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는 저급한 종교에 불과한 것일까?

[주장] 반동성애 선동에 반성 없는 회개까지, 한국교회 왜 이러나?

등록 2018.01.30 09:58수정 2018.01.3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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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과 29일 단 이틀간 겪은 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난 그동안 종교, 특히 개신교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런 내게 지난 이틀의 시간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다. 그 이유를 아래 일기 형식으로 적어본다.

2018년 1월 28일 일요일

오후 3시 30분, 천안 삼거리 공원에서는 충남기독교총연합회(사무총장 김진태 목사) 주최로 '충남 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도민시국 집회 및 기도회'(아래 기도회)가 열렸다. 기도회 장소가 집과 멀지 않아 가보기로 했다.

이 기도회가 왜 열렸는지 간단하게 설명해야겠다. 지금 충남지역 시민사회는 자유한국당 김종필 충남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권조례 폐지안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폐지안엔 자유한국당 의원 23명, 국민의당 1명, 무소속 1명 등 총 25명의 도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진정한 인권 증진보다도 도민들 간에 역차별과 부작용 우려에 따른 이견으로 갈등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러자 즉각 충남지역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보수 개신교계가 주축이 돼 인권조례 폐지안에 찬성하는 성격의 기도회를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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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천안에서 열린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지지 기도회에선 아무말 수준의 선동 구호가 난무했다. 그럼에도 신도들은 온 몸을 다해 열렬히 기도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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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열린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지지 기도회에선 아무말 수준의 선동 구호가 난무했다. 그럼에도 신도들은 온 몸을 다해 열렬히 기도했다. ⓒ 지유석


그런데 말이 기도회였지, 온갖 정치구호가 난무했다. 태극기만 들지 않았을 뿐 친박집회와 다를 바 없었다. 기도회에서 나온 기도 제목들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었다. "국가인권위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발언을 신호탄으로 "인권법이 북한핵 보다 더 위험하다", "이 땅의 복음과 민주주의를 너무나 쉽게 친북 좌파에게 내어줬다"는 그야말로 아무말 기도가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페미니즘이 프리섹스를 부추긴다"는 사뭇 수위 높은 발언까지 불거졌다. 그럼에도 성도들은 열과 성을 다해 기도했다. 구호만 아니었으면 영락없는 부흥집회 분위기였다.

이날 기도회엔 경찰 추산 4000~5000명(주최측 주장 1만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어버이연합 따위의 보수단체처럼 동원됐다고 보면 잘못이다. 이들은 아무말 기도가 흡사 하느님의 음성이라도 되는 양 연신 '아멘'을 외쳤고, 추위를 녹일 기세로 뜨겁게 기도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광경이었다.

2018년 1월 29일 월요일 

아침 일찍 충남도청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충남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행자위)엔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심의가 예정돼 있었다. 여기에 발맞춰 오전 노동당 충남도당, 녹색당 충남도당, 민중당 충남도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충남, 정의당 충남도당 등 충남지역 다섯 개 진보정당이 합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제 진보정당들은 "당신들이 일말의 이성과 양심이라도 가진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 되고 싶다면 폐지안 상정을 스스로 취소하라"라며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을 압박했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행자위 심의가 임박한 시점에 불상사가 벌어졌다. 인권조례 폐지안에 찬성하는 보수 시민단체 회원 50여 명이 사실상 회의장 앞을 점거한 것이다. 이들은 회의가 열리기 훨씬 이전 현장에 나와 진을 치다시피 했는데, 면면을 보니 전날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이 많이 눈에 띠었다.

이들에 맞서 우삼열 충남인권조례 지키기 공동위원장을 포함해 여섯 명의 진보 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이 폐지안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려 했다. 이러자 양측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은 반대편 시위대가 시위를 못 하도록 발을 뻗는가 하면, '우리가 이곳에 먼저 자리를 잡았으니 나가라'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실랑이는 급기야 팻말 자리싸움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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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둘러싸고 찬반 양측이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 지유석


경찰까지 출동해 상황을 다잡으려 했지만, 사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마침 현장엔 취재진이 속속 오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사진을 찍으려 하자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의 막말은 이랬다.

"당신 어디 기자야?" 
"OOO? 그런 데도 다 있어?"
"완전 삼류네. 듣보잡(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를 일컫는 속어 - 글쓴이)이군!"

실로 어처구니없다. 아무리 집단행동을 일삼는 부류들이라도 언론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줄은 안다. 특히 요사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따라서 혹시나 매체의 지명도와 무관하게 어느 매체에서든 드잡이 상황이 펼쳐지면 이 소식은 삽시간에 퍼진다. 그래서 어느 언론을 막론하고 고도의 전략적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인권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개신교 신도들이 다수 뒤섞인 보수 시민단체는 막무가내다. 이들과 유사한 집단이 지구 상에 또 하나 있다. 바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다.

덧붙이는 글

인권조례 폐지안과 관련, 행자위는 심의를 보류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비상총회를 열어 29일 행자위에 재상정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1월 29일 화요일 자정 

밤늦게 귀가했다. 미처 챙기지 못한 소식들을 보기 위해 소셜 미디어 타임라인을 훑어봤다. 그랬더니 타임라인이 발칵 뒤집혀 있다. 28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알린 서지현 검사 인터뷰가 그 진원지였다. 무슨 내용이기에 이토록 들끓어 오를까 하는 생각에 얼른 인터뷰를 챙겨봤다. 그 내용은 실로 경악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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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는 29일 JTBC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그런데 증언은 놀랍게도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였던 전 아무개씨 사건과 유사했다. ⓒ JTBC


그런데 서 검사의 인터뷰 내용을 듣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였던 전 아무개씨의 성추행 사건을 떠올리게 됐다. 서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고위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놀라운 건 그 자리에 법무부 장관까지 배석해 있음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서 검사의 증언 중 일부를 아래 인용한다.

"법무부 장관님이 앉아계셨고 바로 그 옆자리에 안 모 검사가 앉아 있었고, 제가 바로 그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주위에 검사들도 많았고 또 바로 옆에 법무부 장관까지 있는 상황이라서 저는 몸을 피하면서 그 손을 피하려고 노력을 하였지 제가 그 자리에서 대놓고 항의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전 아무개씨가 삼일교회에서 시무하던 당시 그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도의 증언도 이와 비슷했다. 이 여성도는 CBS 시사 프로그램 '크리스천 NOW'에 출연해, "주변에 부목사들이 곁에 있었음에도 아랑곳없이 성추행을 가했으며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자신의 피해사실을 털어 놓았다.

또 검찰 수뇌부가 서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덮고, 그를 '꽃뱀'으로 몰았듯, 전씨의 징계권을 가진 예장합동 평양노회도 사건을 '부적절한 대화' 정도로 축소해 종결시켰다. 서 검사와 마찬가지로 전씨에게 피해를 본 여성도들 역시 '꽃뱀'으로 몰렸다.

서 검사의 증언을 들으면서 전씨 사건이 떠올라 참으로 힘들었다. 그런데 서 검사는 증언 말미에 결정타를 날렸다. 바로 이 대목이다.

"사실은 이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마는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를 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해자가 다닌다는 교회는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유명 대형교회다. '일본 식민지배가 신의 뜻'이라고 해 온 국민을 경악케 했던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이 교회 장로다. 마침 서 검사의 증언이 방송되면서 가해자가 간증한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올라와 빠르게 확산 중이다. 2017년 10월 29일 오전 예배에서 가해자는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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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가해자로 지목된 안아무개 전 검사. 그는 교회 간증을 통해 예수의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 CGNTV


"성경 말씀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찬송과 기도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성경 말씀을 접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저 혼자 힘으로 성취했다고 생각한 제 교만에 대해 회개하며 저희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거룩한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가해자가 성경 말씀을 접하며 예수님의 거룩한 사랑을 느꼈듯 전아무개씨도 예수만 바라보겠다며 새 교회를 개척했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서 검사의 증언은 송곳처럼 내 심장에 꽂혔다.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이슬람 유입을 막을 수 없게 만들어 이 나라가 테러 천국이 될 것이라는 목회자들의 아무 말에 온몸을 다해 기도하는 저들, 온갖 무례를 일삼으며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시키려는 저들, 한 사람의 영혼에 깊은 생채기를 냈음에도 하나님의 사랑 운운하는 저들에게 과연 하나님,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과연 어떤 존재이고, 기독교 신앙은 또 어떤 의미일까?

그간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게끔 많은 관심을 두고 현장을 뛰어다녔다. 그러나 지난 이틀 동안 겪었던 일을 되짚어 보면 과연 예수는 지금 한국 사회에 무슨 의미를 갖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전에는 참 조심스러웠는데,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 그리스도교, 특히 보수 개신교는 저급한 종교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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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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