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거래소에 맡긴 돈이 임원 통장으로? "비정상 거래 포착"

[현장] 금융당국, 가상통화 취급업소 점검결과 발표...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마련

등록 2018.01.23 15:24수정 2018.01.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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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중 금융부문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훈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정완규 금융정보분석원장, 김홍식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 ⓒ 금융위원회


가상통화 취급업소(거래소; 아래 취급업소)가 소비자들이 맡긴 돈 가운데 일부를 취급업소의 대표자나 임원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거래와 관련해 법 위반 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상시 점검하고, 법을 어긴 부분을 적발하면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은행들이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보고를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중 금융부문 대책 시행' 기자설명회에서 가상통화 관련 은행권 현장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8~16일 동안 은행이 가상통화 관련 금융거래에 대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펴보는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대상 은행은 농협·
기업·신한·국민·우리·산업은행 등이다. 

비트코인 사면서 거래소에 준 돈이 대표 통장으로? "사기, 횡령 등 문제 가능성"

금융당국은 점검 결과, 일부 가상통화 취급업소가 일반 법인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돈을 모으고, 이중 일부를 대표자나 임원 이름으로 된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가상통화 취급업소들은 은행에 별도의 계좌를 지정해 가상계좌로 이용자의 돈을 받는데, 이와 다른 정상적이지 않은 거래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은 취급업소의 임원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입금된 이용자의 돈이 다른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여러 통장으로 이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상통화 취급업소가 또 다른 취급업소와 거래를 한 정황이 나타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일반 법인계좌로 가상통화 거래자의 돈을 받으면 취급업소와 그 대표자 사이의 금융거래에서 사기, 횡령, 유사수신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또 가상통화 취급업소 법인계좌에서 거액 자금이 다른 취급업소로 송금되는 경우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금융당국은 덧붙였다.

다만 일부 가상통화 취급업소들의 이런 정상적이지 못한 거래와 관련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금융위 쪽은 밝혔다. 이날 '이번 의심거래와 관련해 은행 일부 영업정지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명백한 특금법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은행들의 (가상통화 자금세탁 방지 관련) 내부 통제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자체적으로 시정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앞으로 이어질 상시 점검을 통해 법률 위반 사항을 적발하면 엄중 처벌하겠다"고 김 부위원장은 말했다. 가상통화 취급업소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판매하면서 벌어들인 돈을 은행에서 만든 통장에 보관하게 되는데, 이때 법을 어기는 일이 없는지 은행이 제대로 감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취급업소와 계약한 은행 통장으로 입출금... 가상계좌 이용자는 출금만 가능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한 금융거래에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실명거래를 정착시키기 위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시스템을 오는 30일까지 마련한다고 밝혔다.

취급업소가 이 서비스를 활용할 경우 거래 은행과 같은 은행의 통장을 가진 이용자는 해당 통장을 통해 입출금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 이용자는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추가로 입금은 할 수 없고, 출금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만약 빗썸이 신한은행과 계약할 경우 빗썸 이용자는 신한은행 통장으로만 가상통화 거래에 필요한 돈을 입출금할 수 있고, 다른 은행 통장으로는 출금만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또 외국인과 미성년자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앞으로 이들은 한국에 있는 가상통화 취급업소에서 거래하기 어려워질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오는 30일 이후 가상통화 거래를 위해 취급업소에 입금하고 싶은 사람은 취급업소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에 가서 실명확인 절차를 밟아 통장을 만들면 된다. 이미 해당 은행의 통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통장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이후 이용자는 가상통화 취급업소의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은행에서 만든 통장을 등록 신청하면 된다.

다만 은행들이 가상통화 취급업소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 관련 계약을 반드시 맺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은행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 금융당국 쪽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자금세탁과 관련한 평판 관리에 자신이 있다면 내부 교육을 철저히 하면서 (서비스 계약을) 할 것"이라며 "자신이 없다면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해 자금세탁 등 범죄가 일어날 위험도 있지만, 관련 자금을 은행이 관리하면서 얻는 이익도 있기 때문에 은행이 스스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은행이 가상통화 취급업소와 계약을 하거나, 계약을 하지 않는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내다봤다.

가상통화 거래 1일 1000만 원, 7일 2000만 원 넘으면 자금세탁 의심 보고돼 

또 이날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오는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금융거래 상대방이 가상통화 취급업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서 실시한 현장점검에서 쇼핑몰로 등록한 취급업소도 발견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들이 서로 공유한 취급업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가 거래 상대방이 가상통화 취급업소인 것으로 판단될 때 취급업소의 금융거래 목적,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 이용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는 내용도 이번 가이드라인에 담겼다. 또 금융회사가 자체적 판단에 따라 취급업소와의 금융거래를 거절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더불어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금융회사가 가상통화 관련 금융거래에 대해 자금세탁으로 의심되는 유형에 해당할 경우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소비자가 가상통화 취급업소와 1일 1000만 원, 7일 2000만 원 등 거액 거래를 하거나, 단시간 내에 빈번한(1일 5회, 7일 7회) 거래를 하는 경우 자금세탁 의심거래보고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FIU는 가상통화 관련 금융거래 정보를 집중적으로 심사 분석하기 위한 팀을 신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 FIU는 분석 후 탈세 등 조세 관련 정보는 국세청 등에, 불법재산 등 범죄와 관련한 정보는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가상통화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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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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