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심이, 미미, 구아나는 어떻게 가족이 되었을까

[사람과 동물 그리고 책 이야기] 이효리와 반려동물 이야기 <가까이>

등록 2018.02.15 11:54수정 2018.02.1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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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안 200권 가량의 동물 책 중에서 한 권의 책을 골라 글을 쓰는 건 늘 어려운 일이다. 사람, 동물, 책 이 세 가지 요소에 부합되어야 하고 내가 읽은 책이어야 하고 공감한 책이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할 만한 책이어야 하며 글 작성에도 부담이 없는 책이어야 한다.

책방 안의 책 중에서 적당한 책을 고르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내 개인 책꽂이에서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2012년에 출간되었지만 출간일이 오래되어 책 입고에 어려움이 따르는 책이라 책방에 입고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유기 동물보호소에서 개 한 마리를 입양하여 가족이 되는 과정과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에세이로, 반려동물 관련해 내가 처음 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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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이효리 지음 ㅣ 북하우스 ⓒ 심선화


저자는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에서 마음이 쓰였던 암캐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되고 그 과정을 진솔하게 적어 내려간다. 책에는 입양한 순심이를 비롯해 구덩이에 빠진 오빠를 구하기도 했지만 결국 보신탕집으로 가야만 했던 '메리',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 없이 펫숍에서 처음 데려온 '빠삐용', 6개월 밖에 못 살다간 고양이 '코코', 처음으로 입양한 고양이 '순이', 쥐 끈끈이에 붙어 있던 고양이를 구조해 가족이 된 '삼식이', 집안의 유일한 수컷 고양이 '미미'까지 그녀의 가족이 되었거나 혹은 그녀를 지나쳐간 이름 없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에 대한 미안함도 함께 적혀 있다. 화려한 무대 위의 패셔니스타 이효리에 대해서만 알고 있던 그녀를 좀 더 가깝고 진솔하게 만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메리에게도 빠삐용에게도, 코코에게도 나는 늘 미안해하기만 하는구나.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동물과 같이 살려고 하고 돌보려고 한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왜 그럴까? 스스로에게 물으니 단순한 대답이 돌아온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미안해도,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마음이 접어지지 않으니 놓을 수가 없다. 그러니 실수투성이에 후회하는 일이 생겨도 고치면서 갈 수밖에. 내가 원해서 들어선 길. 좀 더뎌도. 좀 헤매도, 앞으로 걸어 나가야지. - p.75 "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이 여기저기서 많이 보였고 애완동물이라 불리던 개, 고양이를 반려동물이라는 말로 바꿔 부르자는 인식이 대중화되는 시점이었다. 유기동물에 대한 문제를 언론에서도 보도하기 시작했고 동물을 상품화하는 펫샵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비난하고 개공장의 충격적인 실태가 수면으로 나오던 때였을 거다.

동물 문제에 관심이 적었던 나도 이쯤부터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기였다. 유기동물을 입양한 이야기라 궁금하기도 했고 유명인이 낸 책이라 호기심에 사기도 했지만, 그녀가 쓴 글을 통해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인간 이효리에 대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반려견 순심이를 비롯해 반려묘 미미, 순이, 삼식이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동물사랑을 실천한다.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동물들의 가슴 아픈 실태를 알리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의 동물보호활동도 한다.

"세상에 알려진 '이효리'라는 이름을 이용해보기로 한다. 여론을 모으고, 캠페인에 힘을 쏟기로 한다. 가식이야, 거짓이야, 속임수야 식의 나를 향한 비뚤어진 손가락질은 못 들은 척하면 그만이다. 진실이 아니니까, 지치지 않는 의심의 눈초리, 그것도 상관 없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에 시간을 쏟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울고 있을, 나를 향한 손가락질에 대응하는 시간조차 아까울 만큼. - p.159 "

그녀의 다짐처럼 지속적인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하고 유기견 입양 캠페인에 앞장서며 대중을 파고들었다. 채식주의자를 선언했으며 육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패셔니스타를 스스로 내려 놓으며 모피 반대와 동물권리에 목소리를 높이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동물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의 변화된 모습을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순심이와 함께한 그녀의 행보는 더 이상 가식, 거짓, 속임수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며 여전히 자신의 다짐을 지키고 있다는 걸 현재 방송중인 <효리네 민박>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입양한 순심이를 데리고 방송활동을 시작할 무렵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촬영장을 가고 자신의 반려동물을 미디어에 보여주는 게 흔하지 않은 때였다. 당연히 대중은 낯설었고 그녀의 행보가 유난스럽게 보였을 수도 있다.

이미지 세탁의 목적으로 강아지를 입양해서 홍보 목적으로 데리고 다닌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5~6년이 지난 지금 방송인들이 자신의 반려동물과 서슴없이 방송에 나오고 CF와 화보에도 자주 등장한다. SNS 스타 동물을 주제로 한 책이 히트를 치고 SNS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는 퐐로워들의 반려동물 사진을 보고 산다. 시대가 변했다.

그동안 화보와 캠페인을 통해 순심이와 동반한 모습이 종종 비쳤지만 관찰카메라로 그녀가 반려동물들과 함께 지내는 일상을 제대로 보여줬던 적은 별로 없었다. 반려동물을 다루는 방송은 아니지만 화면 곳곳에서 비춰지는 개와 고양이의 모습은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소소한 재미를 준다.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이 너무 보기 좋고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 특별할 것 없이 옆에 앉아 기대어 있고 집안 소파에 누워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먹을 것에 식탐을 보이는 나의 반려동물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방송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라 말할 순 없지만 방송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 거짓일 리도 없다. 동물과 사람의 만들어낸 유대감은 아무리 연출하려고 해도 쉽사리 얻어지는 교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효리는 순간순간 가슴 한편이 추웠던 시절 순심이가 보여주는 절대적인 애정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가슴이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지 알았다고 한다. 또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 돈과 명예 등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갔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말하고 있다.

누군가 내 인생이 너무 보잘것없고 내 존재의 의미가 너무 무의미하다고 여긴다면 체온을 가진 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나는 말한다. 효리와 순심이가 시작하는 이야기처럼 당신도, 당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

이 책의 1쇄가 2012년이었으니 6살 정도에 입양된 순심이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순심이를 입양한 이효리도 나이를 먹었다. 이효리와 순심이가 함께 나이를 먹는 사이 그들에게도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더 많은 동반자가 생긴 셈이다. 인생의 남은 시간을 함께 하며 그들이 만들어갈 아름다운 추억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반려동물 전문서점 <동반북스>의 지기입니다.

가까이 - 효리와 순심이가 시작하는 이야기

이효리 지음,
북하우스, 2012


#이효리 #순심이 #가까이 #유기동물 #사지마세요입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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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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