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김이 우는 소리... 한번 들어보실래요?

수제 김 건조장, 전남 강진군 마량면 서중마을 솔숲 언덕에 가다

등록 2018.01.24 20:42수정 2018.01.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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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건조장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햇볕과 바람에 의해 건조된 김을 걷어내고 있다. ⓒ 조찬현


김이 운다. 김이 울음을 운다. 양지바른 언덕 잔디밭에서 김이 울음을 토해낸다. 바닷물에 흠씬 젖은 까만 몸이 겨울햇살과 갯바람에 마를 때면 울음을 운다.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언어로 소리 내어 운다. 

수제 김 건조장이다. 강진군 마량면 서중마을 솔숲 언덕이다. 햇볕이 잘 드는 이곳 언덕의 잔디밭에는 김을 전통방식으로 햇볕에 말리고 있다. 물김을 채취해 만든 자연산 재래식 김이다. 재래식 김은 일반 김보다 그 크기도 크고 두께도 도톰하다.


이곳 김 건조장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 귀 기울이면 김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실 김 울음소리는 물기를 머금은 김이 마르는 과정에서 수축되면서 내는 소리다. 그 소리는 달궈진 프라이팬에서 참깨를 볶을 때 나는 소리와 매우 흡사하다.

자연건조 김, "김이 울음을 그치면 김을 걷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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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김이 울음을 그치면 김을 걷는다고 했다. ⓒ 조찬현


이곳에서 가장 나이 많으신 어르신은 김이 울음을 그치면 김을 걷는다고 했다. 김 본연의 맛을 알고 싶다면 생김을 먹어봐야 제대로 안다며, 김이 햇볕을 많이 쬐서 감칠맛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이 울음을 그치면 김을 걷어요. 김 본연의 맛을 제대로 알려거든 생김을 먹어보세요. 김이 햇볕을 많이 쬐서 감칠맛이 있어요."

어르신은 수제 김 만들기가 생각보다 힘들다고 한다. 숙련된 인부를 구하기도 힘든 데다 인건비 부담이 많아 수제 김 생산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했다.


김 만들기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바다에서 채취해온 물김을 민물에 깨끗하게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잘게 자른다. 김 발장에 네모난 김 틀을 얹은 다음 물통에 담아놓은 물김을 떠서 발장에 물김을 부어 펼친다. 일반 김보다 더 두껍게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은 자연 건조장에서 햇볕에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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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들이 햇볕과 바람에 의해 건조된 김을 한 장 한 장 떼어내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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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만들어진 자연산 수제 김에서 고소하고 달큰한 풍미가 느껴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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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수제 김은 일반 김보다 더 크고 두껍다. ⓒ 조찬현


햇볕과 바람에 의해 건조된 김은 한 장 한 장 떼어내어 포장한다. 김이 다 마르는 시간은 햇볕 짱짱한 날 6시간여가 걸린다. 흐린 날은 김 생산을 하지 않는다. 포장된 김은 '해로달인 수제김'이라는 이름으로 날개 달린 듯 팔려나간다. 자연에서 온 가장 자연스러운 제품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상 김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달리 이곳의 생산량은 한계가 있다. 하루 만들어지는 양은 70~80속이다. 김 100장이 담긴 1속의 가격은 3만원이다.

식이섬유와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한 해조류 김은 우리 몸의 면역력 증진과 유해물질 배출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당질과 단백질로 주성분이 구성되어 있어 단백질은 어린이 성장발육에 칼륨은 고혈압에 좋다. 치매 예방과 스태미나 보강은 물론 시력보호에도 좋은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갓 만들어진 자연산 수제 김에서 고소하고 달큰한 풍미가 느껴진다. 은은한 해초향도 묻어난다. 해풍과 햇살이 만들어낸 맛이다. 자연에서 온 순수한 자연그대로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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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마량면 서중마을 솔숲 언덕의 김 건조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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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마을 언덕 잔디밭에 김을 널어놨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제 김 #자연산 김 #강진군 마량 서중마을 #맛돌이 #수제 김 건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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