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현장의 세 사람,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고라니의 불행

등록 2018.01.22 13:59수정 2018.01.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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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 야생동물에게는 치명적인 죽음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전국에 자전거 길이 늘어나면서 기존 도로의 갓길을 자전거 길로 전용하면서 사람의 허리보다 높은 분리용 안전 가드레일을 설치하는 곳이 크게 늘었습니다.
 
헤이리 노을동산 아래의 자동차 길에도 동물들이 맞은편 산으로 가기 위해 도로로 내려섰다가 분리대를 넘지 못하고, 질주하는 차량에 치여 사망에 이르거나 중상을 입는 경우가 더 많아졌습니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의하면 최근 5년간 로드킬로 이어진 사고만 5만7870건입니다. 물론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것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 9일, 낮 12시 20분. 금산리 인근 헤이리로를 지나다가 차를 멈추었습니다. 맞은편 차로에 교통사고를 당한 고라니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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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를 당한 고라니 ⓒ 이안수


고라리는 살아있었지만 뒷다리 부위가 골절된 것은 물론 피부가 찢어서 장기가 노출될 정도였습니다.
 
출혈의 정도, 이곳저곳에 흩어진 자동차 범퍼의 조각들 만으로도 사고의 충격이 어느 정도였는지 현장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2차선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고라니 뒤로 2대의 차량이 서있었습니다.
 
사고 경위를 파악할 짬도 없이 119구급대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3분의 구급대원들이 비명을 지르는 고라니를 케이지에 담고 정차된 차량 운전자에게 다가가 신고자인지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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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의 출동 ⓒ 이안수


"제가 발견자이고요 신고자는 제 차량 뒤에 정차해있던 탑차 운전자인데 조금 전에 떠났습니다."
 
구급대원들이 떠나고 범퍼 조각들을 줍고 있는 분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사고운전자가 아니군요? 그런데 현장을 지키고 계신 이유가?"
"고라니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뒤에 오는 차량들에 의해 다시 치일 수가 있기 때문에 차로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제 뒤 탑차 운전자가 119에 신고했는데 바빠서 떠난 것 같군요."
 
나는 현장에서 구급대원 외에도 세 가지 행위를 한 분을 목도한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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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차로 고라니를 막아 2차 사고를 막은채 구급대원의 도착을 기다리는 분 ⓒ 이안수


1. 범퍼가 박살 날 만큼 고속으로 고라니를 친 뒤, 아무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도주해버린 뺑소니 운전자.
2. 사고 후 방치된 고라니를 발견하고 차를 세운 다음 2차 사고 유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한 운전자.
3. 앞차가 현장을 막아서는 동안 119에 신고한 탑차 운전자.
 
인간은 선한 존재일까요. 악한 존재일까요.

로드킬 신고 | 지역번호 + 120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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