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는 책, 한 손엔 맥주... '책맥' 카페에 가봤습니다

경남 양산 책방술술 노언주 대표, 지난해 9월 문 열어... "동네 플랫폼 되길"

등록 2018.01.23 17:37수정 2018.01.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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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맥주 함께 즐기는 '책맥카페' 젊은 세대 문화 욕구 충족 위해
"책으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동네 플랫폼'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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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에 있는 책방술술 전경 ⓒ 양산시민신문


책맥카페. 치맥(치킨과 맥주)은 들어봤어도 책맥은 뭔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책맥, 말 그대로 책과 맥주를 의미하는데 '책맥카페'라고 하니 한 단어 속 들어있는 낱말 하나하나가 어쩐지 이질적이게 느껴진다.


일본에서 먼저 시작한 책맥 문화는 2016년쯤 우리나라에 들어와 현재까지 유행하고 있는 문화다. 서울 연남동, 홍대, 대학로 등을 비롯해 부산 장전동 인근 등 '젊은 문화'가 살아있는 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노언주(45) 대표는 경남 양산에도 책맥카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신도시가 들어서고 있는, 젊은 사람이 많은 곳이기에 문화적인 욕구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9월, 물금읍에 '책방술술'이 자리를 잡은 이유다.

무엇보다 노 대표는 책을 정말 사랑한다.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 읽고 서평을 쓰며 책을 소비하는 삶을 살다 문득 '내가 책 문화를 공급하는 입장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국제교류센터, 부산경제자유구역청 등에서 일하던 공무원이, 안정적인 삶을 박차고 나온 순간이었다.

"국제투자 유치 관련해서 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해외도 많이 다녔고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내 책을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죠. 남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만으론 부족했는지, 직접 만들어보자 하는 의지가 생겼어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나만의 콘텐츠를 정리해보자 이렇게 결론을 내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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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에 있는 책방술술 노언주 대표 ⓒ 양산시민신문


주변에선 의아하게 생각했다. '책 안 읽는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동네 책방을 꾸려가겠다는 노 대표를 말리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확신이 있었다. 유명한 책맥카페를 둘러보며 동네 책방이야말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일지 모른다고 말이다.


"특히나 이곳은 신도시잖아요. 젊은 사람은 많이 유입되나 아직 문화적인 기반이 없는 곳이에요. 그래서 책방술술이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무엇보다 책과 맥주를 함께 판다는 새로움이 사람들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판매용 책과 함께 노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책도 볼 수 있게 했고 한쪽에는 손 글씨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놨다. 책맥카페라는 특이한 소재에 한 번 찾아온 손님은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 다시 오고, 그렇게 몇 번 발걸음하면서 자연스럽게 단골이 된다고 한다.

"맥주를 판다고 해서 과하게 마시는 게 아니에요. 딱 맥주 한 병 손에 들고 좋아하는 책을 읽다 가는 거죠. 맥주 말고 커피나 차도 마련해놨고요."

책 선정에는 기준이 있다. 책방 주인인 노씨 취향인 것, 그리고 팔리지 않더라도 그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그런 책을 고르기 위해 노 대표는 책방술술이 문을 닫는 토요일 하루, 대형서점에 가 책을 읽어보고 사 온다. 가게 주인이 물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판매할 수는 없지 않냐는 것이다. 또한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책방에 있는 책 서평도 게재하고 있다.

"대형서점이야 책 손상이나 반품 등을 출판사가 책임지지만 동네 책방은 그러기 쉽지 않아요. 가격도 정가대로 받으니 싼 가격을 원하는 분이면 인터넷에서 구매하겠죠. 그럼에도 동네 책방을 찾는 분들이 있어요. 이분들은 동네 책방만이 주는 공간적인 특징을 좋아하는 거예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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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에 있는 책방술술 전경 ⓒ 양산시민신문


책방술술이 목표로 하는 것은 '동네 사랑방'이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책과 책방술술만의 문화를 느끼고 즐기는 것. 그것을 위해 노 대표는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영어회화 스터디, 영어원서 읽기 모임, 독서모임 등을 비롯해 앞으로는 캘리그라피 수업과 중남미 여행 인문학 강좌, 다양한 특강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선 제가 가진 콘텐츠를 사람들과 나눌 거예요. 오는 26일에는 '내 아이, UN에서 일하려면?'이라는 주제로 제가 직접 강의할 예정입니다. 국제기구 전문가들을 다양하게 만나본 경험을 공유하는 거죠. 이 밖에도 제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또 여행도 해봤는데, 저처럼 남미에 흥미가 있는 분, 또는 여행을 계획하는 분에게 상담도 해드릴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제 경험을 담은 경제학, 여행 인문학책을 내는 것도 목표죠."

노 대표는 책방술술이 양산시민을 연결하는 '동네 플랫폼'이 되길 바라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자꾸 단절되는 요즘,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고 했다.

"양산시민 누구나 찾아와 편하게 책을 읽고, 책 내용을 얘기하고, 자신의 감정과 재능을 공유하는, 문화가 담긴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위치 경남 양산시 물금읍 야리3길 49, 4층

운영 시간 월~금ㆍ일요일 11시 11분~22시 10분
블로그 blog.naver.com/bookaholic_suul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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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양산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책맥 #책방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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