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이번 기회 놓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51] 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 의장

등록 2018.02.05 21:40수정 2018.02.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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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이든 힘과 정성을 다하면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공이 부족해서였을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는 총체적으로 다 무너졌다. 그중 하나가 남북관계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 정부 10년뿐만 아니라 노태우 정부부터 20년의 남북관계를 무너뜨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노력 끝에 새해부터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후 남북고위급 회담을 통해 평창 동계 올림픽 공동 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합의까지 끌어냈다.

훈풍이 부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아래 민화협) 대표 상임 의장을 지난 1월 30일 서울 마포역 근처의 민화협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 대표 상임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평화 올림픽' 내세워 따낸 평창 올림픽... 걸맞은 모습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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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민화협 대표 상임 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민화협 제공


- 새해 들어 남북관계가 훈풍을 맞이 합니다. 1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부터 지난주 여자 아이스하키팀 구성까지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보셨어요?
"김 위원장 신년사에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잘 풀어나가겠다는 얘기가 나올 것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예상이 되어왔던 일인데 신년사 내용이라든지 그 후의 우리 측과 협상한 북한 측 대표단의 태도 등을 볼 때 상당히 전향적이어서 일단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후 단일팀 구성이나 한반도기 사용에 대해 남측에서 갈등이 있었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작은 것에 연연하다가 이번에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상황이 작년 가을 상황보다 더 어렵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작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걸 슬기롭게 잘 극복해야 한다는 거예요.

원래 올림픽 유치 자체를 단일팀을 구성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올림픽'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한 거예요. 그래서 IOC 측이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제기했을 때 우리는 당연히 응해야 했죠. 사실 단일팀 문제는 IOC 측이 더 적극적이었어요. 발표가 늦어진 것도 IOC 측의 세부적인 상황이 정리되기 전까지 발표하지 말아 달라는 청이 있어서죠. 정부의 홍보가 국민에게 미흡한 부분은 있었지만 전부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건 온당치 않아요."


- 그러나 문제가 여자 아이스하키는 팀플레이잖아요. 20일 안에 팀워크가 맞아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짧다는 지적도 있어요. 단일팀 구성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너무 촉박해서 이번에는 공동 입장만 하고 단일팀은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잘 구성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는데.
"그것도 일리있는 의견이긴 합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가 출전권을 얻은 것도 개최국이라서 나온 것이고 개최국이 된 것도 조금 전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단일팀 구성 등을 내세우면서 평화 올림픽을 하겠다고 여야가 법도 만들고 결의안도 내어 따낸 것인데 이제 와서 안 하겠다고 할 명분이 없죠. 그리고 단일팀 구성하자는 얘기는 7~8개월 전에도 했었는데 북측에서 답이 없다가 갑자기 하겠다고 나왔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거예요. 너무 시간을 두지 못하고 준비했다는 건 사실인데 우리가 어쩔 수 없었던 것이 많았죠.

또 평화 올림픽을 내세워서 국제사회가 배려를 해준 거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북에 대해서도 비슷한 배려를 해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해요. 이번에 모양새 좋게 잘 해서 국제적으로 남북한 모두가 평화를 원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면 큰 성과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말 핵무기 완성했다고 했잖아요. 핵 개발이 어느 정도 안정됐기 때문에 대화로 나오는 걸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북한은 자기들이 오래전 세운 계획대로 차근차근 밟아온 거예요. 무슨 얘기냐면 미국과 북한 간 지난 20년 사이 몇 번의 합의가 있었지만 그게 다 깨졌잖아요. 그중 어떤 건 미국 잘못도 있고 어떤 건 북한 잘못도 있어요. 하지만 북측은 자기들의 힘이 없어서 제대로 협상이 안 됐고 미국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결국 핵을 확실하게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려놓고 협상을 해야 미국 측이 진지한 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 있겠죠.

그리고 금년이 북한 정권 수립과 인민군 창건 70주년 되는 해예요. 그동안 핵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고 큰소리를 쳤잖아요, 핵은 완성했다고 선언했으니 그러면 경제 문제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 미국이 북핵을 인정할까요?
"그렇게 되기는 어렵겠죠. 그러나 북미가 모든 것을 다 논의할 수 있다는 자세로 조건 없이 대화와 협상에 임하는 것이에요. 중요한 것은 한국 측이 중간에서 확실한 중재자 역할을 해서 북한 측도 '한국 측이 나서니 일이 풀리는구나' 미국 측도 '한국이 북한을 설득할 능력이 있구나'란 인상을 받게 해야 우리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그럼 이번에 김 위원장이 대화로 나온 건 문재인 정부 노력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들은 계획대로 했을 뿐인가요?
"어느 한 가지만을 얘기할 수는 없죠. 복합적이에요. 특히 지난번 대통령이 평창 방문 때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군사훈련 연기를 언급하신 것은 그 당시 미국과 합의가 완전히 안 끝난 것이었는데 우리 쪽에서 명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강하게 치고 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했는데.
"일단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을 보고 느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지도자로 보이기 위해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보여왔지만 전쟁을 하거나 고립시켜서 붕괴시키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는 것 같고 둘 다 위험한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진 않아요. 결국, 그쪽도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죠. 마침 북한이 그렇게 나오니 국내정치적으로 자신이 이익을 보기 위해 '내가 그동안 압박을 해와서 북이 저렇게 나온 것'이라고 생색을 내는 거죠. 어차피 자기들이 이 문제를 풀어낼 묘수가 없는 상황이라 남북한이 서로 방법을 찾아보라고 시간을 준 것이죠,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 중에 대북 강경파들이 많기 때문에 남북 대화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듯한 투의 말을 해오거든요. 그래서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북한이 얼마 안 남은 기간에 적극적으로 긴장 완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대화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죠.

저는 북이나 한국, 미국이 체면과 명분을 세우면서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묘안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근데 북측에서 2월 8일 열병식 한다는 얘기도 있고 어제(1월 29일) 금강산 공연을 취소했다는 얘기도 있아요. 제가 북쪽에 말하고 싶은 건 정말 북쪽에서 얘기하는 대로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 완화를 진정으로 원하고 한국, 미국 강경파의 세력과 적대적 공생을 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그런 세력에게 빌미를 주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어요. 왜냐면 서로 상대편을 이용해서 자기들의 정치를 이용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한반도에서 계속해 나간다면 그것은 공생이 아니라 나중에는 공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남북 대화 지지 발언으로 난감해졌는데.
"그렇죠.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관계 분열 얘기에 대해 '내가 대통령 하는 이상 그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일축해버리니 이제는 한미관계 균열 같은 이야기는 못 하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쪽으로 각도를 돌리는 거죠. '한반도기만 쓰게 되고 태극기와 애국가는 어디에서도 안 보이고 안 들릴 것'이라는 거짓 선전을 하고 평소에는 관심도 안 가지고 외면하던 비인기 종목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에 대해서 마치 그들의 인권침해를 걱정하는 듯한 얘기를 하려는 것도 그걸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이죠. 만약 그들이 정권 잡고 있을 때 북측이 단일팀 제안을 했다면 아마 올림픽 성공을 위해 쌍수를 들어 환영했을 겁니다."

"옳은 방향이라면, 지지율 신경쓰지 말고 담대하게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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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 의장 ⓒ 남소연


-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을 마쳤지만, 반대의견이 높아요. 특히 2030세대가 더욱 높죠. 통일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인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 안 해요. 지금 젊은 세대들이 지난 9년 동안 북한과의 교류를 전혀 보지 못 했고 과거 6·15 이후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 모습은 오래돼서 기억을 잘 못 하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고 요즘 젊은 세대의 삶이 워낙 어렵다 보니까 우리도 힘든데 남을 신경 쓸 겨를이 어딨느냐죠.

그리고 중장년 세대의 감상적인 민족주의에 입각한 통일론을 실용주의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젊은 세대는 잘 이해를 못 한다는 거죠. 저도 평화적 통일이든 무력에 의한 통일이든 같은 민족이니 무조건 통일해야 한다는 감상적인 구시대 통일론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통일은 먼 훗날의 과제로 남겨두고 일단 남북한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평화공존 평화 교류 협력이란 식으로 평화 체제를 굳히는 일이 먼저고 그렇게 교류를 하며 동질성이 회복되어서 남북한 동포들이 통일에 합의할 수 있는 단계가 온다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죠.

그런데 통일은 성급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일이지만 평화체제 구축은 서둘러야죠. 그것은 단순히 안보상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대륙으로 뻗어 나가면서 지금 저성장, 저출산의 벽에 부딪혀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어려워진 경제도 살리고 한민족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일이에요. 여러 가지로 앞서 말한 분단 체제 모순과 부조리를 해결하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어요.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민주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도 평화체제 구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이죠."

- 지난 2017년 12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 의장으로 선출되셨잖아요. 한 달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러 가지로 바쁘게 보냈는데 사실 제가 취임할 때만 해도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봤는데 다행히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요. 이것을 대화와 협상의 평화적인 해결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정부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고 민관이 합심해서 정부가 나서기 힘든 일은 민간이 나서서 도와야 해요. 그래서 올림픽 이후 민간 차원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짜고 UN 제재 때문에 물자를 보내는 건 제약이 있지만, 인도적 지원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요. 또 UN 제재와 상관없는 문호교류나 인적교류는 얼마든지 활성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민화협은 이전까지 원로 그룹에서 맡으셨는데 의장님은 상대적으로 젊으시잖아요.
"과거에는 고위 공직을 맡으셨던 총리나 부총리급의 원로가 오셔서 민화협을 이끌어 갔는데 지난 10년간 민화협이 많이 침체되고 유명무실했잖아요. 그래서 무너진 민화협의 위상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 능력이나 경력은 부족하지만 아무래도 어른들보다 젊고 의욕적으로 많이 뛸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게 맡겨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 민화협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설립된 것이라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정부가 하기 힘든 일을 민간에서 나서서 교류와 협력을 하라는 뜻에서 민화협을 만드셨는데 20년 만에 역사가 반복되어 민화협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기에 제가 이 자리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급락했어요. 물론 50%대도 낮은 것은 아니지만 2주 새 갑자기 10%P 넘게 하락했는데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제가 보기에 요즘 가상화폐 규제나 남북한 단일팀 부분에 있어서 정부가 방향은 옳게 잡았지만, 정부 방침에 대해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있어 서툴렀던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저는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나면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봐요.

사실 60%대의 지지율이라는 것도 다른 대통령의 경우 이렇게 오래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70~80%는 정상적인 수치는 아닙니다. 또한 이것이 큰 잘못을 해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라면 걱정을 하겠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한 소통의 문제나 홍보의 문제 때문에 나오는 지지율 하락은 심각한 것이라고 보지 않고 조금만 주위를 기울이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면 충분히 양해될 사안이라고 생각해요."

- 지지율에 너무 연연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100% 동의합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40%만 유지되어도 탄탄한 지지율이라고 언론이 말했는데 지금 60%대에서 59%로 떨어졌다고 그것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얘기하는 건 맞지 않죠. 또 일부 언론은 적폐청산 피로감을 얘기하는 데 적폐청산을 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 불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라면 약간의 지지율 변동에 일일이 신경 쓰지 말고 나중에 역사가 제대로 평가해줄 것이라는 그런 자세로 담대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홍걸 #남북관계 #평창 동계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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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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