 학생은 2017년 22회 우리미술대회에서 초등고학년 부문에 출품해 대상을 수상한 조○○ 어린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초등학생들이 자신들의 꿈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특히 학생이나 부모님이 매우 당혹스러울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미술대회는) 국내 미술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큰 만큼 1차 심사는 미술 전공 대학원생들이 하고, 2차 심사는 네 명으로 구성된 주요 미대 교수들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에서 실시한다"며 "매년 하던 그대로 대상작부터 우수작을 달력에 싣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우리미술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신하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부학장의 최종 심사평이다.

"유치·초등부의 대상 작품은 평화를 의미하는 '쑥쑥, 통일나무가 자란다'를 표현하였습니다. 나무에는 작은 가지와 잎을 자연스럽게 배치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행복한 미소가 느껴집니다. 아마도 다가올 미래에 이 평화로운 통일나무가 스스로 움트고 자라서 행복한 미래의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나무와 의미 있는 내용, 주제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된 표현에서 행복한 느낌으로 그림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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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등 지도부가 무술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건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제원 #색깔론 #김종석 #종북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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