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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선 "갑작스런 <까칠남녀> 하차 통보... 성소수자 탄압"

[스팟인터뷰] 13일 오후 방송 녹화 2회분 남겨 두고 하차 통보 받은 은하선씨

18.01.15 11:26최종업데이트18.01.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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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토크쇼 <까칠남녀>에 출연 중인 칼럼니스트 은하선씨. ⓒ EBS


방송인이자 칼럼니스트 은하선씨가 EBS <까칠남녀> 촬영 2회분을 남겨두고 EBS 측으로부터 하차를 통보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EBS <까칠남녀>는 최근 '성소수자 특집' 방송을 계기로 일부 보수 단체와 결합한 학부모 단체로부터 폐지 압박을 받아왔다. <까칠남녀>는 2월 19일 방송을 종영하기로 알려진 상태다. <까칠남녀>는 종영 사실이 알려진 당시부터 학부모 단체의 반동성애 집회 때문에 폐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은하선씨는 '성소수자 특집' 방송에서 자신을 '바이섹슈얼(양성애자)'로 소개했다. 은씨는 1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학부모 단체 쪽에서 EBS 측에 양성애자고 성소수자 특집에 나왔던 사람이 어떻게 교육 방송에서 고정 패널로 일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들어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9일 오전 일산 EBS 신사옥 앞에서 전국교육학부모시민단체연합을 비롯한 22개 단체에서 약 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피켓을 들고 'EBS <까칠남녀> 폐지, 최혜경 본부장·장해랑 사장 징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EBS 1층 로비를 점거하는 등 돌발 행동을 했다. EBS 측에서는 정문을 폐쇄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 유지영


EBS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 중 한 장면. JTBC 예능 <아는 형님>을 패러디해 '모르는 형님'이라는 컨셉으로 진행됐다. ⓒ EBS


은하선씨에 따르면 EBS <까칠남녀> 제작진은 13일 저녁 은하선씨가 일하는 가게를 찾아와 EBS 측의 하차 요구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은하선씨에게 "'당황스럽고 죄송하다. 윗선에서 이야기가 나와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장 17일 녹화가 예정돼있던 상황이었다. 

은씨는 "촬영 2회분만을 남겨두고 하차를 시키겠다는 것 자체가 집회를 하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수단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은씨는 <까칠남녀>가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출연한 유일한 패널이었다. 은씨는 "제작진 분들도 그 말을 내게 전하면서 힘들어보였다. 사과를 받는다거나 녹화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성소수자가 나와 토크쇼를 진행한 건 <까칠남녀>가 최초였는데 그 방송 이후에 나를 하차시킨다는 게 성소수자 탄압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공론화하게 됐다"고 전했다.

EBS <까칠남녀> 류재호 CP는 15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반동성애 집회와 은하선씨 하차 통보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담당 CP로서 은하선씨가 하차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그가 방송 출연자로서 부적절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류 CP는 은하선씨가 지난 12월 25일 페이스북에 <까칠남녀> 담당 피디 전화번호라면서 퀴어문화축제를 후원하는 번호를 올려놓은 것이 은하선씨 하차의 배경이 됐다고 언급했다. 류 CP는 "장난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건 범죄일 수도 있는 거다"라며 "담당 CP로서 내린 결정이 나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15일 현재 SNS에서는 다수의 이용자들이 #까칠남녀_은하선_하차반대 등의 해시태그를 공유하면서 은하선 하차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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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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