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가슴 후벼파는 제주도의 반려동물 장례절차

등록 2018.02.12 14:12수정 2018.02.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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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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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기홍


출근해서 일하는 와중에 울먹이는 마나님의 전화가 왔다. 며칠 전부터 밥도 잘 안 먹고 기운이 없어서 걱정이던 막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다급한 목소리였다. 멀리 서귀포에서 일하던 와중이라 급하게 돌아왔지만 이미 병원에서 사망진단을 받고 집으로 와있었다


항상 식탐에 누나들 밥 훔쳐먹기 일쑤이며, 어느새 거대 묘가 되어 늘 몸무게로 협박을 일삼던 막내가 먼저 떠날 줄 누가 알았으랴.

마음은 찢어질 것 같았지만, 다음이 걱정이었다. 제주도에는 반려동물 화장시설이 없다. 결국, 육지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가 막막해졌다. 일단 서울행이 편수가 많으니 서울행을 예약하고 화장장에 연락하고 예약을 했다. 항공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니 전례가 없단다. 아니, 그럼 이제까지 장례는 어떻게 한건가? 확인해보고 연락을 준다고한다. 잠든 막내를 하염없이 쳐다만 보고 있는데 연락이 왔다.

우선 기내 반입은 안 된다고 한다. 인정했다. 대신 같이 갈 수 있는지 여부를 물으니 화물 담당자 전화를 알려주며 문의를 해보란다. 화물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니 가능은 하다는 말을 한다. 대신에 아이스박스에 튼튼하게 포장을 해줄 것이며 동물병원에서 발행한 '폐사진단서'가 반드시 첨부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서를 발행했다. 꽃으로 둘러싸인 관에 넣어주지는 못할망정 아이스박스에 눕히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일단은 화장시설을 가야 하는 것을 어찌할 것인가.


문제는 그 다음에야 꼬이는 거다. 공항에 도착해서 카운터에 이야기를 하니 안 된다고 한다. '수하물'과 '화물'은 틀리단다. 승객이 소지한 물품이 아닌 시신은 화물로 처리를 해야 하니 화물청사에서 접수를 해야 한다고. 막내를 서울까지 품에 안고 가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 판인 데 짐짝 취급하는 것 같아 미칠 것 같았다. 규정이 그렇다 하니 다시 차를 몰고 화물청사로 가서 접수하고 육지로 향했다.

화장을 하고 거대 묘라고 맨날 놀림을 받던 우리 막내는 조그마한 모습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제주 도청과 항공사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제주에도 반려동물 화장시설을 갖춰주시거나, 아니면 육지로 갈 때 어떤 규정을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가족이 떠나서 마음도 아픈 와중에 대못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이런 부분은 좀 어떻게 안 될까요?

반려동물 화장시설이 당장 설립이 안 된다면 육지로 장례를 하러 마음 편하게라도 갈 수 있게 해주세요. 네?

#제주도 #반려동물 #화장 #애완동물



#모이 #제주도 #반려동물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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