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정형식 기억하라" 삼성 반도체 피해자들의 분노

[현장: 이재용 항소심 선고] 반올림 "양심없는 판결"... 보수 단체 "박근혜도 무죄"

등록 2018.02.05 19:02수정 2018.02.0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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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이 끝난 직후 반올림 등 시민단체는 고등법원 앞에서 "삼성앞에 굴복한 사법부를 규탄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훈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판결"
"떡검들 뒤졌다. 독재 타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나오자 법정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이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하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수고하셨습니다!", "만세!" 등을 외쳤기 때문이다. 반면 이 부회장의 '엄중 처벌'을 주장하던 반올림 등 시민단체 회원들에게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5일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353일 만에 석방됐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와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선고 이후 바로 고등법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집행유예 선고를 내려 이 부회장을 풀어준 재판부를 비판했다. 반올림 등 시민단체는 "사법부가 삼성 앞에 굴복했다, 돈과 권력이 면죄부임을 분명하게 선언한 것"이라며 "박근혜는 탄핵됐지만 박근혜 체제에서 만들어진 재판부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정형식 재판부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삼성의 국정농단 범죄에는 사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2008년 이건희 비자금 사태 때 이건희와 공범들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특검은 즉각 상고하고 대법원이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재용 처벌 없이 우리 사회에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류하경 변호사는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에도 불만이 많았다, 일반인 같으면 징역 5년이 나올 수가 없다"며 "그런데도 오늘 2심에서 박근혜 최순실의 자금줄이었던 '적폐 엔진'인 이재용과 삼성의 임원들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잘못된 판결임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강요'를 해서 어쩔 수 없이 준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뇌물죄는 그 정도로는 위법성 조각이 되지 않는다. 전두환·노태우 뇌물죄 판결만 보더라도 '받는 사람이 대통령이고', '돈을 줬다'는 것만으로 포괄적 뇌물죄가 인정이 됩니다. 재단에 준 돈은 뇌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데, 그걸 대체 무엇으로 봐야 합니까?"


류 변호사는 재판부가 재산국외도피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코어스포츠에 보낸) 36억 원은 뇌물죄로 인정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1심과 동일하게) 재산국외도피죄로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 범죄자들이 해외에 돈을 보낼 때도 횡령죄로만 처벌하지 않는다. 국고를 유출한 것인데 단지 장소가 '외국'이기 때문에 횡령죄만 적용한다는 건 어처구니가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씨는 "판사가 아니라 삼성의 변호사 같다. 광화문에서 국민들 울분 토해냈는데, 국민의 뜻에 반하는 엉뚱한 판단을 했다. 노동자들이 수백명씩 암에 걸려도 해결할 의지가 없던 삼성이다"라며 "그런데 판사는 삼성전자 최고의 실세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국민이 법원의 적폐 청산하자고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에서 일하다가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는 "저는 법은 잘 모르지만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안다"며 "딸이 요 며칠째 '엄마 혹시 이재용이 집행유예로 나오면 어떡하냐"면서 잠을 못 잤다. 힘없는 국민들은 어딜 믿고 살아야 하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 이날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원 건물 안에서 고성을 지르고, 고등법원 앞에 모여 욕설과 "북한에 가서 살아라" 등의 비아냥을 반복하며 반올림 등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심지어 기자회견에 끼어들어 경찰이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8월에도 '이재용 재판'을 참관하려던 삼성 반도체 피해자에게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병X이 왜..." 삼성반도체 피해자 울린 박근혜 지지자)

지지자들은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박 대통령도 무죄다"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고등법원 1층에서 박수를 치며 "수고하셨습니다", "무죄 만세"등을 외치다가 이 부회장이 탄 버스를 배웅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재용 #반올림 #삼성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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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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