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4대강 공원' 밀고 축구장 건설?

[현장] 충남 공주시 쌍신 축구장 조성사업 논란... 시 "2015년부터 추진한 사업, 선거와 무관"

등록 2018.01.20 20:05수정 2018.01.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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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가 ‘쌍신 생태공원’ 일원에 20억 원을 투입 축구장이 건설되고 있다. ⓒ 김종술


4대강에서 불도저가 떠난 지 6년 만에 다시 들어왔다. 산책로 콘크리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곱게 깔린 잔디밭도 중장비의 삽날에 처참하게 망가졌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설치한 작품도 밀려나야 했다. 국가지정 문화재보호 구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충남 공주시는 금강 수변 종합관광·레저 이용계획 수립을 위해 '쌍신 축구장'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소는 신관동 496-35번지 '쌍신 생태공원' 일원이다. 천연 잔디 축구장 2면 외 부대시설로 관람석, 음수대, 다목적 광장, 수목 및 조형물 이전, 축구장 펜스, 보행자 및 자전거도로 등 사업비는 20억 원이 들어간다. (관련 기사 : 4대강 준공 5년 만에 바뀌는 공원들..."치적 쌓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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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등 시설물이 사이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김종술


이곳은 국가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문화재보호 구역이다. 4대강 사업 당시 생태공원 목적으로 조성됐다. 강변은 웅덩이를 파서 습지로 조성했다.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 공간을 만든다며 수천 그루의 조경수가 심어졌다. 넓은 데크를 설치하여 휴식 공간도 만들었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활동하는 자연비엔날레 작품도 전시해 놓았다. 공주시는 해마다 코스모스와 유채꽃을 심어 시민들을 유혹했다. 강변 자연 갈대숲과 함께 시민들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던 곳.

공주시는 공원을 활용할 방안도 찾았다.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공주보→ 한옥마을→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릉→ 제민천→ 생태하천→ 전통시장→ 공산성→ 금강교→ 정안천생태공원→ 연미산→ 공주보를 지나는 총 14km 약 4시간 30여 분이 소요되는 거리를 고마나루 명승길로 지정했다. 2011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사업비를 지원받아 조성됐다.

6년 만에 사라진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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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가 ‘쌍신 생태공원’ 일원에 20억 원을 투입 축구장이 건설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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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중장비에 윤활유를 주입하고 있다. ⓒ 김종술


20일 현장을 찾았다. 거대한 중장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강변을 파헤치고 있다. 사무실로 보이는 이동식 컨테이너 앞에는 5~6대의 차량이 세워져 있다. 거대한 중장비는 대형 덤프에 강변에서 파헤친 흙을 연신 실어 올린다. 뜯어낸 산책로 콘크리트와 데크 시설물은 공사장에 방치되어 있다.

중장비 운전자는 대형 기름통을 내려놓고 차량에 (윤활유) 기름칠을 하고 있다. 강변에서 기름을 흘리며 정비를 한 것이다. 그러나 공주시의 관리·감독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공사 관리자는 적반하장(賊反荷杖), 오히려 자신에게 사전 허락 없이 사진을 찍었다며 목소리를 키웠다.


기자의 연락을 받고 온 공주시 담당자도 미온적이었다. "현장에 나가서 (윤활유) 치지 말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기름) 흘리지만 않으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잔디밭에 설치되어 있던 작품들이 사라졌다. 리앙하오(중국·미국) 작가가 설치한 '존재의 선율'이라는 작품, 채송화 한국 작가가 전시한 '구르는 나무'라고 적힌 작품, 인도 작가부터 일본 작가의 '라치쿠 헥스'라는 작품도 치워졌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 심어 놓은 조경수는 통째로 사라졌다.

지방선거 앞둔 시기에 축구장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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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가 ‘쌍신 생태공원’ 일원에 20억 원을 투입 축구장이 건설되고 있다. ⓒ 김종술


허가 과정과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갑자기 공사가 시작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주시가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토부에 지구지정 신청을 요청해 와서 2016년도에 국토부로부터 허가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평가에 참여한 사람들이 대부분 국토부에서 위촉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민간단체 심의위원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당시 나는 기존 개발지구인 공산성 앞의 체육공원을 활용하고, 현 부지는 보호구역이나 자연지구로 지정하여 출입을 적절하게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으나 무시되었다. 계속해서 문제 지적을 했더니 심의위원 자격까지 박탈당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해마다 관리가 안 돼서 잡풀만 우거지는 우범지대로 변한 지 오래다. 공주시가 전국대회를 유치한다고 하는데, 축구장 만든다고 전국대회를 유치한다는 발상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은 "가끔씩 운동하러 나오는 곳인데 갑자기 공사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4대강) 공사가 끝나고 이제야 나무들이 자리를 잡아가는데,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축구장을 만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상류 500m 떨어진 곳의 축구장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니까 시장 치적 쌓기를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공주시 담당자는 "2015년도부터 추진된 사업으로 선거를 앞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대회 유치를 위해 국제규격으로 만들 것이다. 4개월 정도면 공사가 끝나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용객을 위한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예산 확보가 안 돼서 추가로 예산을 세워서 만들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사비 20억 원 외에 향후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편, 4대강 사업비 22조 2천억 원 중 수변 생태 공간 조성에만 3조 1132억 원의 국민 혈세가 들었다. 이렇게 세운 수변공원이 전국에 357개. 금강 변에 90개의 공원이 있다. 인구 7만 명이 거주하는 부여군에 여의도 공원의 50배가 넘는 공원이 조성됐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원은 '우범지대' 또는 '유령공원'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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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충남 부여군 백제보에 설치된 축구장은 조성 이후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축구장 건설 #공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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