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세상

Money is time

등록 2018.02.07 10:15수정 2018.02.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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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영화 '인 타임'의 결말이 일부 노출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겨우 '353일'간의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자유의 몸이 되어 나온 저녁 케이블 TV에서 '인타임(In time, 2011)이라는 영화를 찾아 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시간을 돈으로 계산한다는 발상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2011년 개봉한 앤드류 니콜(Andrew Niccol 1964~) 감독의 이 영화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영화로 가까운 미래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되는 가상 세상을 그리고 있다.

영화 인타임 영화 In time,2011년 ⓒ 영화포스터


가까운 미래 세상,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되는 세상이다. 그곳에서는 커피 1잔에 4분, 버스요금은 2시간, 권총 1정은 3년, 스포츠카 1대는 59년으로 계산된다. 한 마디로 'Time is money'  'Time is power'인 세상이다.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시간을 제공받는다. 이 시간으로 사람들은 음식을 사고, 버스를 타고, 술을 마시는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계산한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시계가 0이 되는 순간, 그 즉시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때문에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쳐 시간을 갖고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된 반면, 가난한 자들은 하루를 겨우 버틸 수 있는 시간을 하루하루 노동으로 사거나, 누군가에게 빌리거나, 그도 아니면 훔쳐야만 한다.

주인공(윌 살라스: 저스틴 팀버레이크)은 하루 시간을 벌어 하루를 살아 가는 가난한 청년이다. 어느 날, 한 남자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그에게서 엄청난 비밀을 듣게 된다. 이 세상은 누군가 설계한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가 죽어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에 주인공은 부자들이 사는 도시에 잠입하여 여주인공(실비아: 아만다 사이프리드)과 백만년의 시간을 훔쳐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주어 현 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는 내용이다.(혹시 보려는 사람을 위해 내용 축약)

인타임2 영화 인타임,2011년 ⓒ 영화포스터


결국 주인공들은 부자들로부터 시간을 훔쳐 악을 제거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권선징악'의 내용임에도 통쾌함보다 왠지 씁쓸함이 밀려 왔다. 저녁 뉴스를 온통 도배한 '이재용 집행유예'소식 때문이다. 영화 속에 있었던 'Time is money' 'Time is power'가 편집 되며 'Money is power'로 눈 앞에 나타났다.

36억의 뇌물 공여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사실상 무죄를 선고한 해당 판결과 지난해 4월 마트에서 라면 1만 6천 원어치를 훔쳐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20대 남성 사례가 떠오른다. 36억 뇌물죄에도 풀려난 자에게 하루 시간은 얼마짜리이며 겨우 라면 1만6천 원어치 훔쳤다고 10개월을 살아야 하는 청년의 하루 시간은 다른 것인가.

이재용 부회장이 영화처럼 돈으로 시간을 샀다는 생각에 이른다. 각종 언론에서 굳이 '1년여 구치소 생활'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을 이례적으로 '353일'이라는 '일수'로 표현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벌써 세간에는 해당 판사가 삼성 장학생이라는 둥, 1년 후 삼성에 입사할 것이라는 둥, 각종 말들이 넘쳐 나고, 청와대 게시판에는 해당 판사를 징계하고, 감사하라는 국민청원이 1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가 시간을 돈으로 샀다는 생각은 나만이 아닌 것이다.

인타임3 영화 인타임,2011년 ⓒ 영화포스터


지난 겨울 추위를 참으면서 우리가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정의가 넘치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서였다. 이번 재판결과를 보면서 현실은 여전히 'Money is time' 'Money is power' 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불공정하고 암울한 세상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지만 이번 재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돈이 곧 힘이고, 돈이 곧 판결이라는 현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Money is time' 'Money is power'인 영화 같은 세상은 없어야 한다. 가상공간이 아닌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의 시간은 부자들만의 것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공평해야 한다. 사법부는 지금 국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알고 정신차리기 바란다.

날도 추운데 부자들의 시간을 뺏고 현 불공정한 시스템을 파괴하기 위해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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