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가득 퍼진 파래 향, 제철 맞네

백야도에서 만난 파래... 겨울철 식탁에서 인기 독차지한 해조류

등록 2018.01.17 21:18수정 2018.01.17 21:42
0
원고료로 응원
a

백야도 바다에서 아낙네들이 파래를 뜯는다. ⓒ 조찬현


백야도는 섬이다. 하얀 섬이다. 섬의 주봉인 백호산의 바위들이 하얀색으로 보여 지어진 이름이다. 바다에 떠있는 어선, 갯바위, 쪽빛바다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섬마을이었던 이곳은 2005년 4월 14일 다리가 놓여 지금은 육지와 하나가 되었다. 백야대교라 이름 지어진 이 다리는 여수시 화양면 안포리에서 화정면 백야리를 잇고 있다. 

바다에서 아낙네들이 파래를 뜯는다. 물때보다 이른 시간에 바다에 나온 아낙네들은 물이 빨리 안 난다며 안타까워한다. 점심 무렵, 물이 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오늘의 물때는 6물이다. 오후 2시23분경이 되어야 바닷물이 빠져나가 해수면이 낮아지는 간조다.


"김치 담듯이 입맛에 맞게 담가요"

a

물이 더디게 나자 아낙네들은 장화도 벗어 던지고 바다 물속으로 들어간다. ⓒ 조찬현


바다의 속살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마음이 조급한 아낙네들은 장화도 벗어 던지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다. 물이 드러나길 기다리며 갯가에서 고둥을 줍은 아낙네도 있다. 바다로 들어간 아낙네는 파래를 제법 많이 뜯었다. 파릇파릇한 파래가 바구니 가득 차오른다.

첫물이다. 파래를 뜯는 첫날이다. 바다에서 파래 한 웅큼을 뜯어낸 한 아낙네는 백야도에서 자란 파래가 맛있는 파래라고 했다.

"파래 뜯으러 오늘 처음 바다에 나왔어요. 파래가 아직은 덜 자랐어요. 백야도 파래가 맛있는 파래예요."

민물이 흘러들어오는 얕은 바다에 사는 파래는 주로 바위에 붙어 자란다. 잎이 연하고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파래를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손질해 양념에 맛깔나게 무쳐놓으면 겨울철 식탁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백야도에서 살았다는 배연자(75) 어르신은 파래김치는 김치 담듯이 입맛에 맞게 담가먹는다고 했다.

"백야도에서 태어나 아무데도 안가고 이곳에서 여태 살았어요. 식성이 집집마다 다르잖아요. 김치 담듯이 입맛에 맞게 담가요."

a

아낙네가 백야도 바다에서 파래 한 웅큼을 뜯어낸다. ⓒ 조찬현


a

파릇파릇한 파래가 바구니 가득 차오른다. ⓒ 조찬현


김근자(62) 어르신은 파래 뜯으러 갯가에 처음 나왔는데 재미나고 좋다고 말했다. 뜯은 파래는 반찬으로 담가 먹을 거란다.

"파래를 뜯어서 담아 묵게~ 파래 뜯으러 처음으로 나왔는데 좋아~ 좋아, 재밌어요."

잇몸건강과 빈혈예방에 좋은 파래는 니코틴해독과 간 기능에도 도움이 된다. 파래를 자주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진다. 또한 파래는 해조류 중에서 가장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 내음 가득한 파래무침이 있는 백야도 밥상

a

바다 내음 가득한 파래무침과 서대찜이 있는 백야도 백반이다. ⓒ 조찬현


파래무침이 맛보고 싶다. 이곳 백야도의 식당에서 파래무침을 먹는다면 그 맛이 훨씬 더해질 것이다. 무릇 먹거리는 산지에서 먹어야 맛있는 법이다. 남도의 식당은 늘 기대와 설렘으로 찾게 된다. 진짜 맛있는 남도 음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는 그런 기대감이다.

백반집 반찬에 제육볶음이 나오는가 하면 어떤 곳은 간제미회무침이나 홍어무침이 나오기도 한다. 남도의 어느 식당이건 불쑥 찾아들어도 반찬의 종류가 다양하고 걸다. 하물며 분식집의 반찬도 너댓가지가 나오는 곳이 남도 음식점이다.

백야도에는 이름난 순두부집이 하나 있다. 음식을 파는 식당은 두 곳이다. 그 중에서 KBS <한국인의 밥상>에 최근 소개된 곳을 찾았다. 파래무침을 맛볼 수 있을 거라며 현지인이 알려준 곳이다. 주인장에게 파래무침에 대해 물었더니 다행스럽게도 있다고 한다.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a

해초 향을 품은 파래무침에서 갯내음이 묻어난다. ⓒ 조찬현


맛집이든 아니든 그런 건 알바 아니다. 파래로 만든 파래무침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혀를 만족시켜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음식 맛도 무난한 편이다. 무를 나박나박 썰어 넣은 어리굴젓과 향긋한 해초 향을 품은 파래무침에서 갯내음이 묻어난다. 조선간장과 젓국에 무쳐냈다는 파래무침은 간도 적절한데다 파래의 향을 비교적 잘 살려냈다.

여수에 가면 꼭 맛보라는 서대찜도 맛깔지다.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은데다 담백한 맛이 좋다. 적절한 양념에 간이 잘 배어있어 발라낸 생선살 맛이 아주 그만이다. 백야도 식당에서 맛본 백반 상차림에는 향긋한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

a

아름다운 섬 여수시 화정면 백야리 풍경이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야도 #파래무침 #파래 #맛돌이 #여수 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