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빌딩서 나온 수상한 문건... 그냥 두면 안 된다

이명박 옥죄는 추가 혐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국가기록원, 고발 검토해야

등록 2018.01.31 10:12수정 2018.01.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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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전날 경북 경주시 다스 및 다스 관계사를 압수수색하면서 같은 시간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에 있는 다스 서울 사무실에도 수사관을 보내 업무 자료와 컴퓨터 저장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사진은 이날 청계재단이 입주해 있는 건물인 영포빌딩. ⓒ 연합뉴스


지난 1월 25일, 검찰이 영포빌딩 지하를 압수수색 하면서 발견된 17개 상자의 문건의 내용과 성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문건이 이명박 전 대통령 청와대 재직 시절 다스(DAS) 경영과 관련돼 보고받은 문건이라면, 직권남용의 직접적인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건의 내용은 향후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문건의 '성격'이다. 이 문건의 상당수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직시절(2008~2011) 생산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개인기록이 아니라 공적기록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만약 이 문건의 생산자가 대통령 본인 혹은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에서 생산됐다면 명백한 대통령기록물이다.

만약 이 기록들이 대통령기록물이라면 다스 수사와 별도로 매우 중요한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대통령기록물법 제30조에는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유출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 적용을 하기 위해서는 이 기록들의 '사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위 기록들이 대통령기록관에 보존돼 있다면 그동안 판례에 비춰 보아 대통령기록물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 기록들이 대통령기록관에 보존돼 있지 않다면 대통령기록물 원본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통령기록물법 '무단 유출죄'에 해당한다. 검찰과 국가기록원은 위 기록에 대해 대조 작업을 하루속히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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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국가기록원이 장관에게 보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기록물 회수 추진현황 보고' 문건. ⓒ 국가기록관리혁신 TF


한편,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지원 시스템 봉하마을 유출논란'과 관련해 당시 국가기록원은 봉하마을에 직접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여 반납을 받았다. 이후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참모 10명을 고발했다. 위 기록들이 대통령기록관에 보존된 사본임에도 고발조치를 취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그 고발의 주체가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당시 청와대가 주체였다는 것이 이번 국가기록관리혁신TF 조사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국가기록원은 청와대에 허수아비 역할만 한 셈이다(관련 기사 : 정치보복의 원조 MB... 노무현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은 국가기록원이 나서야 할 때


이번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문건에 대해 국가기록원의 몇 가지 주체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국가기록원장은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이 기록이 대통령기록물인지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기록물 관련 논란이 벌어지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정치적으로 큰 혼란이 발생했다. 이번 건은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여부가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기 전에 사실관계를 파악해 국민들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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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 ⓒ 남소연


다행히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기록관리계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던 민간전문가 출신이다. 이번에야 말로 국가기록원의 주체적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위 기록이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면, 검찰의 수사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가기록원 명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 및 대통령기록물 이관 담당자들에 대해 검찰 고발을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기록원은 이번 건과 별도로 이명박 전 대통령 대통령기록물 이관 전체에 대해서 다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 당시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면서 온갖 의혹이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대통령기록물 중 비밀 기록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청와대는 비밀 기록 전체를 이명박 전 대통령만 열람할 수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많은 기록관리전문가들은 비밀기록 전체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해왔다.

대통령기록물 위반 혐의까지... 하지만 묵묵부답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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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표정으로 귀가하는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 반박 성명을 발표한 뒤 차량을 타고 사무실을 떠나고 있다. ⓒ 이희훈


또 다른 의혹도 있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생산한 기록 중 종이 기록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http://www.opengirok.or.kr/3488)가 분석한 이명박 정부 대통령 생산기록 통계를 보면 청와대 비서실 중 종이 기록물을 단 한 건도 생산하지 않은 기관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생산됐던 24만 건의 종이기록물은 대부분 민원 관련 문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정보공개센터에서 분석했다. 당시 통계와 이번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문건이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이유다. 즉 종이 기록을 무단으로 유출했기 때문에 종이 기록 생산 통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해보인다는 점이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국민적 분노는 커지고 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과연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지 지켜볼 일이다. 국민들은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전진한 기자는 알권리연구소 소장이자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입니다.
#이명박 #영포빌딩문건 #대통령기록물 #종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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