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시술소에 있는 스프링클러, 왜 세종병원에 없었나

[주장] '37명 사망, 143명 사상' 대참사, 반복된 부실 대처가 키운 '인재'

등록 2018.01.28 11:15수정 2018.01.2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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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경남 밀양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일어난 화재로 사망 37명, 14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26일 저녁 8시 기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희생자 대부분이 오픈되지 않는 곳에서 짧은 시간 동안 퍼지는 유독가스를 피하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중환자 등이 많아 대피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병원은 피난 약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그만큼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에 집중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의 시스템은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도록 촘촘히 구성돼 있지 않다. 이전에 발생한 비슷한 사례들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참사 후 일제 점검 등 대응은 있었으나...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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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명 피해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26일 오전 7시 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불에 탄 세종병원 내부의 모습. ⓒ 연합뉴스


- 2010년 11월 포항 인덕동 요양원에서 전기 스파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여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

- 2014년 5월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 발생.

- 2018년 11원에도 전주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지만 초기진화로 다행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음.

2014년, 인명피해가 컸던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 이후 병원의 시설 및 안전관리 문제가 크게 부각된 바 있다. 장성요양병원 사건이 발생한 그해 8월, 보건복지부가 전체 요양병원 (당시 1,265개소)을 대상으로 한 안전점검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소방법 위반 971건, 건축법 위반 276건, 의료법 위반 198건 등이 적발됐다. 정부의 요양병원의 관리·감독이 전반적으로 소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이 실태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지난해 실시된 서울지역 요양병원 실태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방화문을 잠가둔 사례, '자동열림장치'를 설치 하지 않은 사례, 환자의 이동을 막으려고 복도 한 가운데 철문을 둔 사례, 화재나 정전에 감지 장치가 없어 비상시에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사례 등 다수의 위법 사항이 적발되었다.

사건 이후 국민안전처는 2015년 7월부터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요양병원의 경우 면적에 상관없이 의료시설에 설치하는 스프링클러설비, 간이스프링클러설비, 자동화재 탐지설비 등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기존 요양병원의 경우 2018년 6월 30일까지 소방시설을 완료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6년 전국요양병원 1,372곳 중 50곳을 표본 점검한 결과 화재발생 시 환자대피와 초기 진압에 문제가 되거나, 가스, 전기시설점검 부실, 야간인력 부족 등 여전히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많았다.

또, 2016년 7월 29일 환자안전법이 시행되면서 200병상 이상의 요양병원에는 환자 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여 수행하는 전담인력을 배치하도록 하고, 전담인력 배치현황서를 보고학습시스템 운영기관에 제출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시설물 안전관리와 화재 등 위급 상황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비의료인 당직근무자를 1명 이상씩 배치하도록 의무화하도록 법이 개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제도를 고쳐도 일 년에 한 번 소방훈련을 하는 것이 화재 대응의 전부인 현실이다. 초기 대응이 중요한 재난 상황에 당직근무자 1인이 현장에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됐다.

되풀이 되는 참사, 허술한 법·병원인증시스템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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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 ⓒ 윤성효


이번 세종병원의 경우 소방안전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중소병원이었다. 현재의 허술한 법률 때문에 화재의 사각지대가 되었다. 유독가스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제연설비와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 또다시 여러 사람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의료기관인증원에 따르면, 세종요양병원은 2015년 11월 인증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세종병원은 그마저도 받지 않았다. 2013년부터 요양병원은 의무 인증 신청을 하도록 됐지만, 일반병원은 그마저도 자율인증을 신청하는 것으로 남았다.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명시한 인증원의 인증도 받지 않은 것이다. 

최근 병원의 안전문제 등의 사건들이 반복되다보니 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인증을 주기 위한 인증평가 결과도 신뢰하기 어렵다.

보통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영업장의 경우도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안전관리가 강화된 법률의 규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산후조리원, 안마시술소 등도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다. 병원도 이에 따른 법적 기준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사건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곳에서 가장 먼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안전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 비극적 사건이다. 다시 반복하면 면적에 따라 소방안전설비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따라 다중이 이용하는 모든 시설에는 소방안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참사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부의 연기나 화염이 쉽게 옮겨가지 못하는 구조 및 방화구획 설치 등 이번 사건을 계기로 꼭 의무화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난 약자를 위한 피난 대책도 절실하다. 짧은 시간에 희생자가 많이 발생하는데 현재 복지부의 매뉴얼은 서류상의 매뉴얼 일 뿐이다. 몸으로 체득하기 위한 실질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김정숙씨는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입니다.
#밀양 #세종병원 #요양병원 #건강세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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