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인권조례 폐지 앞장선 개신교, 성서부터 보시라

[주장] 보수 개신교가 우리 사회에 남긴 해악으로 기록해야

등록 2018.02.05 21:39수정 2018.02.0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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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충남도의회에서는 인권조례폐지안이 가결됐다. 이 과정에서 보수 개신교계는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 충남인권조례지키기 공동행동 제공


지난 주 충남도의회에서는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김종필 충남도의원(서산2)이 대표발의한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아래 폐지안)이 지난 2일 찬성 25, 반대 11, 기권 1표로 가결된 것이다.

겉으로 볼 때 폐지안은 자유한국당 충남도의원 23명, 더불어민주당 1명, 국민의당 1명 등 총 25명이 폐지안을 발의하고, 도의회 표결을 통해 가결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 동력을 부어준 장본인은 다름 아닌 보수 개신교계였다.

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성적지향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충남인권선언의 조항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취지의 논리를 펼쳤다. 보수 개신교계가 내놓은 명분과 판박이다. 더구나 보수 개신교계는 폐지안의 도의회 상정을 앞두고 대규모 기도회를 열었고, 도의회에 몰려가 세과시를 하기도 했다. 또 충남도의회에서 결국 폐지안이 가결되자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 지점에서 한 번 보수 개신교계가 왜 그리도 '성적지향'이란 말에 거부반응을 보이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이 금지되면 동성애를 막을 수 없다'는 거다. 같은 이유로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도 반대한다. '성소수자 인권을 인정하면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보수 개신교계의 주장이다. 이에 이들은 성소수자 관련 행사가 열렸다 하면 부리나케 몰려가 '성소수자 인권은 가짜 인권'이라고 외친다.

이 같은 사고는 목회자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에서 인권조례 폐지안 지지집회 성격의 기도회가 열렸다. 이 기도회엔 중장년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참여했다. 어느 초등학교 학생에게 다가가 왜 이 기도회에 왔는지 물었다. 자신을 천안 A 초등학교에 다닌다고 밝힌 이 학생의 답은 이랬다.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아니라고 배웠어요."

또 한 번은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되고 관련보도가 나왔던 3일,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기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어느 독자의 반응이었는데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충남인권조례 좋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말씀과 공의를 넘어선 무조건 소수자 배려는 아닌것 같습니다."

성서는 생명존중을 가르친다 

이제 보수 개신교계의 주장을 검증할 차례다. 구약성서 <창세기> 2장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한 과정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마침 땅에서 물이 솟아 온 땅을 적시자 야훼 하느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되어 숨을 쉬었다." - 창세기 2:6~7 (공동번역 성서)

흔히 하느님께서 아담을 창조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담'의 원뜻은 인간이다. (또 흙이라는 뜻도 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한 이야기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인간 존재 모두에게 하느님의 숨결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피부색이 희든 검든, 인간은 모두 하느님의 숨결이 깃든 존재란 말이다. 이런 이유로 하느님의 창조 이야기는 생명존중 및 모든 형태의 차별에 반대하는 인권평등사상에 영향을 줬다.

이 지점에서 '성적지향'이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인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 점은 무척 미묘하다.

그런데 성서 속에서 성적지향의 근거를 발견하려는 시도만큼 우스꽝스러운 일은 없다고 본다. 성적지향은 근대과학이 밝힌 인간 존재의 속성 중 하나다. 반면 성서가 기록될 당시엔 성적지향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혹자들은 하느님께서 남성과 여성으로 확연히 성을 분리해 창조했기에, 동성에 이끌리는 건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성적지향은 넓은 의미에서 인간 존재에 깃든 고유한 성정이고, 또한 하느님의 속성을 반영한다고 볼 근거는 충분하다.

단, 성적지향을 문제 삼아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명백히 그리스도교 신앙과 어긋난다. 앞서 적었듯 인간은 누구든 하느님이 창조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보수 개신교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들은 '동성애자 인권은 가짜 인권'이라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이 주장대로라면 동성애자는 인간이 '아닌' 존재다. 보수 개신교 세력들은 또 동성애가 죄악의 결정체라고도 주장한다.

분명히 말하는데, 성서 어디에도 동성애를 죄악의 결정체로 규정한 구절은 없다. 그리고 성서와 그리스도교는 성윤리를 설파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서는 당대 정치·종교 지도자의 도덕적 해이를 더 큰 죄악으로 여긴다. 성소수자가 하느님의 징벌을 받았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또 성서에 나오는 동성애 관련 기록이 현대적 의미인지 여부는 논란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여호화 하느님이 정치·종교지도자들의 타락에 감당할 수 없는 징벌을 가했다는 기록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보수 개신교계가 펼치는 성소수자 혐오 논리는 반그리스도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논리가 반사회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충남인권조례 폐지가 딱 이 경우다.

자유한국당이 폐지안 발의를 주도했지만, 보수 개신교계의 지지가 없었다면 자유한국당이 폐지안 가결을 일사천리로 관철시킬 수 있었을까? 여러 정황상 그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래서 보수 개신교계와 자유한국당의 '야합'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물론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의 시선으로 볼 때엔 눈살이 지푸려지는 일이지만 말이다.

퇴행 거듭하는 보수 개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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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충남 천안에서 열렸던 인권조례 폐지안 지지 기도회. 보수 개신교 세력들은 성소수자 관련 행사가 열릴 때면 어김 없이 몰려가 '동성애자 인권은 가짜 인권'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 지유석


돌이켜 생각해보면 보수 개신교계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해 6월 예장합동 교단과 다른 7개 교단이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가 퀴어성서주석 번역에 참여한 점을 문제삼아 이단으로 낙인 찍더니, 9월엔 국내 최대 장로교단인 예장통합과 예장합동 교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성소수자 혐오와 배제를 법으로 명시했다.

올해 초엔 기독교 이념을 건학이념으로 한다는 경북 포항의 한동대가 학생들의 학내 모임이 페미니즘 강연을 주최했다는 이유로 교목실 김대옥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하고, 학생들을 상대로 징계 압박을 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이번엔 무대를 충남으로 옮겨 충남인권조례 폐지를 관철시켰다.

이들이 이처럼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강한 표 결집력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목회자들이 성도들에게 특정 후보, 혹은 이번 충남인권조례 같이 특정 정책이나 법안의 문제점을 설파할 경우 신도들은 아무런 검증 없이 목회자들의 설교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시선을 바꿔보자. 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에게 교회는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표밭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인권조례 폐지안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보수 개신교계의 논리를 답습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일단 충남인권조례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절차상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재의를 요청할 수는 있다. 이 경우 도의회에서 2/3 이상 찬성하면 재의는 무력화된다. 자유한국당이 의회 과반인 데다 국민의당 김용필 의원(예산1)과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조치연 의원(계룡)이 폐지안에 찬성한 바 있어서 2/3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방법이 없지 않다.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의 다수 의석을 점하면 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보수 개신교의 표를 의식해 저자세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금 자유선진당·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을 영입해 세 불리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이번에 민주당 소속으로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발의에 이름을 올린 조치연 의원(계룡)은 옛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전력이 있다.

요약하면, 이번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가결은 잘못된 신앙관을 가진 보수 개신교계가 현실정치에 개입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훼손한 사태다. 건전하지 못한 종교집단이 표 결집력을 무기로 현실정치에 개입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보수 교회에 표를 앵벌이한 자유한국당의 존재는 불행의 깊이를 더했다.

이번 충남인권조례 폐지안 가결은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가 우리 사회에 남긴 또 하나의 해악으로 분명히 기록해 놓아야 하겠다. 

끝으로 건전한 상식을 지닌 시민사회에 간절히 호소한다. 보수 개신교 세력의 거짓 선동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시민사회가 더 이상 이들의 준동을 방치하지 않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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