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 개선, 학생 중심으로 추진해야

[주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학종' 개선 방안 논란을 보며

등록 2018.02.12 16:18수정 2018.02.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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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 방안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수시전형의 하나인 학생부종합전형은 2015학년 대입전형에 처음 도입된 후, 해마다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대학들의 3년간(2017학년-2019학년) 전형별 추이를 살펴보면, 해마다 수시와 학종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대학은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다. 그 중에서 서울대는 2018학년 전체 모집정원의 78.4%를 학종으로 선발했고 2019년에도 소폭 늘어난 78.5%를 학종으로 선발한다. 서울대와 함께 국내 최상위 대학으로 인식되고 있는 고려대와 연세대도 해마다 수시와 학종선발비중을 확대했다.

■2017~2019 스카이 대학 학종전형비율
구 분
전형유형
2017
2018
2019
전 국
수시전형
69.9%
73.7%
76.2%
학생부종합전형
20.3%
23.6%
24.3%
서울대
수시전형
76.8%
78.4%
78.5%
학생부종합전형
76.8%
78.4%
78.5%
고려대
수시전형
68.2%
89.6%
89.6%
학생부종합전형
27.8%
65.6%
65.6%
연세대
수시전형
65.2%
70.5%
70.5%
학생부종합전형
12.1%
23.5%
28.3%

이른 바 상위권 주요대학들이 수시전형 특히, 학종 선발을 지속해서 늘리면서 학종은 대입전형의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학종이 대입의 주요 전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학종 자체에 대한 불신과 문제점들이 그에 비례하여 쌓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폐지 전제한 대수술' 강조

이런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교육관계기관 중 처음으로 학종 전형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입체적으로 제시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행 학종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종 전형에 대한 불신이라고 전제하고, 학종의 공정성을 견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대수술'이라는 표현을 들어 강조했다.
 
조 교육감이 구체적으로 제안한 방안은 학종에 대해 제기된 기왕의 문제점들과 개선방안을 망라하고 있다. 폐지를 전제한 대수술 방안의 주요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압축되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은 학생부 기재사항의 축소 조정과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학종 선발 1/3 제한이다. 여기에 입학사정관에 대한 신뢰도 제고를 위해, 공공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학종의 주요 서류인 자기소개서를 비롯, 추천서와 학생부의 자율동아리 활동 기록 등에 사교육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사교육 시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내수상 등 수험생들의 스펙과 관련해서는 특정 학생 몰아주기 같은 독점적인 지원이 개입되고 있다는 정황들도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 조 교육감이 학생부 기재사항 일부와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등을 축소 또는 폐지하자는 개선안을 제시한 것은 그 방안 자체의 적절성이나 실현 가능성에 앞서 현행 학생부 등 서류 작성 시스템 전반에 대한 준엄한 문제제기로 보인다.
   
학종, 불공정과 준비부담으로 신뢰 상실

학종은 교과성적과, 학생부기록, 자기소개서, 추천서에 기재된 비교과활동의 주요기록을 토대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대학입시에서 교과성적 이외에 비교과활동을 중시하는 것은 학생들이 교과수업에만 매몰되지 않고 충실하고 다양한 학내활동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소질을 중심으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교육하려는 고교현장과, 이를 통해 인재상에 적합한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대학들의 목적을 공히 만족시키려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들이 확대해 온 학종은 과연 당초의 목적에 얼마나 근접했는가? 조희연 교육감이 기자간담회 때 배포한 자료 '학생부종합전형 개선방안'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이 다른 유형의 전형에 비해 고교유형, 지역, 소득 등 교육 외적 요인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자료는 또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이 학교교육과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도 확인했다.
 
하지만, 교육과정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이 학종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에는 대단히 현실적인 문제점이 쌓여 있다.
 
지난 해 7월 송기석 국회의원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 중 77.6%가 학종을 합격·불합격 기준과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일명 '깜깜이 전형(77.6%)'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학생, 학부모 10명 중 8명이 학종전형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또 우리 국민의 75.1%는 '학종이 상류계층에게 더 유리한 전형'이고, 74.8%는 부모와 학교, 담임, 입학사정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불공정한 전형'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이 지난 해 2월 유은혜 국회의원실과 함께 공동으로 발표한 대입전형인식실태 조사 결과, 학종의 문제점은 '불공정성'과 '준비 부담'이었다. 이 조사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학종의 문제점에 대해 ▲학생 준비 부담이 크고(71.7%~72.2%) ▲불공정하다(34.7%~46.1%)고 응답했다.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것은 경제력과 가정 배경에 따라 입시과정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생각들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모의 직업, 경제 능력, 고교유형, 학교의 소재지, 교사의 역량, 사교육을 받은 정도에 따라 학생부 기록이 달라지는데, 이 과정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영재학교 등 특정 유형의 고교와 강남권 소재 고교에서 서울대 등 소위 상위권 대학 학종 합격을 주도하고 있음이 수년 간 확인되고 있다. 이와 함께 명문대 진학 실적을 쌓기 위해 상위권 학생들에게 각종 교내 대회 수상을 몰아주고 학생부 기록을 집중 관리해 준다는 현장의 증언들도 여러 곳에서 들린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종은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
 
학종이 "학생들 준비 부담이 크다"고 비판받는 이유에 대해 '사교육걱정'은 '고교 교과 시험 준비 자체가 힘겨운데, 여기에 각종 비교과 활동, 자기소개서 및 면접 준비, 수능최저학력기준 만족을 위한 수능 대비 부담까지 가중되어, 학종 준비 부담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비교과활동 준비 부담과 관련, '각종 교내대회,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독서활동 등 비교과활동의 종류가 너무 많을뿐더러 대부분의 비교과 활동이 정규 수업 시간 외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가 준비 부담이 크다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이처럼 준비 부담 및 입시에서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라면, 사교육 시장에서 이를 '상품'으로 만들어 대행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 '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결국 부모의 경제력 유무의 차원으로 환원된다.
 
학종은 그간 교육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게 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구체적인 교육, 입시과정에서는 경제력, 정보력, 시간적 여유를 가진 소수에게 '독점적인 혜택'을 주는 불공정한 입시전형이 되어버렸다. 또한 학종은 수험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 대다수가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전형으로서 모든 면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인식도 압도적이다.

논란 회피 말고 깊이 있는 개혁논의 필요

조 교육감의 개선방안에는 학종에 대한 총체적인 개혁을 교육관련 당사자들이 함께 논의하고 추진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조 교육감이 제시하는 방안 자체에 대한 개별적인 찬반은 이 글이 목적이 아니다. 다만, 조교육감의 학종개선방안 발표 후 몇몇 언론의 관련기사에서 나타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고, 문제제기에 머물고 있을 뿐, 기존 학종시스템에 대한 근원적인 개선책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여 이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개선방안 발표 자체에 대한 비판이다. 교육부조차 꺼내지 않은 학종규제비율을 제시한 점과 대입정책포럼 등을 열어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다른 교육청과 달리 기자간담회를 통해 교육부보다 앞서가는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교육감선거를 앞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교육감은 교육부가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견해를 가질 수 없는가' 되묻고 싶다. 교육부를 비롯해 시도교육청에서 주로 학종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있는 것은 향후 교육정책 개혁과정에서 학종이 핵심적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감이 학종개선방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도 아닌데, 활발한 논의를 전제로 다양한 조사와 연구결과를 토대로 개선방안을 제안한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학종의 비중을 수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1/3로 규제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는 '개선이 우선이지 비중축소는 개선이 아니'라고 평가하면서, 이를 '학종을 고사시키는 것'이라 진단한다. 이 진단에 대해서는 비중규제도 개선방안의 하나로 논의할 수 있다는 정도만 먼저 짚어 둔다. 언론에 나타난 대학들의 반응도 크게 설득력이 없다. 서울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은 이번 규제방안을 "대학의 선발권과 인재상, 지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선발인원만 규제하고 나머지 2/3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는 모 대학 입학처장의 발언은 전체 선발방안마저 결정해 달라는 얘기로 들린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의심받는 학종을 대입전형 전체의 일정부분 이하로 규제하는 정도의 논의가 합의된다면, 이후 나머지 전형을 포함한 세부선발대책 수립은 대학의 몫이 아닐까?
 
현행 대학전형은 수시 4-5종, 정시 2-4종으로 다양하다. 조 교육감은 이를 좀 단순화시키되 학종 비중을 1/3로 규제하고, 학생, 학부모의 여론을 근거로 수능을 1/3 수준으로 늘리며, 나머지 1/3을 다른 형태의 전형 즉 학생부교과전형 등으로 해 대입전형의 전체 틀을 1:1:1의 전형으로 결정하되, 이를 서울 주요 대학에만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이 방안은 대학들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공공입학사정관제도는 대학의 자율권 침해와 운영비용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공공입학사정관제도를 현행 입학사정관제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보고, 공공성을 전제로 대학 외 인사들의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이로써 발생하는 비용은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에서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운영방식 여하에 따라서는 현행 입학사정관들의 불안정한 입지를 안정시킬 수도 있다. 대학의 자율권과 관련해서는 대입전형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협력체계가 될 수 있다. 참여공간을 공적으로 확대하되 대학이 운영권 전반을 행사하게 되면, 대학의 자율권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부 기재내용 축소와 자기소개서/추천서 폐지∙축소안은 대단한 논란을 일으킬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에 대해 학종을 퇴행시키는 방안이며, 학종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교육현장에서는 더 단순화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 방안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와 동의하는 견해가 동시에 존재하므로 집중적인 논의를 지행하되, 현장과 당사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학종관련 기사의 댓글 중 절대다수는 학종 축소∙폐기, 정시확대 주장이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보면, 학종 전반에 대한 새 논의가 무엇보다 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 교육감은 기자간담회 이튿날 모 방송과 인터뷰에서 학종에 대해 '폐지에 준하는 대수술'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필자는 조 교육감의 이 같은 발언과 인식에 충분히 동의하며, 중∙고등교육 당사자가 충분히 참여하는 논의기구, 이를테면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논의기구를 건강하게 운영해서 현행 대입제도와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바람직한 방안이 수립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비람교육신문'에 송고할 예정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 #서울대 #대입정책포럼 #김상곤 #교육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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