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해경 압수수색 검사에 전화해 "안 하면 안되나?"

세월호 수사 맡았던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 증언... 우병우 또 다시 '레이저 눈빛'

등록 2018.01.12 13:34수정 2018.01.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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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구속 후 첫 공판 출석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1일 속행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검찰 간부의 증언이 나왔다. 단순히 검찰 수사의 상황만 파악했다는 우 전 수석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증언이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국정농단 방조 혐의 등을 받는 우 전 수석의 3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론 검찰이 2014년 해양경찰의 세월호 참사 대응에 관한 수사를 할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가 출석했다.

윤 검사는 법정에 들어서 재판 전까지 방청석에 앉았다. 우 전 수석은 피고인 대기실에서 나와 방청석에 있는 윤 검사를 수차례 쳐다봤다. 두 사람은 특별수사팀과 대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윤 검사는 증인석에 앉아 해경과 청와대의 전화 통화 녹음파일을 압수수색을 하려고 했던 2014년 6월 5일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당시 윤 검사는 이틀 전인 3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5일 오전 7시쯤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센터) 사무실, 해경본청 사무실 등 수사팀을 나눠 압수수색을 지시했다.

그러다 오전 11시쯤 해경 본청을 맡고 있던 한아무개 검사에게 "경찰 책임자가 연락도 안 받고 자취를 감춘 데다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전화가 왔다. 윤 검사는 "해경 지휘부를 만나 설명한 뒤 동의를 받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2시쯤 한 검사는 다시 "해경 책임자들 행방이 묘연하다"며 윤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검사는 해경 차장 등을 만나 설득할 것을 지시했다.

"해경은 아니라고 하는데 안 하면 안 되겠나"

그러던 중 오후 4시부터 오후 5시 사이, 윤 검사의 휴대폰이 울렸다. 우 전 수석이었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던 우 전 수석은 해경 압수수색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은 이날 윤 검사가 법정에서 진술한 우 전 수석과의 통화내용이다.


우병우 전 수석: 혹시 광주지검에서 해경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느냐.
윤대진 검사: 세월호 구조 관련 국가기관 구조의 제반 의혹 사항에 대해 수사팀이 만들어져 수사에 착수했고, 오늘 압수수색하고 있다.
우 전 수석: 상황실 경비 전화에 녹음돼있는 전산 서버도 압수수색을 하나.
윤 검사: 그렇다.
우 전 수석: 해경 쪽에서는 그게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윤 검사: 영장엔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들이 저장된 녹음파일 전산 서버도 압수수색 대상으로 돼 있다.
우 전 수석: 해경에서는 압수수색 대상 아니라는데.
윤 검사: 검찰 입장에선 압수수색을 할 수밖에 없다.
우 전 수석: 상황실 경비전화 통화내역 중엔 청와대 안보실 통화도 저장돼있고 대외적으로 국가안보나 보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꼭 압수수색을 해야 하나.
윤 검사: 압수수색 대상인데 오히려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우 전 수석: 안 하면 안 되겠나.
윤 검사: 불가피하다. 다만 세월호 사고와 무관한 국가안보 등 통화내역이 있다면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서 조치하겠다.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던 우 전 수석이 검찰의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충분한 정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관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단순히 상황만 파악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부분도 위증죄라고 보고 있다.

우 전 수석 측은 영장에 기재된 범위를 넘는 압수수색이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우 전 수석의 변호인단인 위현석 변호사는 "영장에 압수수색 장소로 본청(상황실), 녹음파일 보관장소라고만 돼 있으므로 정보통신망관리실은 허용 안 된 것으로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재판 진행 도중 증인에게 묻는 질문내역을 꼼꼼히 살폈고, 대답하는 윤 검사를 여러 차례 빤히 바라보기도 했다. 
#우병우 #세월호 #방조 #외압 #윤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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