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무현도 철새냐"는 남경필에 이재명 '직격탄'

이재명 성남시장, 페북에 '두 전직 대통령을 변명 거리로 입에 담지 말라'

등록 2018.02.02 17:17수정 2018.02.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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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 ⓒ 이희훈


여권의 유력 경기도지사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이재명 현 성남시장이 남경필 경기도지사에 매서운 비판을 날렸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다가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한 것을 두고 "시류와 유불리에 따라 새털처럼 빠르고 가볍게 처신을 바꾼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개인 영달을 위한 변명수단으로 입에 담지 말라고 비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꼬마 민주당'을 만들었다가 나중에는 민주당으로 다시 돌아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을 여러 번 만들었다"라면서 "내가 철새면 노무현·김대중도 철새냐"라고 말했다. 자신은 입당과 탈당을 반복했지만 단순히 철새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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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인터뷰. 2018년 2월 2일 치 <중앙일보>. ⓒ <중앙일보> 캡처


이재명 "민주주의 위해 헌신한 김대중·노무현을 어떻게..."

이에 이재명 성남시장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재명 시장은 <남경필 지사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 지사님께서 자신을 삼국지 조조에 과잉 비유하더니 이제는 가도 너무 많이 가셨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 헌신하신 김대중, 노무현 두 분과 자신을 어찌 감히 동일시합니까?"라고 남경필 도지사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남경필 도지사가 도지사 후보가 됐을 때 "경기도의 아들 남경필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라고 말해놓고, 새누리당을 탈당할 때는 "국민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공범이라고 말한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 자복하고 처벌을 기다려도 모자랄 판"이라고 말한 사실을 언급하며, 탄핵에 반대했던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한 명이라도 사퇴했냐고 되물었다.

또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사님께서는 자신이 변한 건 없다고 하시지만 국민의 눈으로 보면 지사님께선 시류와 유불리에 따라 새털처럼 빠르고 가볍게 처신을 바꾼 건 분명한 사실"이며 "굳은 신념과 철학으로 평생을 목숨 바쳐가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신 두 분을 남지사님 개인 영달을 위한 변명수단으로 가벼이 입에 담지 마십시오"라고 경고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날선 공방을 주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남경필 지사가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동탁을 토벌할 수 있다면 기꺼이 조조가 되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하자, 이재명 시장은 남경필 지사는 유불리에 따라 진영을 바꾸는 행보는 조조가 아니라 여포에 가깝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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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 SNS ⓒ 이재명


노무현의 탈당과 남경필의 탈당, 차이가 크다

이와 같이 남경필 도지사와 이재명 시장의 공방이 가열되는 것은 두 사람이 올해 지방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여권과 야권의 후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전해철 의원이나 양기대 광명시장이 있지만 모두 이재명 시장의 인지도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야권에서는 최중경 전 장관의 이름이 나오지만 남경필 도지사에 비해 무게감이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큰 변수가 없다면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재명과 남경필의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설전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다만 남경필 지사의 변명은 넓은 공감대를 얻기 힘들어 보인다. 남경필 지사는 자신이 철새가 아니라는 근거로, 자신이 철새라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철새인 것이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전 대통령과 남경필 지사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이재명 시장의 비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한 뒤 자신이 있던 통일민주당을 탈당했다. 권위주의 정부, 지역주의 정치와 맞서 싸우기 위해 3당 합당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거부하고 입당했던 당은 워낙 크기가 작아 '꼬마 민주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비아냥에도 계속해서 부산에서 출마했다. 결과는 좋지 않아 낙선을 거듭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훗날 야권 세력과 손을 잡게 되지만, 역시 부산에 계속 도전해서 계속해서 낙선했다. 때문에 선거를 위해서 당을 옮겼다는 비판을 거의 받지 않았다. 지역주의 타파라는 가치는 그대로였고, 정치 지형도 어차피 당선을 기대할 수 없는 가시밭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경필 지사는 그렇게까지 힘든 지역주의와 싸우고 있지 않다. 남경필 지사가 있는 경기도는 지역주의와 싸우는 정치 지형이 아니다. 출신 지역이나 고향보다는 정책과 능력을 검증받아야 당선이 쉬운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을 제외한 다른 정치인들이 성향을 바꾸어서 3당 합당과 같은 정치적 사건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정치 활동 동안 당명 개편과 정치적 이합집산을 시도했다.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 개편에 비교해도 남경필 지사의 복당은 명분이 부족하다.

앞서 남경필 지사는 동탁을 잡기 위해 조조가 되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현실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지지율에 흔들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동탁'에 해당할 정도의 악당으로 평가되는 정치 세력은 없다. 또한 남경필 지사의 탈당과 입당, 복당은 그 기간이 1년 남짓해 매우 짧다.

결국 남경필 지사의 '철새 반론'은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하지만 복당 이후 불안정한 자신의 입지를 안정시키고, 차기 선거에 있어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남경필 지사가 여당 정치인들과 설전을 벌이는 일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남경필 #성남 #도지사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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