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끝없는 꼼수... 영포빌딩 문건 30년 봉인 요청

[단독] 국가기록원에 대통령기록물 지정 공문 보내... 법 내용과 배치된 무지한 요구

등록 2018.02.05 13:31수정 2018.02.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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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 나온 영포빌딩 검찰이 청계재단 소유의 서초동 영포빌딩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들을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건물과 이 전 대통령 간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1일 오후 촬영한 영포빌딩. ⓒ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다스 '비밀창고'(영포빌딩 지하)에서 발견된 재임 시절 생산된 대통령기록물과 관련해 유출이 아니라 '단순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이삿짐을 정리·분류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대통령 개인의 짐에 포함돼 이송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검찰을 향해서는 편법적인 영장 청구와 무리한 집행을 계속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기록물법 제12조(회수)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즉시 실행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이런 주장이 합리적인지 살펴보자. 우선 청와대에서 두 가지 형태의 기록이 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 1항에는 대통령기록물의 형태를 대통령 자신이나 대통령 보좌·자문기관이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단순 실수'라고? 말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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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장' 열어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을 찾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전달받은 평창 동계올림픽 초청장을 바라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 수석은 평창올림픽 초청장을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 연합뉴스


검찰에서 이번에 압수수색 한 문건들은 각종 비서실에서 올린 대통령 보고 문건(접수)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에서도 이 문건들이 다스의 BBK투자자문 관련 자료 외에도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다스의 경영 현황 등을 보고받은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건들이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면 다스 문건들은 당시 1부속실에 접수 보존하다가 당시 연설기록비서관실에 넘기고, 퇴임과 동시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야 한다. 1부속실에서는 보고받은 문건이 종이기록일 경우, 기록물의 내용을 확인한 뒤 대통령기록물로 등록 및 분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20조에는 "공공기관이 기록물을 생산 또는 접수한 때에는 그 기관의 전자기록생산시스템으로 생산 또는 접수 등록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그 기록물에 표기"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 위 기록을 실수로 영포빌딩 지하에 보존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위 기록들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부속실장을 포함해 핵심관계자들의 암묵적인 동의 및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보인다.

검찰에서도 "문건 내용의 민감성을 고려해 향후 공개 우려 등을 이유로 '별도 보관' 조처했다"라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법 제30조 2항(무단유출)에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 요청... 무지에서 나온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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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지난 1월 22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나서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영장 위법성을 강조하며 위 기록들을 대통령기록관으로 '회수'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일까?

국가기록원 측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국가기록원에 보낸 공문에서 위 기록들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포빌딩 지하에서 나온 문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국가기록원에 공문을 보낸 게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쉽게 말해 위 기록들을 최장 30년 동안 사후 봉인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것이다. 만약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된다면 이를 공개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200명의 동의를 받거나 고등법원의 영장을 받아야 한다. 쉽게 말해 검찰이 이 기록들을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막아보려는 꼼수로 보인다.

하지만 위 주장은 대통령기록물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요청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은 현직 대통령만 가능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에는 "대통령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대통령기록물에 대하여 열람·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아니하거나 자료제출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수 있는 기간을 따로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없다.

즉 퇴임한 지 만 5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닌 것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라면 검찰은 얼마든지 국가기록원의 협조를 얻어 위 기록들을 증거로 삼을 수 있다. 법에는 대통령기록물은 충분히 공개·활용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범죄혐의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에서 시작된 수사, 특수활동비 유용,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까지 수많은 혐의가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각종 꼼수로 각종 혐의를 벗어나려고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제 그만하시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길 바란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품격이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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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복의 원조 MB... 노무현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덧붙이는 글 전진한 기자는 알권리연구소 소장이자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기록물 #다스 #영포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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