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를 대하는 자세, 강동원과 최환 전 검사는 달랐다

박종철 열사 죽음 알리는데 결정적 역할... 4.3 당시 고문 경찰 큰아버지 일은 사죄한 적 없어

등록 2018.01.17 14:56수정 2018.01.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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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관람 소감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배우 강동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극 중 이한열 열사를 연기한 배우 강동원 씨. ⓒ 연합뉴스


오늘 나는 영화 <1987>을 통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먼저 이야기를 꺼낼 사람은 바로 영화배우 강동원이다.

"이번 일이 혼란스럽고, 충격이 컸다. 가족사와 관련된 일이라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다. 빠르게 입장 전달을 하지 못해 죄송하며, 저 또한 한 배우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고 다시는 그런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에 대해 진심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2017년 2월 영화배우 강동원의 외조부 이종만이 친일인명사전에 등록되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강동원 외조부 친일 논란이 거세졌고, 강동원은 곧바로 위에서 밝힌 것과 같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리고 그는 영화 <1987>을 개봉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2017년 12월 9일, 시사회에서 강동원의 말

선대의 잘못을 씻어내고 사죄하려는 그의 모습은 계속 되었다. 이한열 열사의 모친을 찾았고, 이한열, 박종철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우리는 이러한 강동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비록 자신이 벌인 일은 아니지만 선대의 잘못을 대신 사죄하고 그것에 대해 성찰하고 사죄할 줄 아는 용기는 늘 박수 받아야 한다. 그런 용기 있는 결단에 우리는 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

자 그럼, 두 번째 인물을 이야기해 보자. 바로 영화 <1987>에서 하정우가 역할을 맡았던 최환 전 공안검사이다. 그는 박종철의 죽음을 세상을 알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고문치사를 밝히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 바 있다.
"아침에 지검으로 출근하다 보면 매번 소복입고 오열하는 분들을 마주쳤어요. 왜 우리 아들 우리 오빠 고문하냐고 항의하는 소리가 무지하게 많았죠. 그때마다 내가 공안부장을 얼마나 할지 모르겠지만 고문시비는 없애고 나가겠다고 다짐했었죠."
"박종철 군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혼신을 다한 건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내가 먼저 떠난 그의 영혼을 만나도 웃으며 인사할 수 있겠죠."(한국일보 2018. 1. 13 기사)


고문 시비를 없애고자 했던 그의 다짐, 먼저 떠난 박종철의 영혼 앞에서 웃으며 인사하겠다는 그의 말은 참으로 따뜻하게 들렸다. 그러나 나는 최근 불편한 신문기사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최난수의 아들 최극 기사 ⓒ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상략) 밀양 박 씨와 함께 심천면의 전주 최 씨 집안도 각계에 고루 인물을 배출하고 있다.
해방 직후 정판사 사건 수사로 이름을 날렸던 전 수도청 수사과장 최란수 씨(작고)와 대전지방철도청장으로 있는 최현수 씨(59)는 형제간.
신민당 지구당위원장 최극(47), 서울에서 개업하고 있는 치의학박사 최단(46), 쌍용시멘트 연구실장 최농 씨(47) 삼형제는 최난수 씨의 아들들이며, 현수 씨의 장남 환 씨(37)는 대전지검검사이다.(하략)" - 동아일보 1979. 1. 15. 기사



지방의 작은 일간지 조그만 기사에 그의 가족사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가족사 가운데 그의 큰아버지가 '전 수도청 수사과장 최란수'였다. 최난수가 누구인가. 친일경찰 노덕술과 행동을 함께 하며 그의 지근 거리에 있던 인물이다. 이 신문기사에 따르면 최환 전 검사의 백부(큰아버지)이기도 하다.

반민특위 와해를 위해 앞장선 최난수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 변상철


먼저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살펴 보자.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난수는 1948년 5.10 선거 직후인 5. 18 서울을 출발해 제주에 처음 도착했다. 제주에서의 그의 고문 수사는 치를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무튼 제주출신을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 서울에서 특별수사대가 내려왔는데 최난수 경감이 대장이었습니다. 최 경감은 왜정 때 고등계형사 출신으로 그때 버릇이 남아 고문을 일삼았기 때문에 나와 마찰이 잦았습니다. 하루는 내가 제주경찰서에서 숙직을 하는데 여자의 비명소리가 나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취조실을 가보니 여자를 나체로 만들어 거꾸로 매달아 놓고는 고문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중략) 최난수는 막무가내였어요. 그런 고문을 받으면 안 한 일도 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수사대는 또 스스로 삐라를 만들어 특정 마을에 몰래 뿌려놓고는 그 마을 사람들을 잡아다 고문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돈도 나오고 여러 가지가 나오거든요. 자유당 시절의 소위 '관제공산당'인 셈이지요." - 김호겸,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p384

4.3진상보고서 ⓒ 변상철


최난수의 또 다른 행적 중 하나는 반민특위 와해를 위한 반민특위 관련자 암살 계획 사건이었다. 제주에서 올라온 최난수는 친일경찰 노덕술과 함께 반민특위법 제정을 주도한 국회의원들을 암살하고, 반민특위 주요 위원을 암살하기 위해 암살전문가 백민태(白民泰)를 고용했다.

최난수의 계획에 따르면 반민특위 소속 국회의원 김병로, 신익희 등을 납치, 3.8선 부근에서 이들을 살해한 후 '조국을 배신하고 월북하는 것을 발견, 즉결처형했다'는 보고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백민태의 자수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 25일 노덕술의 체포와 동시에 검찰기관에 구금된 서울시경찰국 현직 경감 최난수" - 동아일보 1949. 1. 30
"반민특위의 활동을 미연에 봉쇄함으로서 친일파처단을 피하고자 특위원 암살을 음모하였다는 전 수도청간부 노덕술, 박경림, 홍택희, 최난수 등 4명에 관한 제1회 공판은 18일 오전 10시 서울지방법원 4호 법정에서 이원희 검사 입회, 임석무 재판장심리로 개정되어 먼저 인정심문만을 한 후 분리심리를 하기로 결정하고, 최란수 1명만 남기고 그 외 피고를 퇴장시켰다." - 동아일보 1949. 3. 29.


그는 결국 이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그는 4.3사건과 관련된 그의 범행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처벌 받은 사실이 없다. 외조부의 친일행적에 강동원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숙질간의 최환 변호사는 그의 백부의 4.3사건에서의 고문과 조작 사건에 단 한 차례도 사죄를 한 적 없다. 아니, 그의 그런 과거사에 대해 그의 언급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나는 1987년 당시 최환 검사의 의로운 일에 대해 조금도 폄하할 마음이 없다. 용기 있는 행동이 세상을 바꾸었다는 점에서도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1987년의 민주주의가 완성되기 위해서 우리는 과거를 완전히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잣대는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 외조부의 친일은 지탄받아야하고, 백부의 반헌법행위는 아무런 논쟁없이 지나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강동원이 이한열 열사 모친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 이한열기념사업회페이스북


달리 생각하면 1945년 해방 이후 친일의 역사가 올바로 처벌받고 정리되었다면, 우리는 어쩌면 불필요할지도 모를 이러한 논쟁을 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1987년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비껴갈 수 있었으며, 선대의 잘못으로 인해 후손이 눈물을 흘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제라도 우리는 1987년의 민주화운동을 완성하는 의미에서 가해자의 참된 사죄와 피해자의 진실된 화해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 '1987'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여기에 #영화'1987' #최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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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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