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시대, 돌봄노동도 금전적 가치 인정"

[블록체인 세상을 삼키다③] 김진화 블록체인협회준비위 공동대표 "가상통화가 혈액 역할"

등록 2018.01.23 20:27수정 2018.01.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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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 설명 및 기자간담회에서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준비위원회 공동대표가 규제안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수료 없는 거래, 반영구적인 기록은 기술적 장점."
"글쓰기와 돌봄노동 등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분야도 적절한 평가가 이뤄질 것."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아래 김 대표)가 꼽은 블록체인의 장점이다. 김 대표는 최근 제이티비씨(JTBC) 뉴스룸에서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와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 전면 폐쇄론에 반박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23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모든 기술이 잘 될 수 있을지는 섣불리 예측 못하나, 모든 기술의 발전이 연결이 촘촘해지고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블록체인도 그런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블록체인의 장점을 묻자 김 대표는 "지금은 이메일이든 뭐든 중개자를 뒀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중개인 없는 거래를 통해, 거래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돈을 주고받을 때, 지금은 은행(중개자) 등 금융기관을 통해야 하지만 블록체인 체제에서는 은행 없이 거래가 가능해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어 "초연결사회에서는 인터넷 거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데, 만약 중개자가 있다면 병목 현상, 중앙 서버가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블록체인 운영 비용이, 중개자를 두고 운영하는 비용보다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영구적으로 기록이 남는 것도 장점이다. 중앙서버가 모든 정보를 보관하는 것과 달리, 개별 컴퓨터가 각각 분산해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유실 염려가 없다는 것.

그는 "블록체인의 거래는 둘(거래 당사자간) 사이에 하는 건데, 이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참여한 컴퓨터에 모두 기록이 된다"면서 "이중 삼중으로 거래 기록이 유실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기록이 보전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가치 부여되지 못했던 것들이 가치화될 것"

김 대표는 블록체인이 범용화되는 과정에서 "가상통화는 '혈액'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블록체인이 형성되려면 참여자(컴퓨터)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참여자들은 모이지 않는다. 참여자들에 대한 보상 수단이 '가상통화'다. 비트코인도 이 원리다. 블록체인에 참여해 암호를 푼 컴퓨터에 대한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지급한다.

코인을 지급받기 위해 수많은 참여자가 몰리고, 그들이 서로 연결돼 견고한 사슬(체인)을 형성한다. 참여자의 동기 부여를 하는 가상통화는 사람 몸의 '피'처럼 필수적인 요소다. 

가상통화가 활성화되면, 기존에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들이 경제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전망도 내놨다.

"현재 법정 화폐에서 교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죠. 돌봄 노동 같은 것들은 가치는 확인되는데 화폐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암호화폐(가상통화) 기술이 발달하면 화폐 논리상 가치를 적절히 부여하지 못했던 것들이 가치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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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STEEMIT)은 글쓰기에 대한 가상통화 보상체계를 도입했다. ⓒ 신상호


스팀잇(STEEMIT)의 가상통화 실험이 김 대표가 꼽은 사례다. 스팀잇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상통화(스팀, 스팀달러)를 지급한다.

글을 써서 받은 가상통화로 비트코인을 교환할 수도 있다. 특정 직업군(기자, 작가 등) 외에는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글쓰기가 이곳에선 적절한 금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특정 노동에 대한 공감을 형성하는 개인들을 연결해주고, 해당 노동에 대한 경제적 대가가 지급되는 체계를 만들 수 있다. 

"돌봄 노동 등 어떤 가치를 향유하는 공동체가 있으면,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 노동의 대가를 암호화된 토큰으로 장부에 기록해 놓으면, 전 공동체가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법정화폐가 하지 못했던 그런 것을 환산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김 대표도 최근 국내의 가상통화 투기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나오는 가상통화에 대해, 확실한 가치를 평가할 기준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했다.

김 대표는 "암호화폐가 무분별하게 거래소에 올라가고 있다"면서 "일본의 경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거래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한국은 검증되지 않은 신규 코인에 대한 투자 비중이 너무 높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금융 공학자들도 원래 가치(가상통화가 보유한 잠재 가치)를 판단할 수 없고, 참고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도 없다"면서 "진정한 가치를 산정할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섣불리 돌덩어리 혹은 금이라고 극단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무분별한 투기와 블록체인은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 관련된 회사도 최근 많이 늘어났고, 기술을 싹틔우는 단계인데, (정부의)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때문에 관련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암호화폐 부작용만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기술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가상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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