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에 불손"... '납득 불가' 한동대의 학생 징계 사유

페미니즘 강연 주최 학생 5명 '특별지도' 처분... 학생들, "검열·사찰 등 인권 침해는 지워져"

등록 2018.01.23 10:29수정 2018.01.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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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방지 등 '공동행동' 요구사항 관철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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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학교는 페미니즘 관련 강연을 주관했다는 이유로 일부 학생들에게 특별지도 처분을 내렸다. ⓒ 김종훈


한동대학교(총장 장순흥)가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한 학생들에게 특별지도 처분을 내렸다. 대학 측은 해당 학생이 학칙을 위반했고, 교직원에 대한 언행이 불손했다며 처분 이유를 밝혔다. 일부 학생들은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며 거부하고 나섰다.

한동대는 지난 15일부터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하거나 참석했다는 이유로 진술서를 요구한 학생 5명에게 순차적으로 특별지도 처분을 내렸다. 강연 직후 주최 단체인 '들꽃' 학생들의 징계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인 재학생 2명에 대해서도 특별지도 처분을 내렸다.

한동대는 강연 당일(12월 8일) 학생들이 기말시험 일주일 전 행사는 허가할 수 없다며 강연 취소를 요구한 조원철 학생처장에게 항의했고, 지도를 따르지 않고 강연을 연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교직원에 대한 언행이 심히 불손했다고 밝혔다.

한동대 '학생상벌에관한 규정'에 따르면, 특별지도는 학생을 징계처분 이외의 방법으로 특별히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상담, 봉사활동 등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

학생처가 진술서를 요구한 "국가로부터 기독교 종교교육의 허가를 받은 한동대학교의 교육을 따르지 않은 것", "기독교대학으로서 한동대학교 설립정신과 교육철학에 입각한 학칙에 위배되는 점" 등 강연 내용을 문제 삼던 사유는 없었다.

학생처는 "사과와 반성의 입장을 표명하며 추후 학칙을 준수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지도 사항으로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를 외부로 유출하지 말라는 당부도 했다.


석지민(27)씨는 "강연 전부터 있었던 사전 소환, 검열, 취소 종용, 징계 협박을 비롯한 각종 기본권 침해, 그리고 강연 이후 벌어진 아웃팅, 사찰, 진술서 요구를 비롯한 인권 침해 등은 싹 지워지고 도리어 제가 '지도'의 대상이 된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석씨 등 일부는 특별지도 처분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석 씨는 "특별지도의 부당함을 제기했고, 한 차례 개별면담도 있었다. 그동안 과정에서 학문과 사상의 자유 침해, 인권 침해 등에 대해 소명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없었고 질의응답도 특별지도에 대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별지도에 응하기로 한 학생들도 '한동대 학생 부당징계 및 인권침해 반대 공동대응' 명의로 발표한 성명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행동은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공동행동은 지난 15일, 64개의 단체, 1,875명의 연대 성명서를 학생처에 전달했다. 정의도당 제주도당 성소수자위원회, 성균관대 성소수자 모임 '퀴어홀릭' 등이 연대 성명서를 보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학술강연 검열 및 징계 협박 ▲개인의 성적 지향 폭로 ▲개인 SNS 사찰 등을 이유로 조원철 학생처장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직 해제를 요구했다. 또, ▲성별·장애·성 정체성·성적 지향·인종·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 금지하는 학칙 제정 ▲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교육과정 신설 ▲대학인권센터 설립 등 재발 방지 대책 수립도 요구했다.

석씨는 "저희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학교에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보다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며 "지난 금요일(19일) 국가인권위에 사건이 접수됐다는 안내를 받아, 조사관이 배정되면 국가인권위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뉴스민>은 특별지도 처분이 부당하다는 학생들의 주장에 대한 학생처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조원철 학생처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조원철 학생처장은 지난해 12월 8일 학생학술모임 '들꽃'이 주최한 <흡혈사회에서 환대로-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 강연 후, 전 교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해당 강연은 "동성애 내용 가득한 모임"으로 규정해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의 성적 지향이 전 교직원에게 알려졌고, 다른 학생은 SNS에 게시한 댓글을 문제 삼아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경위서와 진정서 제출을 요구받은 학생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사상의 자유 침해 등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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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뉴스민>에 실린 글입니다.
#한동대 #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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