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갈 곳 잃은 '엄빠'여, 고래 보러 남이섬 가자

신정민 아동문학가의 <고래가 있는 민화전>, 방학 맞은 어린이 위한 전시회

등록 2018.01.07 19:14수정 2018.01.0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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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있는 민화전' 남이섬 평화랑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래가 있는 민화전. 창작민화 ‘혹등고래를 탄 아이들’ ⓒ 권미강


"고래는 새보다 더 높이 날고 지구 곳곳을 누비는 생명이죠. 새가 하늘을 날듯이 고래는 바다를 날아다닌다고 생각해요. 3천 미터가 넘는 바다를 통해 온 세상을 다니는 고래는 그래서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고래를 서민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그려낸 민화에서 만나고 싶었어요."

고래의 생태를 담아낸 어린이도서 <그 많던 고래는 어디로 갔을까>를 낼 정도로 고래를 좋아하는 신정민 작가가 우리나라 전통의 민화 속에 고래를 그려 넣고 전시회를 열었다. 그야말로 고래 '덕후'(열광적인 팬이란 뜻의 신조어)다.


춘천에 있는 남이섬 평화랑에서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오는 2월 25일까지 열리고 있는 동화작가 신정민의 '고래가 있는 민화전'은 '과연 민화 속에서 고래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즐겁게 풀어줬다.

사랑과 평화, 풍요와 행복을 상징하는 고래는 새해 액운을 물리치고 좋은 소식을 전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가진 '까치와 호랑이(호작도)'부터 조선 시대 임금이 앉는 어좌 뒤 배경으로 서 있는 '일월오봉도', 신사임당의 그림 솜씨가 잘 드러난 초충도와 노안도, 지구촌을 그린 천하도와 반구대 암각화에 이르기까지 총 35점 작품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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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와 대왕고래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대왕고래를 민화로 표현한 작품 ⓒ 권미강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민화에 익살맞게 웃는 고래를 그려 넣기도 했지만 '혹등고래를 탄 아이들'처럼 창작 민화도 있는데, 이 작품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를 응원하기 위한 그림이기도 하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미수습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의미도 담고 있다.

작품 '여덟 고래 이야기'에는 대왕고래, 혹등고래, 범고래, 밍크고래, 향고래, 외뿔고래, 긴수염고래, 돌고래 등이 연꽃, 목련, 모란, 해바라기 등 다양한 꽃을 등에 달고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색색의 고래그림이 그려진 조약돌 200여 점도 함께 전시하고 있는 신 작가는 왜 민화와 고래를 접목했을까? 그의 대답은 생각보다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그가 고래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고래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일본 민화에는 등장하는 고래가 우리나라 민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역사 속에서 고래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고려사> 등을 비롯해 <조선왕조실록>에 이르기까지 고래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차례 등장하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같은 속담도 있으니 고래가 그리 먼 동물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고 보니 국보 제285호인 울산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에도 7천여 년 전 선사 사람들이 남긴 고래그림이 새겨져 있으니 한반도에 살던 우리 민족과 고래는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하지만 일본 민화에 담긴 고래는 사람을 해치는 포악한 동물이거나 사람에게 붙잡히는 사냥감 등 친근한 이미지가 아니라는 것을 안 신 작가는 평화와 자유의 상징인 고래를 서민들이 즐겨 그리던 민화에 넣기로 하고 일 년여의 작업 끝에 이번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고 한다.

"고래도 사람처럼 젖 먹이고 공동육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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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와 호랑이 액운을 막아주는 호작도에도 고래가 있다. ⓒ 권미강


우리 민족과 고래와의 관계를 더욱 친근하게 하고 싶었다는 신 작가의 입에서는 고래에 얽힌 신비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고래는 물속에 살지만 물고기가 아니며 사람처럼 아기 낳고 젖을 먹여 키우고 공동 육아를 하는 포유류예요. 까마득히 먼 옛날 천적을 피해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가 영양만점 먹이를 먹고 몸이 쑥쑥 커졌습니다. 앞발은 노처럼 판판한 가슴지느러미가 되고, 콧구멍은 숨쉬기 편하도록 자꾸 밀려 올라가 뒤통수에 붙게 됐습니다. 그 구멍(분기공)으로 숨 쉬는 모습이 분수처럼 물을 뿜는 것 같습니다. 또 덩치가 산만 한 대왕고래가 기껏 잡아먹는 것은 손가락만 한 크릴새우나 오징어 따위입니다.

머리가 몸의 반을 차지하는 향고래는 깜깜한 바다 속으로 내려가 초음파를 발사하며 대왕오징어를 잡아먹는데, 가끔은 내장 속의 상처에서 굳어진 분비물 덩어리(용연향)가 바닷가에서 발견돼 인간 세상에서 수십억 원에 거래되곤 합니다."

정말 이만하면 고래 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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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민 아동문학가 고래의 생태를 담아낸 어린이도서 ‘그 많던 고래는 어디로 갔을까’를 낼 정도로 고래를 좋아하는 신정민 작가는 고래 덕후라고 할만큼 고래에 대해서는 박사급이다. ⓒ 권미강


재단법인 노래의섬, 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이 주관하고 강원도와 강원문화재단이 후원한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이자 우수과학도서로도 선정된 <그 많던 고래는 어디로 갔을까>를 비롯해 <수염 전쟁>, <로봇콩>, <이야기 삼키는 교실>, <친절한 돼지 씨> 등 그가 쓴 책들도 함께 전시되고 민화, 돌멩이 고래그리기 등 체험도 함께 할 수 있어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에게는 유익한 전시회다.

한편 신정민 작가는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대교 눈높이아동문학상과 아동문예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작가회의, 어린이책작가연대 등의 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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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작은 조약돌에 색색의 고래를 그려넣었다. 약 2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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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에도 고래가 토끼가 방아를 찌는 계수나무에도 고래가 있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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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꽃과 여인 꽃의 품에 안긴 고래가 행복하게 웃고 있다. 민화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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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에 고래 연잎과 고래가 참 잘 어울린다. ⓒ 권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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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민작가의 어린이도서 작가의 어린이도서도 전시돼 있다. ⓒ 권미강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문학뉴스에도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고래를 좋아해 #신정민작가 #민화와 고래 #그 많던 고래는 어디 갔을까 #고래가 있는 민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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