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
정치인 박영선은 '악역' 맡았을 뿐"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주자 인터뷰 ①] 박영선 의원이 말하는 '문 대통령과 나'

등록 2018.01.28 20:47수정 2018.01.29 00:36
29
원고료로 응원
a

'박영선, 서울을 걷다' 테마로 서울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 남소연


민병두, 박영선, 우상호, 전현희. 서울시장에 출마하려고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준비 중인 주자들이다.

일단 민주당 시장 후보로 선출되면 50% 안팎의 높은 정당 지지율을 업고 본선 승리도 노려볼 만하지만, 5명 모두 공통적인 '숙제'를 안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현직 시장인 '박원순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2015년 분당 국면에서 '문재인 지키기'를 위해 대거 유입된 친문 성향 당원들 표심이 큰 변수가 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경선주자 모두 친문 표심을 모으기에는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영선 의원에 대해서는 2014년 10월 2일 원내대표를 사퇴한 뒤 2017년 4월 16일 문재인 선대위에 합류하기까지 "비문 진영의 대표 같은 행보를 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박 의원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대선의 결정적인 순간에 모든 것을 던져서 문 후보를 도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원조 친문'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24일 오전 박 의원을 만나 얘기를 더 들어봤다.

"비판적인 분들, 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 '친문' 당원들의 표심은 박 의원을 어떻게 평가한다고 보는가?
"굉장히 열정적으로 반겨주는 분들도 있고, 아직까지 저에게 비판적인 분들도 있다. 그러나 비판적인 분들도 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적극 옹호하는 방법이 있다면,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공격에 앞서서 선하게 비판해주는 게 훗날에 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2014년 원내대표 그만둔 후 2017년 4월 선대위에 합류하기까지 상대방(다른 정당)의 비판에 앞서 (대통령에게) 방패가 되어줄 얘기를 두세 차례 한 적이 있다."


- 그보다는 자주 한 것 같은데?
"아니다. 찾아보시라. 문 대통령의 '댓글은 양념' 발언은 상처에 소금뿌리는 것이라고 얘기(2017년 4월 4일)한 것 외에는 없을 거다. 대통령 모시는 분들에게 '더 잘하라, 왜 사람들의 비판을 부르는 처신들을 하냐'는 지적을 한 것이다. 어차피 문 후보가 대통령 될 건 뻔한데,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와서 경선 판을 살리는 것도 선거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그런 결정도 용기가 필요한 거다."

- 2014년 원내대표 시절에도 문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 했는데...
"언론은 그렇게 봤을지 모르지만, 나와 문 대통령 관계는 항상 똑같았다. 어려운 일 있으면 늘 상의했다."

a

'박영선, 서울을 걷다' 테마로 서울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 남소연


그러면서 박 의원은 자신의 14년 정치 궤적을 돌아봤다.

"2007년 대선에서 우리 당 정동영 후보를 밀었던 사람이 처음에는 나랑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민병두 의원 빼곤 없었다. 나중에 선대위 꾸릴 때는 '3인방이 빠져야 다른 사람들이 움직일 공간이 생긴다'고 해서 한발짝 빠졌다.

물론, 이명박이 대통령(MB) 될 거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도 나는 우리 당 후보를 위해 TV토론회 끝난 후 MB에게 '(BBK 거짓말 때문에) 저를 똑바로 못 쳐다보겠죠'라고 할 말 다 한 사람이다.

2012년 8월에 문재인 후보가 도와달라고 해서 '돕겠다, 그러나 합류 시점은 더 판단해보고 하겠다'고 했다. 일단 합류한 후에는 하루 서너 시간 자면서 문 대통령을 몸이 부서져라 도왔다. 거의 수행하다시피 했다. 선거 끝난 후에 어느 날 대학 동문(경희대)인 내가 대통령 옆에 있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말씀드린 적이 있다. 약간 거리를 두고 위기 때마다 나타나서 도와드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작년에는 누가 봐도 문재인 후보 선출은 명약관화했는데, 경선의 역동성을 살리는 차원에서 안 지사를 도왔다."

- 그런데 왜 대선 선거운동 시작 전날(2017년 4월 16일)에야 박 의원이 대통령의 전화를 여러 번 받고서야 선대위에 합류했다는 얘기가 나오나?
"전화뿐만 아니라 만남도 2번이나 있었다. 선거라는 게 타이밍이나 히든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 작년까지 전쟁 위기 속에서 평창 올림픽이 지금 '평화 올림픽'으로 반전된 것처럼."

- 문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에 박 의원 이름을 넣었는데, 최종 수락까지 열흘의 시간이 걸렸다. 당원들 입장에서는 '경선 끝났으니 옛날 일 훌훌 털고 빨리 도와야하는데 왜 그리 뜸을 들였냐'고 볼 수 있다.
"2017년 대선 유세 들어간 후 문 대통령이 저랑 밥 먹으면서 '계획된 일은 아니었지만, 안 도와줄 것 같았던 박 의원이 막판에 온 게 큰 힘이 됐다'고 하더라.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시라. 이런 얘기까지 하는 건 그렇지만, 내가 열심히 돕던 안희정이 경선에 졌는데 그 다음날 바로 '문재인 지지 성명'을 냈다고 치자. 그게 본선에 무슨 도움이 되고 진정성 있게 비쳤겠나?"

- 처음부터 안희정 경선 승리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경선 흥행을 위해 본인을 던졌다는 얘기냐?
"그렇다. 선거라는 게 본선 승리도 중요하지만, 차세대 주자를 키워야 하는 의미도 있는데 경선이 너무 일방적으로 가버리면 안되니까. 내가 안희정 캠프 합류하니 유인태 전 의원도 '잘 했어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문자를 보냈다. 나도 정치인인데, 경선에서 누굴 지지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안다. 대세가 아닌 후보를 지지하는 결정은 쉽지 않은 거다."

2017년 4월 3일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끝난 뒤 박 의원은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였다. 안희정 지사의 핵심측근 김종민 의원은 탈당 얘기가 나올 때 박 의원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김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국민의당 쪽에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지만, 박 의원이 처음부터 탈당 생각이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회고했다. 김 의원은 "경선 국면에서 안 지사가 중도층에 확장성 있는 카드였던 것은 분명했기 때문에, 박 의원이 안 지사를 도운 것은 당의 외연확장을 위한 전략적인 판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 애당심 하나는 확실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a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박 의원은 촬영 시점에 대해 "문 대통령이 (2011년 12월 5일) 저서 '운명'의 북콘서트를 경희대에서 하기 전에 찍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 박영선 의원


"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할 서울시장 후보는 나"

- 얘기 듣다보니 너무 악역을 자처했다는 느낌도 든다.
"내가 그런 일을 많이 했다. 서울시장 경선에 나오는 우상호 의원을 2012년 9월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으로 추천한 것도 나다. 당시 문 대통령의 숙제가 외연 확장이었는데, 내가 주변에서 너무 아른아른하면 안 되니까 다른 사람들을 연결시켜주고 나는 빠지곤 했다.

우리 당이 2007·2012년 대선을 연거푸 졌는데, 2017년까지 세 번째 지고나면 '능력 부족'을 인정하고 정치 그만둘 생각도 했다. 나와 그렇게 약속한 사람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와 노영민 주중국 대사다."

- 민주당 어느 후보가 차기 시장이 되더라도 임기 말의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면으로 봐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할 사람이 나라고 생각한다."

- (2011년 서울시장 후보 국민 경선 이후) 7년 만의 재도전이다. 해볼 만한가?
"선거라는 게 주욱 올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올라가다 떨어지고, 올라가다 떨어지고... 처음에 4%에 시작했는데, 19.9%까지 올라갔다(국민일보·엠브레인 2017년 12월 28일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박원순 시장은 35%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있다. 이런 패턴의 선거는 막판 골든크로스로 추격자가 이기곤 했다."

- 그러다가 1위가 굳어질 때가 많지 않나? 다자구도에서 1위 주자가 40% 넘기 쉽지 않은데?
"선거가 아직 5개월 남았다. 샴페인 일찍 터뜨리면 안 된다. 박 시장이 TV예능프로그램(MBC '라디오스타' 3일 녹화, 17일 방송) 나와서 '게임 끝났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그때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봐야한다."

- 우상호 의원이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로 강남 부동산값이 올랐다'고 얘기했다.
"박 시장이 엇박자를 내는 바람에 중앙정부 관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재건축 풀어주면 부동산 들썩일 것이라는 건 너무도 당연한 얘기 아닌가? 거기에 대한 대비책이 있었어야 했다. 내가 생각하는 서울시 주거정책의 기조는 '서민이 도시에 살아야 한다'이다. 거기에 대한 생각은 차차 발표하겠다."

[인터뷰②] "덕수궁·경복궁 담장 허물어 시민에 돌려주자"
#박영선 #박원순 #문재인 #안희정
댓글2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