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서막…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꾼다

[블록체인 세상을 삼키다 ②] 돼지고기 이력 추적과 선거에도 활용

등록 2018.01.22 10:16수정 2018.01.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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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개념도. 연결된 블록들이 모든 정보를 공유, 기억하는 형태다. ⓒ pixabay


비트코인은 시작이다. 비트코인을 만들었던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은 사회 모든 영역에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이 일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계좌에 '1000만 원 입금'이라는 거래 정보가 있다. 1000만 원 입금이란 정보는 조각(블록) 형태로 블록체인에 소속된 모든 구성원들의 네트워크(컴퓨터 등)에 저장된다. 조각은 이 과정에서 암호화된 형태로 변환된다.

정보를 여러 곳에 분산 저장, 보안성 뛰어난 블록체인

이렇게 되면 거래 정보에 대한 조작이 어려워진다. 블록체인의 한 구성원을 해킹해, 1000만 원 입금이란 정보를 '1억 입금'이라고 바꿨다고 가정하자.

조각 1개의 정보가 바뀌었지만, 나머지 구성원들의 네트워크에 저장된 조각(블록)의 정보는 변하지 않는다. 수십 수 백개의 조각들이 모두 '1000만 원'이라고 하는데, 단 한 개의 조각만 '1억'이라고 하는 셈이다.

하나의 '기록'을 완벽하게 조작하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수천, 수만 개의 조각들을 일일이 해킹해야 한다. 각 조각들은 수백만 가지의 수식을 조합한 암호 형태를 띄기 때문에, 조각 1개 해킹도 쉽지 않다.

여러 개 블록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중거래 등 금융 사고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각 조각(블록)들이 정보를 검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인증 기관 등이 별도로 필요 없다.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가상통화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 모든 영역에 적용돼, 부가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블록체인 연간 성장률 2020년에 120%"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블록체인의 연간 성장률은 2020년 기준 120%로 예상된다. 사업적 부가가치는 2030년 3조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2027년 전 세계 총생산(GDP)의 10%인 8조 달러가 블록체인 기술에서 파생될 것으로 예상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블록체인의 발전 방향은 총 4단계로 구분된다. 블록체인 1.0(도입기)은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 통화가 등장하는 시기다.

지난해 8월 기준 가상통화 종류는 1057개, 전체 시가 총액은 1376억 달러에 달한다. 국내에선 가상통화 투기 광풍이 불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블록체인의 도입기는 지났다는 뜻이다.

블록체인 2.0(발전기)은 블록체인이 여러 영역에서 활용되는 단계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나스닥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나스닥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링큐(Linq)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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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코인원 블록스 객장에 설치된 가상화폐 시세 전광판. ⓒ 연합뉴스


관리자가 일일이 승인하던 시스템 대신 블록체인 활용한 자동화

기존 시스템은 중앙 관리자가 일일이 주식 거래를 승인하는 것이었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이 절차를 자동화시켰다.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줄면서 거래 수수료 감소 등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스마트 계약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당사자 간 계약 조건을 설정하고, 이 조건이 달성되면 거래가 자동 실행되는 것이다. 관리자가 돈의 입금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사라지는 것이다.

블록체인 3.0(확산기)은 금융을 넘어 모든 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시기다. 블록체인 기술을 산업 분야에 적용하려는 논의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

리눅스 재단의 하이퍼레저(Hyperledger)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비엠(IBM)과 인텔(Intel)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제조 공급망과 사물인터넷(IoT)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시적인 성과는 농수산물 추적 시스템 구축이다. 아이비엠(IBM)의 경우 중국 월마트와 협업해, 돼지고기 추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비자들이 돼지고기의 생산지, 도축, 유통과정, 매장 진열 등에 이르는 전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돼지고기와 컨테이너 이력 추적도 블록체인으로

머스크 그룹은 1000만 개가 넘는 컨테이너의 이동 경로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력 추적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에 활용되면, 서류와 행정 처리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에이피(SAP)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250만 명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블록체인 기술로 연결해주는 에스에이피 아리바(SAP Ariba)를 개발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4.0(정착기) 시대에는 행정 등 공공 부문까지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다. 복지 서비스 제공과 기부금 관리, 선거, 여론조사 등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이 기술이 활용된다.

선거와 여론 조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보안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표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보트워처(VoteWatcher)가 제안한 투표 시스템에 따르면, 유권자는 큐알(QR) 코드가 있는 종이 투표 용지에 투표를 한다.

투표 결과는 스캔돼,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여러 개의 블록체인 조각들이 이 투표 결과를 '저장'해 변조를 막는다. 유권자는 투표 영수증을 통해, 투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으로 투표 결과 위변조 예방

공공데이터의 변조 방지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아울러 자동차나 부동산 거래, 등기 처리도 거래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 계약 승인을 해주는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면, 수수료 등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영국과 에스토니아, 두바이를 비롯해 미국 델라웨어와 애리조나, 버몬트, 일리노이 등 주 정부들도 이미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도 지난해 블록체인 기술을 전자 정부에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글로벌 기업과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각국 실정에 맞는 성공 사례를 찾고 있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적 기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금융 외에 다른 산업이나 정부, 공공서비스 확산 시도는 저조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 활용 촉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마련하고, 블록체인 확산을 위한 기반 조성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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